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아름다워라
지나간 계절엔 그야말로 무덤덤하게만 보냈던 이 은행나무 길이었건만
은행잎이 노랗게 물이 들자 이 길은 변신을 해도 이만저만하게
변신을 한 것이 아니다
가을은 아름다워라 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은행나무 아래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들 함박웃음이다
여기도 걸어보고 저기도 걸어보며
정신없이 카메라 셧터를 눌렀다.
이런 가을을 마치 처음 맛보는 가을인양 감동의 눈빛으로 노랑빛에 취해본다.
이곳은 게이오대학 히요시캠퍼스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게이오대학 정문에서 캠퍼스로 들어서는
길게 늘어선 은행나무 길이다.
행인들의 발걸음으로 인하여
길거리에 뒹굴던 마른 은행잎 부서지는 소리는
마치 12월의 쿠키를 바사삭 깨물어 먹는 소리로 들려온다.
아, 맛있다
쿠키도 은행나뭇잎 부서지는 소리도
맛있게 들려오는 12월이다.
유모차에 탄 아기도 초롱 같은 눈빛으로
처음 만나는 신비스러운 노랑 세상을 두리번거리고 있으리라
황금주단의 길
오늘은 내 이 길에 맘 놓고 나를 맡겨 보아도 좋으리라
저 길 저 장소만 고집하며 떠날 줄을 모르는 여대생들
이렇게 찍어도 이쁘고, 저렇게 찍어봐도 이쁘고
아무렇게 찍어도 이쁜 젊은이들이 길 가득하게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 소리에 나는 내 갈길을 잊고
멀거니 서서 그녀들의 가을을 구경했다.
낙엽이 된 은행잎은 바사삭 가루가 되어
거리는 온통 황금빛 고운 길이 되었다.
가을빛의 조화로움
가을은 정말 이쁘고도 아름답다
캠퍼스로 들어서는 이 길을 걸어 강의를 들어가는 학생들
가을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공부가 되려나? ㅎㅎ
가을이 너무 아름다워 오후 수업 빼먹고 친구들과 갈대밭으로 줄행랑을 쳤던
대학교 2학년 때 그해 가을이 문득 떠오르는 가을이다.ㅎ
황금 주단길이 된 길을 걸어 이제는 이곳을 떠나
또 다른 가을을 찾아 나서자
가을은 아직 우리 곁에 많이 남아있으리라
그들이 떠나기 전에 내가 찾아 나서야지
어서어서...
마음과 함께 발걸음이 갑자기 바빠진다
마지막까지도 아름다운
게이오대학 히요시 캠퍼스의 은행나무 길이다
'생활 이야기 > 요코하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의 크리스마스 2024 / 남아프리카 공화국 (29) | 2024.12.13 |
---|---|
요코하마 도심의 무르익은 가을 (37) | 2024.12.11 |
세계의 크리스마스 2024 / 영국 (0) | 2024.12.10 |
고교 남학생들과 은행나무의 조화로움 (31) | 2024.12.09 |
드디어 가을을 보고 왔다는.... (25) | 2024.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