남편이 꼭두새벽에 야마시타(山下) 공원에 간다고 한다.
장미를 독점하여 사진을 찍고 싶은데 낮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없는 새벽에 가고 싶은데 가겠냐고 물어왔다.
나는 런치 약속도 잡혀있는데 따라가자니 피곤하겠고,
안 따라가자니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같고...
이것도 저것도 결정하기 어려울땐 그저 불만만 터져 나온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꼭두새벽부터
장미사진을 찍으러 간다고 하느냐고요~
하지만 기회는 언제나 오는것이 아니라는 것이 나의 철칙!
안 간다고 했다가, 금방 뒤돌아서서 간다고 했다.
요즘은 4시30분만 되면 해가 뜨니
해뜨기 전에 가야 한다며 캄캄한 밤중에 나를 깨워서
부스스 일어나 따라나섰다
장미가 뭐라고 이 난리난리
달리는 자동차 라디오 정규 방송 중에 긴급 지진속보가 들려왔다.
진원지는 치바(千葉) 쪽이며 진도 5이고, 요코하마는 진도 3이라고...
잊어버릴만하면 여기서 툭 저기서 툭
뭐 어쩌겠어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
요코하마 중심부에 들어서니 거리엔 아직 가로등이 켜진 채이고
도로는 한산하기 이를 데가 없다.
왼쪽 건물 꼭대기에 있는 시계를 보니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4시 38분에 해가 뜬다고 하니 해가 서서히 오르고 있겠구나
공원에 들어와 해 뜨는 곳을 향해 사진을 찍었다
바다안개가 피어올라 바다 쪽에 구름이 자욱하다.
붉은 장미들이 해돋이를 보겠다고
서로서로 경쟁하듯 까치발을 하고 자리다툼을 하고 있는 듯하다.
불과 열흘 전에 왔을 땐 낮이라 그랬나
내리쬐는 햇빛도 그러했거니와 바글거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제대로 장미에 눈길을 줘 보지도 못했으니
이쁘다는 생각은 해볼 겨를도 없이 이곳을 스쳐 지나갔다.
언제 이렇게 장미천국이 되었나
이쁘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 이쁜 것들을 어떻게 다 카메라에 담아가지??"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는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안 보이니
이 많은 꽃들은 모두 내 차지다
얏호 신났다
빨강과 하양이 만나 분홍이 되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ㅋㅋ
뒤에 늘 상주해 있는 선박은
'일본 중요 문화재인데 '일본우선(日本郵船) '영천환(永川丸)''으로서
선내 견학이 가능하다고 한다.
강아지로 인하여 친구가 된 강아지 엄빠들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
이젠 이러한 풍경도 아주 흔한 풍경이 되었다
강아지를 키우려면 부지런한 생활도 따라 줘야겠다.
나무그늘 아래 자리 잡은 어여쁜 장미들
그래 푹 잘 쉬었다 가려무나
무슨 이야기들이 저리 많을까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분명 강아지 이야기들일 텐데
저 세계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세계
저들의 세계가 궁금해진다.
어머나 수국들이 벌써 피어서 장미 공원을 넘보고 있다
어서 방 빼라는 뜻인가?
왜 이렇게 빨리 피어 장미에게 눈치를 주고 있지?
ㅎ 수국 미안미안
수국이 장미에게 바톤을 이어받아 6월의 즐거움을 주려고
이렇게 대기 하고 있구나
감사감사 기대하고 있을게요~ (하트뿅뿅)
이른 아침 장미공원에서 멋쟁이여인을 만났다
나는 일흔 살이 넘으면 염색하지 말고,
하얀 머리칼로 짧은 커트를 치고 다녀볼까 생각중인데
저 여인을 만나니 반가워진다
나도 저렇게 저런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면 어떨까한다.
장미꽃그늘아래 조용히 피고 있는 너희들
참으로 예쁘다 너희들 이름은 뭐니
야마시타공원 울타리 너머로
키다리 아저씨 '뉴 그랜드 호텔'이 야마시타 공원안을 삐꿈 들여다보고 있다
오늘은 누가 가장 먼저 공원을 찾아왔나 하고 살피는 듯
"저요 저요~"
아침햇살이 쫘악~ 공원으로 비춰 들어오니
장미공원은 화사하게 변신을 하고 있는 듯 더욱 아름다웠다.
떠나려니 미련이 남아
한판 더 찍어야겠다며 계단에 올라섰다
또다시 한판을 더 찍었다.
참으로 복스럽고 탐스러운 풍경이다
거리로 나서니 이렇게나 하늘도 맑고 도로도 시원스럽다
저 멀리 미나토미라이의 심벌인 랜드마크타워가 보인다.
랜드마크타워를 향해 달리는듯하네
우린 그저 우리집으로 가는중일세
오해는 하지 말게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청소차가 보이는 걸 보니
아침풍경 맞네 맞아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서 활동을 했더니
아직 이른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도
기분은 한낮이라도 된 듯 그런 기분이다
시간을 벌었다는 그런 느낌
도로에 차들도 하나둘 많아지고
출근하는 사람들로
거리엔 사람들이 갑자기 훅 훅 불어나기 시작했다.
봄 아침, 요코하마 야마시타(山下) 공원으로
멋진 새벽나들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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