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떠나가는 가을
지난 일요일 성당에 다녀오는 전철역에서
우연히 남편을 만났다
닭꼬치 집에 가서 점심이나 먹고 들어가자는데 일치!
자, 닭꼬치 먹으러 고고
남편은 생맥주 한 모금씩 마셔가며
꼬치에서 닭고기를 하나씩 하나씩 빼먹어가며
이야기를 해가며 먹었지만
허기진 나는 내앞에 놓인 닭꼬치를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이
갖다 주는 데로 훅 먹어 치우고, 또 훅 먹어 치우고
다음 꼬치가 나올 때까지 눈 밝히고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으니...
나의 먹는 속도가 빠르니 이런 이런!
먹음직스러웠던 닭꼬치
닭꼬치도 양껏먹고
또 라면으로 뒷 마무리까지 보탰으며
나중에 디저트를 먹을 요량으로 생크림 롤케이크까지
하나 사서 챙겼으니...
나는 내가 생각해도 정말 잘 먹는다.
집에 가다가 게이오대학 쪽을 바라보니
때마침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던 햇빛이
게이오대학 은행나무 쪽으로 조명을 쏘아대고 있었다
햇빛을 받고 있는 그 풍경이 어찌나 화사하고 밝고 이쁘던지...
해가 더 기울기 전에!
골든타임을 놓칠까 봐 사진 찍으러 달려가는 남편
나도 덩달아 은행나무 길을 냅다 달렸다.
은행잎은 어느새 이렇게 우수수 내려앉아 있었는데
또다시 내가 보는 앞에서 맥없이 내려앉고 있다.
아, 이렇게 가을이 떠나가고 있었구나
소복하게 떨어져 내린 은행잎을 꼭꼭 밟아가며
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껴가며
떠나가는 가을 위에 나의 마음을 얹어본다
행복한 순간
은행잎을 한 움큼 집어 들어 위로 던지는 순간
아빠는 사진을 찍고
꼬마는 까르르 웃음 웃고
이 순간만큼은 세상 남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순간
참으로 행복해 보이는 일가족의 풍경이다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이쁘고
햇빛을 받아 더욱 샛노래진 은행잎
아, 불과 얼마 남지 않은 이쁜 가을이다
두둥실 떠 가는 구름이 있어
한층 이쁜 늦가을의 정취
화사한 늦가을 속을
그녀도 걷고 나도 걷고
참 이쁜 계절이다
내 추억 속에 꼭 갈무리를 해두고 싶은
게이오대학 뒤뜰에 있는 우람한 이 은행나무
2022년의 추억 속에 너를 모셔 가려고 하는데
괜찮겠니?
한 움큼 집어 올려 훅 던져 올리니
팔랑팔랑 떨어져 내리는 멋진 가을
은행잎으로 혼자서도 저렇게 잘 놀고 있다니
완전 동심으로 돌아간 태윤네 할머니다. 후훗!
후훗
노란 세상에서 이렇게 놀았더니
온통 몸도 마음도 노란 단무지처럼
노란 물이 푹~~ 물들었다.
2022년의 가을은
이렇게 이쁘게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22년도 이렇게 떠나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