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수시로 시간 날 때마다 들리는 곳이 있다면
야마테(山手) 거리에 있는 서양관을 기웃거리는 일이다.
그 서양관에서 각국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듬뿍 맛볼 수 있기에
혼자서 기웃 거리는 일도 많지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알려서
구경을 시켜주기도 하는 착한 일을 하기도 한다. ㅎ
그런데 크리스마스 장식을 실컷 구경을 하고 와도 기억에 남는 것은
그 크리스마스 분위기보다는 노란 은행나무가 더 기억에 남으니
이 웬일인가 했다.
자고로 크리스마스라 함은 추운 겨울 손끝이 시려 호호 부는 날씨에
루돌프 사슴이 눈썰매에 선물을 가득 싣고 하얀 눈길을 달려와야 하는데
하얀 눈 대신에 노란 은행잎이 소복소복 깔려 있는 길이라니
루돌프 사슴이 길이 안 좋아 눈썰매는 운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하니
안타까울 노릇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껴보려야 느껴볼 수도 없다는
불만 아닌 불만이....
12월, 은행나무 시즌을 맞이하여 그 노란 은행잎
올해 따라 더 유달리 샛노란 물든 은행나무의 매력에 끌려
짬만 나면 "가볼까 야마테?" "그래! 가보자!"
결정하는데 시간도 안 걸린다.
생각이 떠 오르면 그대로 결정이고
어느새 나는 전철에 올라 앉아 있었다.
요즘 해가 짧아서 금세 해 질 녘이 된다
이 날도 야마테거리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다가와서
급히 발걸음을 옮겨 놓고 있는데 길 건너 은행나무에 묻힌 에리스만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길건너에서 한 장 찍고 미련이 남아 다시 길을 건넜다
가까이 다가가서 또 한 장을 찍고
불 밝힌 실내 분위기가 나에게 잠시 들어왔다 가라는 유혹을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총총총 이곳을 벗어났는데
이때만 해도 바닥엔 떨어져 있는 은행나무 잎이 이 정도였는데
일주일이 지난 오늘 찾아가니 은행나무도 이제는 떠날 준비를 하느라
참으로 분주했다.
일주일 후 다시 찾은 에리스만 저택
실내로 들어가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맛보고 있는데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은행나무잎이 소복 떨어진 곳 분위기도 이쁘지만
강쥐와 사진 찍는 그녀도 이쁘고, 강쥐도 이쁘고...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커플의 출연이 있어
더욱 흥미로운 연출이 되었다
싱그러운 봄날이면
연둣빛 나뭇잎 속에서 하얀 에리스만 저택의 초록색 창덧문이 있어
그 분위기가 싱그럽기 그지없었는데 가을색도 그에 못지않게 좋아서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자꾸만 찍게 만든다.
더구나 살짝 해 질 무렵이라 실내를 불 밝히니
점점 분위기 있어지는 이곳 이 동네...
돌아서 가려는데 문득 눈을 돌린 저 풍경
저 풍경이 어찌나 마음에 들어오는지
같은 풍경을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나 왜 이러는지...
줌을 당겨서 찍고
더 당겨서 찍고
더 더 당겨서 찍으며 사진 놀이를 한참 하고 있는데...
폰이 울리는 소리!
어머나 어머나 벌써 이 시간!
딸네가 우리 집에 저녁 먹으러 오기로 했는데
이를 어쩜 좋아
급히 남편에게 전화해서 "얼른 전기밥솥에 밥 좀...."
그리고 등에 땀이 나도록 달려가서 전철을 탔는데
반대쪽을 타다니...
이런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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