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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

살다 보면 이런 날이 너무도 많아

살다 보면

괜스레 외로운 날 너무도 많아

나도 한번 꿈같은 사랑

해봤으면 좋겠네


살다 보면
하루하루 힘든 일이 너무도 많아
가끔 어디 혼자서 훌쩍
떠났으면 좋겠네


수많은 근심 걱정 멀리 던져 버리고
언제나 자유롭게 아름답게 그렇게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꿈으로 살지만
오늘도 맘껏 행복했으면 그랬으면 좋겠네

 

권진원 - 살다 보면 -

 

 

 

나도 모르게 문득 떠 오르는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옛 생각에 잠겨보게 되었다.

 

일본 정착 초창기 1999년부터 꼭 11년을 살았던 그 지역에서

그 시절 함께 추억을 만들었던 지인을 만났다.

 

 

이곳은 도쿄도 (東京都) 신주쿠구(新宿区)에 위치하고 있는 이구나치오 성당의

소성당으로 하비에르성당으로 불리어지는 곳이다.

창밖에서 비춰 들어오는 자연 채광만으로 낮에도 실내는 이 정도 밝기이며

창문 아래에는 실내와 실외로 연결이 되어 맑은 물이 흐르고 있고

그곳으로 토닥토닥 떨어지는 청아한 물소리가 있어

참으로 운치 있는 곳이다.

 

창쪽에 앉아있는 저 여인을 보니

그 시절에 저곳에 앉아있는 내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살다 보면

괜스레 외로운 날 너무도 많고....

살다 보면
하루하루 힘든 일이너무도 많아
가끔 어디 혼자서 훌쩍
떠났으면 좋겠네

 

권진원 씨의 '살다 보면' 노래 가사처럼

외국 생활 초창기 시절이니 외롭고 힘들일이란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그러했던 시절에 내가 크게 위안을 받았던 곳이라면 바로 이곳이다.

언제 어느 때 들려도 '어쩐 일로 왔냐?'며 성가시게 묻는 사람 없어서 좋고

"그래 잘 왔다. 힘들지?" "쉬었다 가거라" 하시며

십자가에 서 계시는 저분이 언제나 두 팔 벌려 나를 맞아 주시는 듯하니

힘든 일이 있거나 외로운 날이면 훌쩍 뛰어들어 하소연을 하며

내가 쉬어가는 곳으로 언제나 즐겨 찾던 곳이다

 

 

 

소성당에서 들렀다가

이곳 대성당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미사 시작을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가 뎅그렁 뎅그렁 하고 들려온다.

 

큰아이, 작은 아이의 입시 때는 

원하는 대학에 찰떡같이 붙게 해 달라고 매일같이 이곳에 들어와

예수님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져 떼를 썼으니... 후훗 

그 정성이 갸륵하여 "허허 참!" 하시며 다 들어주신 듯하다.

 

내가 40대 끝자락의 어느 날이었다.

큰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무서운 소리에

혼자서 캄캄하고 조여드는 새 가슴을 부둥켜안고

후들거리는 발걸음으로 이곳 새벽미사에 달려왔다.

그날 그 시간에 매일미사 책에서 보았던

나를 지탱하게 해 주었던 보물 같은 한 마디가 있었으니

'지금 너에게 시련을 주는 것은 너에게 깨우침을 주기 위함이다'

 

그날 받았던 단 한마디 그 말씀으로 인해

나는 힘겨웠던 내 인생 최대의 위기를

잘 넘길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나무아래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커다란 저 문을 밀고 성당에 들어서곤 했다.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아른아른 보이는 듯하다.

 

 

 

 

 

성당에서 나와 길을 건너 멀리서 바라본 성당의 모습

조치대학(上智大学)으로 일명 소피아 대학이 보이고 그 앞에는 타원형의 이구나치오 성당이 있다.

그 시절에는 "요쯔야 성당 12시 미사에서 만나요"라고

가까운 역이름이 요쯔야(四谷)였기에

우리는 이구나치오 성당을 가볍게 요쯔야성당이라고 칭하며

지인들과의 만남의 장소로 자주 이곳을 애용하게 되었다.

12시 미사도 드리고 런치를 하며 맛있는 수다도 떨 수 있는 요쯔야(四谷)는

우리에게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먼 훗날 내가 귀국을 하여 일본을 떠났을 경우에

이곳 요쯔야(四谷)는 그리운 곳이 될 것이며,  최고 추억의 장소로 떠 오를 것이며

일본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라면 이곳 요쯔야(四谷)가 될 것이라는

그런 생각마저 드는 곳이 되었다

 

 

 

 

코시국을 지내느라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이곳 요쯔야(四谷)

약 4년 만에 찾아온 요쯔야(四谷)인데 날이 날인 만큼

날씨는 또 어찌나 좋고 하늘도 맑고 이쁜지 감동의 날이었다..

 

그러고 보니

daum 블로그 개설을 앞두고 닉네임을 무엇으로 할까

고심을 할 때였다 

12시 미사를 드리고 성당을 나오니

맴맴맴~ 온 동네를 들썩이며 들려오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이 길에서 신호대기를 하며 하늘을 쳐다보게 되었는데

그때 뭉게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른 여름 하늘이 어찌나 맑고 이쁘던지 

"그래 '여름하늘'로 하자!"며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그리하여 2009년 7월 9일 그날밤 후다닥 '여름하늘'이란 닉네임으로

 daum 블로그를 개설하여 어느덧 14년이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길 건너에 위치해 있는 아뜨레 2층에 올랐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은 이곳이다

실내가 온통 화사한 봄 분위기였기에 내 기분도 덩달아 업되어

자연스럽게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 되었다.

 

 

 

 

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수다로 런치타임이 시작되었다.

 

 

나는 맛깔난 과일 타르트와 따끈한 홍차로

만남의 즐거움을 더해갔다.

 

 

 

 

다음 주 지인 6명의 벚꽃놀이 런치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곳으로 오자고 할까? 좋아 좋아 그렇게 이야기해봐야겠다

마음을 벌써 두둥~ 

 

 

 

창밖 저 멀리에

이구나치오 성당과 조치대학(上智大学)이 보인다.

창밖을 내다보는 즐거움 또한 좋은 오늘 이곳이다.

 

 

살다 보면

외로운 날도, 힘든 날도 정말 많지만

이러한 기분 좋은 날도 많다.

그래서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한 것이지 않을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