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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생활 일기

초보 장모의 첫명절


해외생활을 막 시작하고

 

명절 고향가는 길이

평소보다 두세배는 걸렸던 그시절마저 그리운 마음이 되어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설레임에 나도 동참하고 싶어서

추석전날과 당일엔 도무지 일손이 잡히지 않았었다.


딸들이 커 가는걸 보며

내가 간직하고 있는 명절에 대한 소중한 추억은

딸들에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해서라도 명절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명절음식 한가지라도 해 주려고 했고

둘러 앉아서 송편이라도 빗어보는 추억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난 다음부터

최근 몇년간은 몸도 맘도 솜씨도 따라주질 않으니

음식 만드는것도 번거롭고....

그러다보니 명절이 가는지 오는지 흐지부지 보냈다.


그런데 올해는

사위 생각이 났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온국민이 들썩거리는 명절인데

고국 떠나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명절인데

그저 찍소리없이 아무일 없는것처럼 보내기엔

사위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영차 힘내보자

초보 장모로서 어디 솜씨를 발휘해 볼까나

 


송편을 만든다고 하니

남편이

" 그만 한국시장에 가서 조금 사오는것이 어때?"

하는것이다

사람을 뭘로보고...

꼭 내가 해보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아이구아이구....


송편을 만들기위해 쌀가루를 샀다

그리고 호박을 삶아 넣고, 쑥가루를 넣고 삼색 반죽을 치대서

여기까지는 그렇듯 했는데....

그 다음은 말을 말아야겠다


송편 그거 쉬운일이 아니네

송편 하느라 에너지가 바닥이 나서

다른 음식을 하는것이 힘에 부쳤다

아이구아이구... 

남편 말을 들을걸 그랬나


다치우고 뭐라도 시켜 먹을까??


아니지아니지 그래도 내손으로 해봐야지

나는 장모이니까 ㅎ



네 가지 지짐을 부쳐서 이렇게 담았다

이 부침은 그런데로 명절음식같은 그림이 완성되어

장모로서의 체면이 섰다

잡채를 하려고 재료를 사다 두었는데 통과하고

불고기를 해서 대따 큰접시에 푸짐하게 담아내고

김치도 푸짐하게 썰어내고... ㅎ


칼퇴를 하고 온 사위는 그저 싱글벙글 하며

어찌나 맛있게 먹어 주던지...

우리 이서방이 사람이 참 이쁘다.


이렇게 하여

초보 장모의 첫 명절이 무사히 지나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