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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늘의 방/나의 신앙생활 : 가톨릭

눈물의 의미

기가 막히게 좋은 봄날

이러한 날은 집안에 있으면 손해 보는 느낌

나갔다 와야겠다

문득 예전에 동경교구 성당순례를 다녔을때

멋진 성당이라고 기억에 남아있는 성당이 있다.

검색을 해보니 2018년 4월에 다녀왔는데

히몬야 성당이라고 일명 사레지오 성당이라고 부르는

성당이 떠올랐다.

 

맨 처음 동경교구의 46개 성당 순례를 하겠다고 시작했을 땐

내가 내게 내어 준 숙제를 빨리 끝마치고 싶다는 마음에

하루에 나서면 두세 개의 성당을 묶어서 다녀오곤 했었다

그러다 보니 느긋하게 그 동네를 구경하고 차분하게 기도와 묵상의 시간은

제대로 가져보질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성당이 있는 동네를 찾아가서 낯선 동네 구경도 해보고

그 성당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 나갔다 오자며 길을 나섰다.

 

 

 

가쿠게이 대학(学芸大学) 역에 하차

 

 

역 앞에 나서니 몇 개의 골목길이 펼쳐져있었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야 하나

 2018년 4월에 다녀갔으니 기억을 더듬어 보며

예전 블로그를 검색해보기도 하고 구글 지도를 펼쳐보기도 하며

니 혼자만의 여행이 시작되니 가슴이 두근두근 

그 설레는 기분이 좋았다.

 

 

사진에는 없지만 KALDI 앞 길로 들어가는 것으로 기억해 두자.

 

 

서점의 셔터 그림이 참으로 서점스러워서 눈길을 끌었다.

붉은 글씨로 아쿠다가와 상(芥川賞)이라고 크게 쓰인 문예춘추가 눈길을 끌었다.

작은딸이 게이오 대학입시 면접 때  5명의 면접관 앞에서

"올해의 아쿠다가와 상은 중국인이 최초로 입상을 하였는데

앞으로 한국인 최초로 내가 아쿠다가와 상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말을 하여

면접관 전원이 흡족해 했다는... 

나는 작은 딸이 언젠가 이 아쿠다가와 상(芥川賞)을 거머쥐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ㅎㅎ 그 딸에 그 엄마다. 

 

 

보육원 유아들을 태운 손수레

그리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유아들이 참으로 앙증맞기에

곁눈으로 힐끔휠끔 쳐다보며 지나갔다

아기란 어쩜 이리도 귀엽고 이쁜 존재일까

 

그래도 이 동네는 부촌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동네인데

이렇게 허름한 집이 웬 말이냐

 

담장은 내손으로 건드리기만 하며 그대로 풀썩 힘없이 넘어질 것만 같고

집안은 말해 무엇하랴 그 분위기가 안 봐도 척 상상이 된다

무슨 연유로 이렇게 방치를 하고 있을까...

 

 

동네가 참으로 오래된 동네임을 느끼겠다

거미줄처럼 엉킨 전깃줄 하며 길가에 줄지어 서있는

수령이 오래된듯한 벚꽃나무

 

벚꽃이 피어올라 만개를 하면 이 길은 새로운 분위기로 

벚꽃명소로 떠오르겠구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은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성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2018년에 이곳에 왔을 때 주임신부님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이탈리아인으로 성함은 Fr, Achille Loro Piana

요즘도 주임신부님으로 계시려나....

5년 전의 나의 모습을 지금 보니 참한 모습이네 지금은 아휴~~~

 

 

성당내부는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참으로 화려하고

마치 내가 해외 성당을 찾은 기분이 들정도이다

그때 주임신부님께서 도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라며 자랑하셨는데...ㅎ

 

성당 맨 뒷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잠시 묵상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새 살금살금 조용히 들어온 하객들이 모여들 서있어 있어 깜짝 놀랐다.

성당에서 결혼식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눈치챘지만 예식시간이 지금이 될 줄이야...

중간에 나가기도 뭣하고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문득문득 재작년 12월에 결혼식을 올린 작은딸의 웨딩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신랑신부 퇴장을 시작하자 다들 박수를 치길래

나도 일어서서 축하의 박수를 쳤다

나 뭐 하는 사람임?? 

한국에는 축의금을 전달해 주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더니

내가 마치 그 아르바이트생 이라도 된 것 같네

후후훗!

 

 

 

 

하객들은 퇴장하고 양가 친인척과 기념촬영이 있길래

나도 슬쩍 일어나 성당 밖으로 나왔다

나처럼 왼쪽에 4 사람도 우연히 성당에 들렀다가

결혼식을 구경했던 구경꾼이다.

나 혼자가 아니어서 좋았다. 

잠시잠깐 든든히 동지 같았던 사람들ㅎㅎ 

 

 

 

하객들은 밖으로 나와서 대기 중

나는 길건너에서 가려다 말고 계속해서 구경꾼이 되어 서성거리다

 

 

신부친구들이 기모노를 많이 입고 왔네

 

 

꽃세례를 받고 있는 신랑 신부

 

 

짝짝짝 박수와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는 풍경

 

 

저들을 뒤로하고 나는 이제 그만하며 발길을 돌렸다

나 오늘 뭐 하는 사람이었음????

전철 타고 달려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혼례식에 참가하여 시종일관 지켜보고

사진 찍고 동영상까지 찍고 돌아서는 나

그런데 돌아서서 걸어가는 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뭐야? 이 눈물은 뭐지? 

재작년에 결혼식을 치른 작은딸이 보고 싶었나?

꽃가루 탓일 거야!

인생을 느꼈나?

 

이 '눈물의 의미'를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돌아오는 길엔

중국집에 들러 소롱포와 볶음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나는 혼자서도 잘 놀고 혼자서도 잘 먹고

이제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참으로 즐기게 되었다는

요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