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쯔부야끼(혼잣말)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

여름하늘~ 2025. 1. 13. 23:15

지난 12월 중순 

정확하게 말하자면 12월 14일 찍고 찍혔던 사진이

사진창고에 잠자고 있었다.

'벌써 겨울이 와 있는데 우리는 언제 세상빛을 보여 줄 것이냐'며

창고 문을 두드리다 못해 부술 기세로 쿵쾅거림에 놀라 문을 열었더니

세상에~ 멋진 가을풍경들이 파업 일보 직전이더라고

미안 미안 내가 정신을 딴 곳에 팔고 다니다 보니

미처 몰라봤네

 

지난가을 사진을 방출해 봅니다

 

 

 

쿠혼부츠(九品仏)라고 하는 일본 사찰이다.

우리나라의 사찰과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기에

사찰이라는 기분이 날 수가 없었다.

또 우리나라의 사찰이 대체로 깊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다면

이 사찰은 동네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 

동네 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단풍이 훌륭하기로 소문이 난(?) 사찰이라고 우리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예전에 한번 와 본 적이 있는 사찰이었다는 사실에 경악!

그때는 도쿄에 살 때였는데 자차로 한참이나 달려왔던 낯선 곳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도무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렇게 단풍이 아름다운 사찰이 집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진즉에 알았다면

여러 차례 찾아올걸 가을 끝자락에 우리가 겨우 찾아왔으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단풍은 거의 끝물이었다.

 

 

 

문이 열려있는 법당의 붉은 벤치에 앉아서 단풍 멍하고 있다.

 

 

단풍은 보시다시피  이렇게 끝물!

 

 

가을 끝물이라 했지만 

남편의 카메라 속에는 이렇게나 아름다운 가을이 들어있었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단풍잎은 팔랑팔랑

이 아기는 우리 태윤이가 아닙니다 ㅎ

태윤이 같은 아기가

은행잎을 던지며 재미있게 놀고 있기에 찍었지요 ㅎ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사진을 취미로 둔 남편 따라다니다 보니 내 사진 찍는 폼이 자주 등장을 한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글쓰기도, 사진 찍기도 방향이 어느 쪽인지

두쪽 다 어정쩡이다

 

 

이 사진은 나보다 내 옆에 있는 꼬마의 모습이

더 관심이 간다.

완전 가을남자다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

내 나이 드는 것은 모르고 남편 사진 탓만 했다

 

"안 이쁘면 이쁘게 찍어주고, 나이 들어 보이면 나이 안 들어 보이게 찍는 것도

사진 기술인데 아빠가 찍은 내 사진을 보면 나는 정말 절망이야

어쩜 사진을 이렇게 찍어 놓을 수가 있겠어 완전 기가 막혀"

 

"현실을 받아들여 사진은 거짓말을 안 하니까"

현실을 직시하라며 남편은 내게 위로가 아닌 현실 인정 쪽으로....

이쯤 해서 나는 딸에게 아빠 흉을 안 보려야 안 볼 수 없었다.

 

신은 사람이 나이 들어감과 동시에

눈도 어둡게 해 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노안이 심하다 보니

내 얼굴이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이렇게 한바탕 두 바탕 강한 부정으로 몸부림을 치고

이제 더 이상 부정 하려야 부정할 수도 없다는

그야말로 현실을 직시하고 나니

 

 

누가 봐도 60대 중반의 할머니가 되어 있는

강한 부정을 했던 이 사진도 이제는 오히려 좋아졌다.

사랑한다 나의 60대!

이제는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없는 당당한 60대 할머니로 등극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과감하게 내 사진도 대문짝만 하게 공개를 하게 되고...

그야말로 오그라졌던 간이 커졌다

 

나이 든 내 얼굴을 보니 15살 나이차이가 있는 언니모습도 나오고

5살 나이 차이가 나는 오빠의 모습도 내 얼굴에서 어른거린다

 

 

https://youtu.be/llYG9PWOSnU?si=07i6dFXLD_H9C-cE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50대일 때 남편과 이 노래를 처음 듣고

눈시울을 적셨는데 어느새 내가 60대 중반으로 접어들고 보니

이 노래도 남의 노래 같지 만은 않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