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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원이 방

기다림 그리고 태윤이 탄생 스토리

 

2022년 1월 24일

"오늘 저녁에 저녁 먹으러 갈게요~"

갑자기 큰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슨 일 일까??

이렇게 갑자기 저녁 먹으러 오겠다는 일은 없었으니까...

"선물이에요~" 하며 뽀얀 리본으로 묶은 상자를 우리에게 내놓았다.

"오늘 무슨 날이야?  갑자기 웬 선물을..."을 하며

리본을 당겨서 풀고 상자를 여는 순간!

상자 안에는 병원에서 받아 온 한점 태아 사진!

나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나중에 영상으로 보니 남편은 눈물을 글썽이고...

그렇게 우리에게 아기천사가 찾아왔다는 기쁜 소식을 받았다.

 

딸 부부는 신혼을 즐기겠다며, 여행을 즐기겠다며

아기 계획은 당분간 없을 계획이라고 선포를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다녔다.

그래 뭐 너희들 생각이 그렇다면... 하며 나도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한 지 3년이 지나고 4년이 지나가니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큰딸 부부에게 이번엔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하늘에서 아기천사가 내려오겠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왜 아직은 아니라고 자꾸 저지하고 있느냐고...

그러다가 아기천사가 기다리다가 지쳐서

이젠 내려오기 싫다고 하면 어쩌냐고..

그래서 그렇게 떠밀려서

큰딸이 임신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2월 1일

4월에 요코하마로 이사 계획이 있기에

일찌감치 이사 갈 동네에 있는 산부인과에 다니기로 했단다

그래서 산부인과에 가는 첫날 동네 구경도 할 겸 온 식구가 다 따라나섰다.

후훗!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지

딸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동안 우리는 새로운 동네 산책을 했다.

 

 

2월 6일 일요일

성당에서 미사 시간 중에 '신자들의 기도'시간이 있다.

이번 주일은 우리 구역이 차례가 되어 4명이 차례대로 마이크를 들고

기도 문을 읽는데 어머 낫! 내가 읽게 된 기도문이

'태아들을 위한 기도' 라니! 이런 우연의 일치!

우리 딸이 임신한 줄 어떻게 아시고

내가 이런 기도를 하게 해 주시냐고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8월 19일

출산을 한 달 앞두고 딸은 출산 휴가를 냈다.

딸 집에 가니 아기 맞이할 준비를 이렇게 하고 있었다

그동안 사놓은 아기용품을 다 빨아서 이렇게 말리고 있었다

"양말이 이렇게 쪼그만 해 호호호..."

만삭의 무거운 몸으로 아기를 맞이할 준비도 이렇게 하고

소파에 누워있다가 곤히 잠든 모습을 보니

친정엄마로서, 같은 여자로서 가슴이 찡해졌다.

저 배를 어찌할 거냐고...

출산의 산통을 잘 넘겨주어야 할 텐데 하며

나의 첫 출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순산하게 해 주소서...

두 손을 모았다

 

 

 

9월 19일

오늘은 출산 예정일이기도 하지만 사위 생일이다.

아기는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사위 생일 축하를 위해 집에서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출산 예정일보다 아기가 빨리 출생을 하면 딸은 병원에서 아기와 함께

우리는 집에서 모두 함께 모여 영상으로 생일 축하를 하자는 말까지 해두었었다.

그런데 만일 예정일 날 출산을 하게 되면 사위 생일이고 뭐고 정신없을 테고

나중에 아빠와 아들이 같은 날 생일을 맞이하게 되면 누가 손해일까??

그런 이야기를 하며 웃었는데...

 

 

 

 

 

9월 21일

예정일이 이틀이나 지났다

딸의 상태가 궁금하여 딸 집에 올라갔다

새벽녘에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통증이 와서 진통인가 하고 

머리 감고 준비를 다 했는데

한번 진통하고 말았다며 웃으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서 출산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방을 들여다보니

아기용품을 깨끗하게 세탁을 하여 차곡차곡 접어서 지퍼팩에 보관을 해두고

이것저것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해놓은 것을 보니

딸은 이제 이렇게 엄마가 되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가슴이 찡해졌다.

 

 

 

새 생명을 맞이 한다는 것

아기가 사용하게 될 이 모든 것을 준비하면서

딸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기를 키우며 새 생명의 엄마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딸을 생각하며

이런저런 만감이 교차하여 눈물이 핑 돌았다.

 

 

우유병 살균소독기, 우유를 타주는 기계....

예전에 내가 아기를 키울 때는 없었던

생소한 육아 용품들을 보며

시대의 흐름을 느꼈다.

 

 

그리고 

 

출 산

2022년 9월 22일 아침 5시 55분

 

태어나자 말자 엄마품에 안겼어요

 

챠밍에서 이 태윤으로 태어났습니다

 

아기 손이 이렇게 작아요~

내 손가락 두 마디 밖에~

 

 

9월 26일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갓난아기를 강보에 싸서 안고 퇴원하는 줄 알았는데

할머니 자격으로 내가 안고 차를 타게 될 줄 알았는데

요즘은 베이비 시트에 아기를 눕히지 않으면 불법이라 한다 하니...

세상에~~

태어난 지 나흘밖에 안 된 아기에게 안전벨트를 하다니

아이고 세상에 세상에

 

 

 

해서 이런 모습으로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답니다

출생 나흘 된 아기에게 배넷저고리가 아닌 외출복으로 입혀 놓으니 큰 아기 같다

 

 

 

발 뒤꿈치에는 밴드를??

퇴원 전에 각종 검사를 위해 채혈을 했다고 한다

아이쿠 세상에나

 

 

 

 

10월 1일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만세~

아주 깊이 잠이 든 모습

들여다보니 그야말로 천사가 따로 없다.

 

 

10월 6일

태어난 지 꼭 보름이 지났다

이젠 눈을 뜨고 있는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고

빛이 비치는 전등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다리에 힘이 생겨 다리를 쭉 펴서 밀어내기도 하고

목에도 힘이 들어가는 걸 보니 곧 목을 가누게 될 것 같다

빙그레 웃는 표정을 지어 우리를 즐겁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딸꾹질도 이쁘게 하는 태윤이

이상

벌써 손자 바보가 된 여름하늘의 손자 이야기였습니다

이쁘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