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자글거리는 여름이다.
대낮에 밖에 나가면 정말 자글자글 거린다는 표현이 맞고도 남을 여름이다.
이렇게 더울 때는 태풍이 하나씩 올라와서 무더위를 잠재우기도 하더라만
올해는 아직 태풍이 한 번도 열도를 지나가지 않았으니
열도가 가마솥 끓는것 처럼 단솥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마침 금요일 즈음하여 이 지역에도 태풍이 하나 상륙을 한다고 하니
태풍이 이 더위를 몰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하지만 태풍 피해는 주지 말고 이 자글거리는 무더위만 가져가는
착한 태풍이 상륙했으면 좋겠네
'아엔 지유가오카'에서 만남이 있었다.
음식이 정갈하고 담백하니 참으로 맘에 드는 음식이었기에
부담 없이 만족스럽게 싹싹 비웠다.
이 친구가 참으로 좋은 장소를 잘도 찾아냈네
차 한잔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2차로 이 집에 찾아들었는데
각 테이블마다 토끼가 한 마리씩 앉아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토끼와 함께 동석을 하면 왠지 모를 즐거움이 있을 것만 같은
동화나라에 들어온 그런 기분이 드는 곳이다.
어떤 영화에서나 봄직한 그런..
카페라테를 주문했더니
캐릭터가 그려진 책자를 가져다주며 원하는 캐릭터를 하나씩 고르라고 한다.
나는 토끼 두상이 그려진 심플한 카페라테를 주문했는데
막상 마주 하고 보니 너무 귀엽고 이뻐서 마시는 것이 아까워
보고만 있다가 호록 호록 호로록 흡입을 했다.
물병이 어찌나 차더운지 만지기만 해도 오싹오싹
보기만 해도 물맛이 좋게 느껴진다.
덥다고 집콕이 최고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 부지런 떨어 몸을 움직여 나오니
맛있게 차려주는 밥상에 영양가 있는 수다가 곁들여지니
만남이 즐겁기만 했던
자글거리는 어느 여름날의 런치타임이었다.
또 다른 여름 이야기 하나
토라노몬(虎ノ門) SAWAMURA
도쿄 도심에 있는 높은 빌딩숲이 있는 토라노몬(虎ノ門)
주일미사를 드리고 나서 런치를 가자는 연락을 왔다.
그 동네는 지금껏 가 보지는 않았던 동네인데...
예전에 딸이 중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엄마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던 도심은
어느새 다 옛 건물이 되었고 옛 동네가 되었다
예전에는 그랬는데 하며 자꾸 라때를 나도 모르게 이야깃거리로 내놓았다
아이코~ 나도 이젠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봐
이럴 때 그저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상책이지
나이가 들면 그저 지갑은 열고, 입은 다물라고 했다.
도쿄 도심이 어찌나 몰라보게 달라졌는지 초고층 세련된 건물들이 우뚝우뚝
쉴 수 있는 공간도 많고 나무도 많은 멋스러운 도심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에고~ 요코하마 시골에 살다왔더니 눈이 휘둥그레집니다요~ 라며
별별 농담을 다 해 가며....
높은 건물 사이로 푸른 하늘과 여름 구름이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다.
조각조각으로 되어 있는 유리창 어느 곳에 우리의 모습
사진을 찍는 나의 모습이 들어있다 ㅎ
요즘은 어딜 가나 이렇게 모양을 뛰워주는가
가는 곳마다 이러한 라테
4학년이 한 명 있으니 분위기도 달라지고
셀카봉으로 우리를 즐겁게 한다.
지나는 길에 상점도 기웃거리며 킁킁 향 냄새도 맡아보고....
이렇게 건물 안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나서니
자글거리는 여름이라고 내가 했던 말은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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