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니가 살고 있는 대구가 더운 곳이라는 걸 이번에 실감을 했다
현관문을 열고 발을 내디디는 순간 훅하고 후끈한 열기가
피부에 와닿으니 정말 집을 나선다는 것이 주저주저 해질 정도였다.
대구를 대프리카라고 한다고 티벗 님이 귀띔을 해주시네 ㅎㅎ
과연 그런 소릴 들을 만도 하다는 매력 있는 대구이다.
남편은 출근을 위해 일본으로 가고 나는 대구로 날아왔으니
그야말로 나는 자유부인이 되어 서울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대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KTX를 타고 저녁 무렵에
서울역이 도착을 하니 친구부부가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다.
이 얼마 만에 보는 친구인가
코로나 직전에 도쿄에서 만난 것이 마지막이니 거의 4년 반 만에 이루어진 상봉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잘 지냈냐는등 안부를 주고받는 것도 다 거두절미하고
어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람처럼
미주알고주알 자연스럽게 수다를 쏟아내기 바빴다.
이 친구는 중3 때 나의 단짝 친구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다른 학교로 갈라져
대학시절 그리고 결혼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인생사를 각각의 지역에서
바쁘게 지냈는데 연락이 끊길만하면 우연한 기회로 인연이 닿곤 하여 아슬아슬하게
인연의 끈이 근근이 이어져 가고 있었다.
나는 남편의 전근으로 이동이 잦았고 급기야 일본까지 떠내려와
오랜 세월을 살았으니 한국에서의 친구들은 거의 인연이 끊긴 상태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강북에 있는 유명한 종합병원에 근무를 했기에
내 형제들이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오기만 하면 건강검진을 한다고
나를 거치고 않고도 친구 연락처를 찾아내어 내 친구를 찾아들 갔으니 허허 참!
어찌 되었건 가네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친구는 한자리에 붙박이처럼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주었기에
변화무쌍한 내 인생흐름에도 우리의 인연이 쉬이 휩쓸려 떠내려 가지 않았고
친구가 꿋꿋하게 좋은 버팀목이 되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전업주부로서 남편의 전근을 따라다니며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지만
친구는 간호사로 병원일을 시작하였는데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를 하여 박사학위까지 취득하여
병원에서 정년퇴직을 한 후에는 모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였다.
지금은 정년퇴직을 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하여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
"희야 너 코다리찜 좋아하니?"
"나야 뭐 기름진 것 빼고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어 후훗"
그리하여 서울역에서 내리니 저녁때라 바로 코다리 찜을 먹으러 갔다.
친구가 추천해 주는 매콤한 코다리찜은 내 입맛에 꼭 맞는
부드럽게 폭 익힌 정말 맛있는 음식이었다.
코다리찜의 매운맛을 진정시키기 위해 김에 싸서 먹는다고 해서
열심히 싸 먹다가 매콤한 양념맛을 그대로 맛보고 싶어서 김 없이 먹다가
마지막 양념까지 다 긁어 배 불리 먹었다는....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잘 먹는다.
이런 내가 참 이쁘다. ㅎ
그리고 친구집으로 가서 짐을 풀었다
작은방 두 개를 터서 하나로 만들었다고 하니 방이 완전 어찌나 넓은지...
호텔 스위트룸 보다 더 마음 편하고 안락한 친구의 집에서 3박 4일을 보내게 되었다.
짐 풀고 나와서 과일 먹자고 하길래 OK 하고
씻고 나와 과일과 텔레비전을 보며 마주 앉으니 몸이 노곤하게 가라앉았다
이야기를 나누며 순간순간 내가 끄덕끄덕 졸았나 봐
"희야 그만 들어가서 푹 자~ 내일 일찍 나가야 하니까"
그 소리에 부스스 일어나 내방으로 갔다
영주 선비촌에서 하룻밤, 문경 시댁에서 이틀밤, 대구에서 하룻밤
이제 몸이 피곤할 만도 하다
다음날은 당일치기 테마여행을 떠난다고 예약을 해 두었단다.
얏호~ 중학교 단발머리 친구와 단 둘이 떠나는 여행
생각만으로도 즐거워 미소를 지으며 잠들었던 그날 밤이다
다음날 아침 6시 30분
테마여행으로 우리를 안내해 줄 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나갔다
버스를 타기 전에 친구가 안내를 해준 이곳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작은 공원으로 조성이 되어있다는 고가도로 위에 올라서니
와~ 멋지다~~ 탁 트인 시야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도 안 보이고 차도 별로 없고
구 서울역이 이렇게 내려다 보이는 한산한 도심
여기가 서울 맞아?? 하는 기분이 들정도로
고요하고 확 트인 공간이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9시 이 버스에 올라
또 한 편의 우리의 추억이 시작되었다.
추억 만드러 여행을 떠납니다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