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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생활 일기

참으로 사람일이란 모를일이다

한낮에 내리쬐는 햇살은 여름이지만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없는 가을 하늘이다.

그 하늘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마음 곳곳에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는듯하다.

 

지난 주일은 내 교적이 있는 한인성당이 아닌

집 가까이에 있는 일본 성당으로 주일미사를 드리러 갔다.

덴엔조후 성당(田園調布)을 가면서

생각해보니 '사람 일이란 정말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소름 끼칠 정도이다.

 

2018년~2019년 약 2년에 걸쳐서 도쿄 교구에 속해있는 성당 중에

도쿄 시내에 있는 성당 46곳을 순례를 한 적이 있다 

그중에 2018년 4월 말에 다녀온 덴엔조후 성당(田園調布)은

첫인상이 참으로 좋았는데 성당을 나오면서

이 성당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뚜리 뚜리 동네를 살피니

살아보고 싶은 동네라는 생각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었던 지역과는 아주 먼 곳

그것도 한번도 가 본적이 없었던 지역에 있는 성당이며

그 동네에 가서 산다는 것은 그때 상황으로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이 정년퇴직을 앞둔 시점이라 퇴직을 하면 귀국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일본에 거주를 한다고 해도 살던 지역에서 그다지 벗어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이 성당에 다니면 정말 좋겠네"라고

막연하게 그런 생각과 잠시 그런 꿈을 꾸며 성당을 돌아서 나왔는데

불과 4년 후에 전철로 불과 7분 거리에 내가 와서 살게 되었고

주일미사를 드리기 위해 이곳 덴엔조후 성당을 찾아들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이사를 와서야 알았다.

그때 내가 다니고 싶어했던  덴엔조후 성당이

지척에 있다는 사실을!

 

 '참으로 사람일이란 모를 일이다'

 

 

 

전철역에서 내리니 5분 거리에 성당이 있었다.

우거진 나무속에 위치한 성당으로 미사를 드리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었다

 

 

 

참으로 청명하기 그지없는 하늘 아래 우뚝 서있는 대 성당

4년 전 성당 순례를 왔을 때는 이 성당문이 굳게 닫혀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소성당에 가서 성체조배만 하고 돌아가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늘은 당당하게 대성당의 열린 문으로 들어가서 주일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감개무량이다.

 

 

 

 

덴엔조후 성당(田園調布教会)

일본 공식 명칭은 '가톨릭 덴엔조후 교회'이다

창립 : 1932년 10월 4일

신도수 : 3,663명 (2017년 12월 31일 기준)

 

(고요한 분위기라서 조심스러웠지만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강한 충동에 살짝! 후딱! 찰칵!)

 

 

 

성당 입구에 들어서니 양쪽에 준비되어 있는

열 체크와 손 소독을 하고 방명록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썼다. 

방명록을 쓴 순서대로 주어지는 번호,

그 번호가 내가 앉을 좌석번호이기에 내 번호가 붙어있는 좌석에 가서 앉았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미사를 마치고

성당 안에 계시는 성모님을 찾아서 여기저기 기웃기웃

아, 저기다!  오른쪽 수풀 속에!

4년 전 그때는  4월 말이었는데 그때 웬 모기가 그리 많았던지..

성모님 앞에 서서 손을 모으고 잠시 서성거렸는데도 

모기한테 난리 나게 먹혔다는...

 

 

 

반갑습니다

제가 4년 만에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자주 뵐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를 이곳으로 불러주셔서...

 

(오른쪽 눈 아래 검은 먼지 같은 것이 있어서  떼 드리고 싶어서

내 오른손이 막 올라가는 것을 꾹 참았다.

나는 어디까지나 아직 객이니 조심스러워서...

사진으로 보고 있어도 내 시선이 오로지 검은 점으로 초집중을 하네)

 

 

 

 

아씨시 프란치스코

(수도사, 프란치스코회 창설자)

 

 

활짝 문이 열린 주일의 성당을 뒤로하고

이제 자주 들리겠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리고 나왔지요 

그라시아, 소원이 이루어졌네요 ㅎ

 

 

 

역으로 돌아가는 길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

이 동네에선 아파트는 참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원주택이 많은 곳이라 그 점이 나를 더 혹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성당에서 역으로 가는 길에 이렇게 벚꽃나무가 늘어져 있으니

봄철에 벚꽃이 피어 늘어지면 성당에 오가는 일들이 더더욱 즐거워지리라

 

 

덴엔조후 전철역 앞 광장엔

일요일이라 무슨 공연을 하려나

특설무대를 만드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몇 시 공연일까??

햄버거라도 하나 사 먹고 기다렸다가 공연이라도 보고 갈까

 

 

 

오늘은 덴엔조후 성당에서 첫 미사였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토닥토닥...

다음을 기약하며 개찰구에 카드를 찡! 찍고

역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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