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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늘의 방/도쿄마라톤 & 워킹

건강한 두 다리를 주셨음에 ,,,,

도쿄마라톤대회 때

대회 공식 카메라맨들이 찍은 사진들 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을 사고 

그 외사진들은 다 캡쳐를 해서 보관을 해 두었었다.

오늘은 그 사진들을 보다가

이사진!  볼수록 감동적인 사진인데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서로 모르는 세사람이 나란히 달리고 있는 모습

세 사람의 얼굴표정을 보니

지금 상당히 힘들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마도 저곳이 40킬로를 넘어서 골인을 불과 얼마 남겨 두지 않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만 보면 손을 들어 웃으며 포즈를 잡아 주곤 했었는데

이 사진을 보니 카메라고 뭐고 도저히 웃어줄 기분도 아니고

그야말로  '나 죽었소'하는 표정들이다.

 

 

 

 

달린다는 것

마라톤 연습을 할때 마지막 한 달을 남겨 놓았을 땐

격일제로 10키로씩 달렸었다.

그랬더니 어느날  다리가 신호를 보내왔다 운동이 좀 과한 것 같다고...

발목이 시큰거리고 근육이 당겨지는 불쾌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연습에 나가서 달리며 두다리를 내려다보니

나의 두다리는 충신이었다.

마음이 하자는데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하며 

부지런히 열심히 다리를 옮겨 놓고 있었다.

아이코 다리가 정말 수고가 많네

"힘들지? 고생이 많다. 영차영차 하나 둘, 하나 둘!"

"주인 잘못 만나 다리가 고생하는구나 야~"

토닥토닥....

내 허벅지를 토닥거리며 위로와 격려를 해주며 달렸었다.

 

문득 옛날에 보았던 시대극이 떠올랐다.

전쟁을 하러 나가는 돛단배 갑판 위에서

투구를 입은 장군이 호령을 한다

" 돛을 올려라~ 자 돌격~ "

둥둥 둥둥....

돛단배 맨 아랫칸에서는 땀을 비 오듯 쏱아내며 

죽어라고 안간힘을 솥아 부우며 노를 젓는 사람들

지쳐서 쓰러져 나가떨어지는 사람들도 생기고...

 

30킬로가 지나고  40킬로 지점을 지나가는데도

마음은 지칠 줄도 모르고 100킬로도 달릴기세로

인정사정없이 외쳤다

" 돛을 올려라~ 돌격~ 이겨야 한다~~ "

마음이 시키는 데로 돌격을 하며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 두 다리는 근육이 뭉쳐 점점 뻣뻣해져 가서

다리를 옮겨 놓는다는 것이 점점 힘들어가는 상태였다.

달리던 길을 멈추고 난간에 다리를 걸쳐놓고

근육을 쭉쭉 펴는 스트레치를 하고 또 하며

통증완화 스프레이까지 뿌려가며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간신히 두 다리를 번갈아 가며 옮겨놓고 있었다

다리야 고생이 많구나 미안해 조금만 더 힘내

 

그렇게 다리를 토닥토닥 달래 가며 골인문을 통과했다.

와~ 수고했어 ~ 정말 수고했어

 

 

풀 마라톤 완주

아무 탈없이 건강하게 달려준 다리에게 참으로 고맙고

또 이렇게 건강한 두 다리를 주셨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가슴 벅찬 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