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정착한 무더운 첫여름에
집 가까운 곳에서 마쯔리(축제)가 열린다며
저녁 무렵이 되니 온 동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와 모여들기 시작하여
카구라자카(神楽坂)의 그 도로 양가엔 사람들이 넘칠 정도로
옹기종기 모여 앉기 시작했었다.
그 신선한 문화충격의 풍경은 지금도 눈에 삼삼하게 떠 오른다.
그해 이후로 그 아와오도리(阿波踊り)의 매력에 빠져들어
마쯔리구경을 다닌지도 어언 20여 년이 넘었다.
일본의 여름하면
나에게 있어서 이 아와오도리(阿波踊り)는 엄지 손가락을 척!
하고 싶을 정도로 최고의 여름추억이라고 말하고 싶다.
코로나로 지난 3년의 여름을 아와오도리는 문을 굳게 닫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올여름부터 재개가 되었으니
그 화려함과 그 함성이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듯했다.
"얏또샤 얏또샤! 얏또샤 얏또얏또!"
그리하여 아와오도리(阿波踊り)가 열린다는 그날
내가 살았던 그 옛 동네로 단숨에 달려갔다.
아와오도리꾼들이 춤을 추며 지나간 그 길에
이제는 길 양옆에서 환성을 질렀던 구경꾼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하나둘 카구라자카 언덕길을 빠져나가고들 있다.
그 동네를 떠나오며 문득 생각나는 노래가 있었으니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앉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춤꾼들의 장단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듯
여운이 남아 나지막한 소리로 나도 장단을 넣어본다
"얏또샤 얏또샤! 얏또샤~ 얏또얏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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