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생활 일기

이제는 자전거 타지 않을 거야

여름하늘~ 2025. 5. 30. 07:10

"자전거 이제 안 탈 거야?"

"안 타면 버리던지..."

얼마 전부터 남편이 내게 채근하는 말이다.

"버리긴 왜 버려요 아깝게..."라고 대답을 하긴 했지만

내겐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버리자니 아깝고, 그냥 두자니 타지도 않으면서 자전거 보관료를 

매달 500엔(약 5000원)을 내고 있는 것이 아깝고...

하여 결단을 내렸다

 

이제는 자전거를 타지 않을 것이며!

자전거를 버리기로! 

 

요코하마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매일 같이 나와 함께 움직이는 나의 발이었고

나의 분신이었다. 마트에 갈 때도, 스포츠짐에 갈때도, 공원에 갈때도, 지인을 만나러 갈 때도....

그런데 요코하마로 이사를 와 보니 마트도 그러하고  전철역도 그러하고

자전거 타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이고,

길도 좁고 타고 다니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를 타지 않은지 벌써 2년은 훨씬 넘는 것 같다.

 

내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남편은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빨랐다.

내 자전거를 처분하겠다며 자전거 열쇠를 들고나갔다.

어머나 어머나 그래도 정이 많이 들었었는데 마지막으로 한번 보기라도 해야지

하며 아쉬운 마음에 남편이 나간 후 후다닥 뒤를 따라 달려 나갔다.

 

 

 

달려 나가다가 3층에서 내려다보니 남편이 자전거를 꺼내기 위하여

츄린조에 들어서고 있었다. 

 

 

앗, 반가운 내 자전거

장바구니도 달아 놓고 생활에 참으로 편리한 나의 이동 수단이었는데

내 생활의 흔적이, 역사가, 추억이 묻어 있는 분신 같은 것인데...

내 자전거를 보니 그 시절 나의 생활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자전거는 곧 나의 일본생활의 역사이기도 하다.

 

남편은 이러한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가기 싫다는 자전거를 마구잡이로 꺼내는 기분마저....

흑흑흑...

 

 

"잠깐만요, 사진이라도 한판 찍자"며 세웠다.

약 2년, 그동안 타지 않았더니 먼지가 뽀얗게 앉았다.

 

 

옛 블로그 포스팅을 검색을 해보니

2017년 8월 28일, 새 자전거를 구입했다며 타고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는 내 모습

자전거도 자전거이지만 풋풋한 나의 50대 중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지나간 추억은 다 좋아 보인다더니 그시절의 내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인다.

 

일본에서 타게 된 2번째 나의 자전거로써

색깔이 참으로 마음에 들어 자전거를 탈 때마다 내 기분을 좋게 했던

참으로 마음에 드는 자전거였다.

 

 

 

 

내 삶의 여정에 있어서 어느 한 부분 중요하지 않았던 때도 없지만

특히 삶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나의 오십 대를 나와 함께 지내준 고마운 나의 자전거

내 자전거의 역사도 막을 내리는 순간이다.

이렇게 무생물이지만 떠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다는 것

헤어짐이라는 것은 역시 가슴을 허하게 만든다

 

"고마웠다 내 자전거야"

이름이라도 진즉에 붙여줄걸 그랬다

 

 

지난 2017년 8월 28일 새 자전거

그때 이야기입니다

https://grasia61.tistory.com/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