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일전에 가지치기를 하고 버려진 매화 나뭇가지를 가져왔는데
매화나무라고는 하지만 그저 한 자루의 나무 꼬챙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꽃병에 나무 가지를 꽂아놓고 매일같이 따뜻한 물로 갈아주고
햇빛 들어오는 베란다 창가로 옮겨주며 정성을 다했더니
매화가 소복하게 피어올라 우리를 감동시켰던 그 일은
초봄을 맞아 우리 집 빅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 매화가 지고 나니 남편이 이번에는 장미 가지치기를 했다면서
붉은 장미를 한아름이나 안고 왔다.
거실 한쪽 코너에 장미를 푸짐하게 꽂아 놓으니 그 분위기기 좋아서
매일같이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지게 해 주었으며
문득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말과 함께 딸과 함께 여행을 했던
프랑스의 드넓은 베르사유 궁전을 쏘다니던 생각이 떠올라서
좋은 추억시간이 되었다
베르사이유 장미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나니
남편이 이번엔 동백꽃이 가득 담겨있는 종이 가방을
내 앞에 쓰윽 내밀었다.
2월 24일
동백꽃 꽃망울은 작고 몇 알 되지는 않지만 두텁고 큰 나뭇잎이 많이 달려있었서
큰 종이가방에 한가득이었다.
"그런데 꽃망울이 이렇게 탱글탱글하고 단단해 보이는데
집안에서 활짝 꽃을 피워줄까"하며
나는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동백꽃망울을 들여다보았다.
2월 25일
집에 와서 하루를 지났는데 동백꽃망울이 살짝 입을 열었다.
소슬 소슬 추운 공원에 있던 동백이 집안으로 들어와 하루를 자고 일어나더니
게슴츠레한 눈으로 꽃잎이 살짝 입을 열어 "여기가 어디예요?" 하며
두리번두리번하는 듯했다.
2월 27일
집에 온 지 이틀이 되자
동백은 이제는 제대로 된 꽃모양으로 피어났다
가지치기를 할 때 입은 상처인지 가장자리가 난 상처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피어나고 있어 안쓰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아프겠네...'
꽃다운 면모를 갖춰가며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던 동백꽃이
어느 날 아침에 나가보니 꽃 한 송이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져 있었다..
두둥~
아직은 더 활짝 피어올라도 좋을 텐데....
그리고 그 다음날, 다른 꽃송이가 통째로 툭 툭...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집 안에서 클 수 있는 한계인가 보다
꽃잎이 시들어서 떠나는 것은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렇게 멀쩡한 꽃이 통째로 툭하고 내려앉으니 심장이 쿵! 하는
기분이 들었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렇게 빨간 동백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을 즈음하여
남편이 이번엔 색다른 핑크계열의 예쁘게 생긴 동백꽃가지를
또 한 가방을 들고 왔다.
이번엔 꽃송이가 커서 금방이라도 시들어 버릴 것만 같다
먼저 사진부터 찍어 남겨두어야겠다며 사진부터 찍었다.
이렇게 만난 우리,
좋은 인연이지
떠나가는 모습도 아름답네
오밀조밀 빈틈없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는
조화로운 꽃잎 모습을 들여다보며
잠시 동백꽃 멍~
꽃잎 한 장 한 장이 예술이다
3월 20일
귀하고 귀한 구슬을 입에 물고 있는 듯
오늘은 귀한 보물을 보여주는 듯하다..
올해 초봄은 집안에서 온통 꽃잔치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찮아도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외출이 꺼려지는 요즈음인데
멀리 나갈필요도 없이 집안에서 이렇게 꽃구경을 즐겼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런 즐거움을 준 서방님께 그저 감사하지요.
내참! 꽃가지를 가져오는 것은 반겼더니
어느 날은 소철을 모양이 이쁘다며
마치 횡재라도 한 것 마냥 웃으며 비닐에 담아 모셔온
아기 소철을 내게 내미는 것이 아닌가
어머? 이 소철은 실내에 두면 안 되는데
더구나 집에 아기가 왔다 갔다 하는데 찔리면 큰일 나지요 해서
소철은 바로 베란다로 내보내게 되었는데
눈길 한번 안 줘도 저렇게나 쑥쑥 잘 자라고 있다.
지난겨울에 각종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난 후
그야말로 손가락 만한 나무가지를 여러 개를 가져와서
남편은 저렇게 작은 화분에 저렇게 꽂아두었다.
오늘 관심 가지고 들여다보니 새순이 이렇게 올라와 있어 신통했다
그야말로 손가락 만한 나뭇가지를 흙에 묻어 두었을 뿐인데...
남편의 관심과 취미는 바로 이러한 곳에 있었나?
남편의 제2의 인생은
이러한 식물과 함께 하는 친환경 쪽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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