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kbs다큐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 '무섬마을'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무섬마을이라면 경북 영주에 있는 마을인데
그동안 참으로 까맣게 잊고 지냈다.
영주라면 내가 태어 난곳이고
내가 여고를 졸업할때까지 내가 성장을 한 지역이기에
무섬마을 다큐는 처음부터 끝까지 숨죽이며 스르륵~ 빠져 들어 보게 되었다.
그중에 내가 빠져들어 가슴을 울리는 대화가 있었으니...
무섬마을 반남박 씨 종가에 며느리를 보게 되어
팔순을 앞둔 고모님이 정성 들여 만들어 온 신행잔치 음식을
질녀에게 보여주며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이다.
고모님의 말씨는 그동안 내가 깡그리 잊고 지냈던
내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영주 말씨였다.
"야들 아부지(아버지)도 아직 계셔도 될 건데 갔제요
야들 어메(어머니)도 실컷 살아도 될 건데 그렇게 훌쩍 갔제"
"네 엄마가 있었으면 손부 본다고 얼마나 좋아했을까"
어릴 적 어른들이 나누는 대화를 귀동냥으로 많이 들어왔던
바로 그런 말씨였다.
대화내용도 우리 언니와 고모가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
느껴져서 순간 내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리고 눈물이 주르륵~
참으로 잊고 지냈다.
너무나도 잊고 지냈다.
이 집에도 고모가 많은 듯하다
우리 집에도 아버지가 장남이고 그 아래로 고모가 6명이나 되었으니
그 예전에 엄마가 고된 시집살이 한 이야기를 툭하면 들려 주셨기에
나는 시누이 많은 집으로 시집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ㅎㅎ
이제는 엄마도 아버지도 안 계시니
사진에 있는 저 사람들처럼
"아직 살아 계셔도 될 텐데..." 하며
우리 엄마 아버지 이야기를 영주말씨로 들려주실
고모들과 마주 앉아서 저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진다.
예전엔 저렇게 꽃가마를 타고
외다리를 건너 무섬마을로 시집을 왔다고 하는데
이번에 반남박 씨 종가에 며느리를 보게 되어
무섬에서 40년 만에 신행행렬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분들이 꽃가마를 타고 무섬마을로 시집을 온 동창생들 이란다
이들의 대화도 물론 영주말씨이었기에
나는 마치 집안 아지매들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
그 자리에 내가 함께 앉아 있는 듯한 착각 속에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빙긋이 함께 웃기도 하고
그야말로 오랜만에 고향생각에 푹 빠지게 되었다.
외다리를 풍경으로 이미자 씨의 '아씨'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어찌나 심금을 울리던지요...
아버지 엄마 신혼시절의 사진을 보며
잠시 그리움에 젖어봅니다.
잠시 한국에 다녀 오겠습니다.
얼마전에 은퇴한 남편과
오랜만에 내 나라 내 고향에 다니러 갑니다
그리운 목소리 많이 듣고 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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