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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있는곳으로 아침 산책 / 오키나와(沖縄)

등대가 있는 잔파곶은 

우리가 묵고 있는 니코 알리비라 호텔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아침 식사 전에 후딱 다녀오자며 이른 아침에 호텔을 나섰다.

 

 

낯선 이곳

험난한 세상사를 떠올리게 하는 듯

바위덩어리가 이렇게나 거칠고 거무룩한 곳을 조심스레 걸어본다.

운동화를 신고 오길 잘했구나

잘했어 잘했어 라며  한 걸음씩 내 걸었다.

 

 

이른 아침 날씨가 참으로 산뜻 청아하여

깊은 들숨과 날숨으로 오키나와의 맑은 아침공기를 음미했다.

등대 위 저 꼭대기에

한번 올라가 봐야 하지 않겠어?

그래 올라가 보자

 

저렇게 긴 굴뚝처럼 생겼으니

꿉꿉한 여름 습기냄새를 맡아가며

등대 안 좁은 공간 속의 계단을

꼬불꼬불 돌고 돌아 올라가는데 서서히 불만이 스멀스멀...

도대체 언제까지 올라가는거야? 라며

투덜투덜하려고 하는 시점이 되자

 

이곳이 인간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한계라도 되는 것일까

 

 

あと少し!

A little more!

이제 조금만 더!

라며 앞에 사진이 붙어져 있었다.

불만은 목구멍까지 나오다가 쑥 들어갔다

 

"정말?" 하며 즐거움의 미소가 쓱~

 

 

와~~~

완전 지하공간에서 탈출을 한

이 산뜻하고도 벅찬 이 느낌!

와~~ 멋지다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물 색깔도 바닷색깔도 완전 잉크색!

그러고 보니 잉크 찍어서 글씨를 써본지가 언제였던가..

잉크를 살짝 물에 풀어서 여름교복 상의를 파르스름하게 물을 들이곤 했었다. 

눈이 시리도록 뽀얀 교복을 입고 싶어서 많이들 그렇게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이 시점에서 떠오르네

나도 참!

 

 

 

처음엔 저 멀리로

바다를 다 훑어보게 되더니

그다음엔 이렇게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더라

사람들이란 그런 건가...

 

 

영화에서나 봄직한 풍경이

눈아래 펼쳐져 보인다

아슬아슬하게 저 끝자락에서

주인공과 악인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풍경이 눈에 선하게 떠 올라

조마조마하는 기분이 드는 저곳이다 후훗! 

 

 

 

저기 낚시꾼이라고 써놓은  곳 바로아래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길 어떻게 내려갔을까

사람들이 함부로 갈 수 없는 저러한 공간에서의 낚시는

어떤 짜릿한 스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줌을 쫙 당겨보니 이렇게...

좋은 시간 되셔요~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은 저 멀리 바닷가 구름아래에 위치한

붉은색 지붕 하얀 건물이네

저곳에서 자동차를 타고 빙 돌아 이곳으로 왔구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호텔에서 이곳까지 

오키나와의 내음과 풍경을 맡보며 걸어와도 좋았을 것 같다

이른 아침이라도 덥기는 무지 더웠지만 말이다

 

왼쪽 큰 규모의 하얀 건물은 로열호텔이다

단체관광객들이 우르르 등대 쪽으로 몰려들 오고 있다.

저들이 올라오기 전에 우리는 어서 빠져나가 주어야겠다

저들이 다 올라오면 이 등대가 무너질 것 같은... ㅋㅋ

 

 

 

자연 그대로 방치한 것 같은

이러한 아침 분위기가 참 좋더라

이러한 길을 자연인이 되어

마구마구 휘휘 걸어서 다녀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묵고 있는 리조트로 막 들어서고 있는데

앞에 말 두 마리가 뒤뚱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정말 생소한 풍경이기에 자동차 안에서 사진을 급히 찍었다

 

 

리조트 입구로 들어서자

오키나와를 상징하는 꽃이 활짝 피어

우리를 반겨준다

"첫나들이 어떠셨어요?"

하며 방긋방긋 웃어주네 ㅎ

 

 

 

"엄마, 하와이 아니거든요"

딸이 내게 지적을 한다

나는 왜 자꾸 말끝마다 오키나와를 하와이라고 

찍어 붙이는지 모르겠다

머릿속은 오키나와인데 입에선 하와이가 쫓아 나온다

예전에 다녀온 이러한 풍경의 하와이가

강하게 남아있어서 그런가..

못 말리는 여름하늘이다.

 

 

오키나와에서의 첫 아침식사 생각에

룰루랄랄 발걸음도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