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니에게 멋진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
오늘은 일요일, 도쿄에 있는 한인성당에 함께 미사를 드리러 가기로 했다.
여행을 왔으니 여행복으로 미사 참례를 해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마는
언니는 오늘 미사를 위해 옷도 이렇게 한벌 따로 준비를 해왔다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반듯한 언니의 이런 점이 참 멋있어 보였다.
전철을 타기 위해 전철역에 나왔는데
언니가 전철을 타는것도 기념이라며 사진을 찍으랜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언니는 얼른 한국에 있는 딸들에게 재빨리 전송을 하고...
이렇게 전철을 타러 나왔단다 라는 톡을 했다
카루이자와(軽井沢) 후후 호텔 저녁식사
나는 한국에서 온 언니에게 맛있고 멋진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
카루이자와로 여행지를 선택하고
호텔 선정 할때도 어떤 음식이 나오나 하고 신경을 썼으며
이 호텔에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음식이 아주 좋았다는 강추에 힘입어이 호텔을 예약하게 되었다.
먼저 언니 이야기부터 들려 드리자면
언니는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 학교 선생님이었으니 나이 차이가 많은 언니로서
그때는 호랑이 언니라 불렀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타 지역으로 가셔서 생활을 하셨으니
언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매일같이 일기검사는 왜 그렇게 빈틈없이 하는지
그때는 언니가 무서워서 정말 목숨 걸고 일기를 썼다 하하하
그 영향으로 나는 글쓰기를 무서워 하지 않는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글쓰기를 좋아해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결국 지금의 나는 다 언니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언니는 방에 전축을 사서 들여놓았다.
같은 방을 쓰는 나로서는 좋든 싫든 언니가 틀어 놓은 '엘리제를 위하여'를 듣고
'소녀의 기도'를 들었으며 '쇼팽의 이별곡'을 들었다.
나의 성장기에 언니의 영향으로 그러한 멋진 음악을 들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언니가 결혼할 때 저 전축을 가져가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가져가지 않아서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는 ㅎㅎ
언니가 결혼하고 집을 떠난 이후 독방을 쓰게 되었는데
전축이 있는 독방은 완전 나만의 세계에 몰입을 할 수 있어서 난 정말 부자라도 된듯한
행복한 기분으로 사춘기를 보냈다.
그때 들었던 영화음악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춘기 소녀의 가슴을 어찌나 설레게 하던지
가슴 시리도록 찡하게 들려오는 그 음악을 매일 밤 들으면서 잤으니
레코드판이 제자리 걸음으로 밤새 빙글빙글 돌고 돌았을 때도 많았다.
나의 성장기때 그러한 문화생활을 할수 있게 해 준 것은 다 언니 덕분이기에
나는 늘 언니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위해 안내를 받아 들어가니
창을 통해 앞뜰을 구경하며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먹을 수 있게 이러한 자리로 안내를 해주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한국에서 여행을 왔는지 알고 오늘의 코스요리 순서를 영어판으로 주었으며
서빙을 하는 사람도 영어를 쓰는 키가 억수로 큰 서양사람이 우리를 담당했다.
한 가지 코스요리가 나올 때마다 음식 설명을 영어로 해 주었는데
에고~ 영어는 잘 알아들을 수 없으니 일본어로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서양사람이 하는 일본어 라니.... 발음이 ㅎㅎㅎ
그도 웃고 나도 웃고...
음식이 그림이다
그런데 그런데....
사진 찍는 것을 잊고 먹기 시작하여 다 먹고 나니 아차! 하고
디 먹고 난 빈 그릇을 사진 찍었다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참으로 예쁘게 잘 담아 온 음식이었는데,,, 아고~
목욕을 마치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옷을 입고...
완전 쌩얼, 생머리로...
맛있게 먹고 나니
서빙을 해주던
서양사람이 찍어 준 사진이다
언니가 이런 호텔은 비쌀 텐데 하며
언니가 나를 나무랐다
나는 언니와 함께 멋진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며
오늘만큼은 다 잊고 즐기고 행복한 마음으로 푹 쉬자고 했더니
그제야 빙그레 웃는다.
나는 내가 언니를 대접하고 싶어서 이 호텔을 예약했는데
언니가 이번에 여행 다니며 쓰라고 금일봉을 내게 주었으니
결국은 언니가 돈을 다 낸 셈이 되었다 ㅠㅠ
늘 이런 식이다
폼은 내가 다 잡고 따라다니며 돈은 언니가 다 쓰고
이 일을 어쩌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