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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이웃과 함께

도쿄도심에 이렇게 여유로운 공간이 있다니..

평소 절친으로 지내던 4인방

그중 한 사람이 옛 추억이 가득한 동네로 우리를 안내하겠다고

가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모두들  "좋아요 완전 좋아요"라며

100% 찬성을 모우는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으나

워낙 바쁘신 우리들(?)이라 날짜 잡는데 시간이 걸려

합체하는데 한 달 반이나 걸렸다는...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ㅎㅎ

 

도쿄도심 메구로구(目黒区)에서 만났다.

식사를 하고 메구로 구립 코마바(駒場) 공원에 있는

구 마에다 가문 본댁(旧前田家本邸)과 일본 민예관이 

우리가 오늘 둘러볼 곳이란다

 

 

 

런치를 위해 예약을 해두었다는 곳으로 들어서니

옷을 좀 차려입고 나올걸 그랬나 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차분한 레스토랑이었기에

주변 분위기를 살짝살짝 곁눈질을 해가며 안내를 받으며 가서 앉았다

 

 

요리는 예술이라는 말이 문득 떠 오른다

셰프께서 분명 무엇을 뜻하며 음식을 이렇게 담아냈을 텐데....

 

 

 

요리조리 감상에 잠시 잠겨보다

 

 

 

자 그만~

감상의 시간은 끝내고 어서 맛있게 들자구요

 

 

 

1929년에 지어졌다는 구 마에다 가문 본댁(旧前田家本邸)

약 1만 평 부지에 세운 영국 튜더 양식의 양옥이란다.

 

 

양옥 1층은 만찬을 하는 중요한 사교의 장이었고, 2층은 가족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주인의 서재에는 전화와 초인종이 비치되어 있어 당시 귀족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양옥의 남쪽으로는 잔디 정원이 펼쳐져 있어 시원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고요한 숲을 느끼게 해주는 정원에서

잠시 눈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보기도 하며

더운 여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1936년에 개설되었다는 일본 민예관에 들러 민예품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리고 같은 동네에 고풍스럽고 정스러운 찻집에 가서

차를 한잔하고 가자고 한다.

그런데 그 찻집은 문이 닫힌 날이 많아서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번 가봅시다라고 하여 따라가는데 공원을 지나고

또 이러한 건널목도 건너게 되었다.

우린 모두  두리번두리번 하며 "어머! 여기가 도쿄 도심 맞아요??"

"세상에 도쿄 도심 속에 이러한 곳이 있다니요"

갑작스러운 반전에 오히려 나는 슬슬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철길엔 전철이 지나가줘야 생동감이 있는 것이지"하면서

전철이 지나가주길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선선히 내주문에 응해 주는 예쁜 지인들이다 ㅎㅎ

 

이 동네에 있는 유명한 도쿄 도립고등학교에 아들을 보내면서

학모모임으로 학교에 자주 드나들 때 이 길을 이용했으며

학교엄마들끼리 만남도 자주 이루어졌기에 이곳은 추억의 동네라고 한다

"그러니까 동경대학에 들어간 아드님이 바로 이 동네 도립 고등학교를 졸업했군요"

그 아드님이 벌써 마흔이 넘었으니

이 동네에서의 추억은 때로는 그립기도 하고 참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위 사진 속 인물 중에 두 사람이나

동경대학에 아이를 입학시킨 장한 한국의 어머니들이다

정말 동경대는 아무나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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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바로 이 찻집이야" 하며

찻집이 문이 열려있음에 지인은 참으로 반가워했다.

허름한 간판에 '음악찻집  ENSEMBLE'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런데 4시에 폐점이라고?? 하며 시계를 보니 3시가 다 되어가는데 

어쩌지? 일단 들어가 보자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들어서니

주인인듯한 할머니께서 우리에게  

사정에 의하여 4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으셨다

 

지인이 평소에 찻집 앙상블에 들리고 싶어도 문을 닫힌날이 많아서

늘 아쉬웠는데 오늘은 이렇게 문이 열려있어서 지인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잠시 차 한잔하고 가겠다며 들어갔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서니

입구에는 각종 오래된 소품들로 빼곡~

예스러운 분위기를 보며 이 찻집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리가 음료를 주문을 하고 잠시 후 돌아다보니

할머니께서 한 손엔 찻잔을 다른 한 손엔 찻잔 받침을 들고

그것도 무거우신지 파르르 떠는 손으로 들고 오셨다.

우리가 앉아서 받아먹기 민망하여 아이쿠 하면서 후다닥 달려가서 

우리가 마실 차를 우리가 들고 오니 미안하다고 웃으셨다.

할머니께서는 91세라고 하시며 

아들이 이 찻집을 운영하는데 본인은 도와주고 있다고 하셨다.

 

아들의 본업은 다른 곳에 있는지 이 찻집은 문이 닫힌날이 많다며

평소에 이 찻집을 들리고 싶어도 문이 닫힌 날이 많아서 

아쉬움의 발길을 돌리곤 했는데

오늘은 문이 열려있어 참으로 운이 좋은 날이라고

또 한 번 지인이 배시시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벽면에는 저쪽엔 옛 레코트 판이 좌악 꽂혀있고

가운데 커다란 피아노가 있는 것으로 봐서 찻집에서

가끔은 미니 연주회를 열어 들려주기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옛날 그 시절엔 아주 번성을 했던 멋진 찻집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찻집에 들어설 때 아무도 없는 찻집 안에

쿵쾅쿵쾅 울려오던 클래식 음악이 참 좋았는데

우리가 한창 수다를 떨다가 실내가 조용하다는 걸 눈치채고

왜 음악을 껐냐고 물으니 이야기를 재미있게들 하길래

시끄러울까 봐 껐다고 하시네 후훗 

"아니에요 우리 음악 좋아해요." 라며 다시 틀어달라고 주문을 했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또다시 수다가 시작되었는데

신나게 수다를 떨다 보니 무슨 음악을 틀어주었는지

지금 생각하니 도통 기억이 안 난다 후훗 

 

 

 

잠시 후 찻집을 운영하는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돌아와서 4시에

문을 닫는다고 하니

할머니께서 다시 오셔서 괜찮다면서 더 이야기하며 놀다 가라고

그때까지 있어주겠다며 친절을 베풀어 주셨다.

우리는 할머니의 그 말씀에 힘입어

안심하고 또다시 수다 삼매경이 빠져들어갔다

 

 

이 집에서 직접 구워서 대접한다는 한 조각의 케이크를 

포크로 자르며 테이블을 쳐다보니 찻잔도 그러하고 테이블도 그러하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라는

최백호 씨의 노래가 문득 생각이 나서 흥얼거리며

혼자 빙긋 미소 지었다.

지인들이 의아해하며 다들 나를 쳐다보네 후훗

 

최백호 씨의 '낭만에 대하여'는

나는 1절보다는 2절 가사가 더 좋더라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 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할머니 주인님의 배려로

폐점 시간인  4시보다 한 시간가량 더 맛깔난 이야기를 나누다가

더 이상은 기다려 주시는 할머니께 미안하다며 일어서서

그리고 감사하고 고맙다며 인사를 꾸뻑꾸뻑 하고 찻집을 나섰다

 

민예품 구경도 좋고, 옛 서양관 구경도 좋지만

전철이 지나가는 기찻길이 있는 풍경이 좋았고

뭐니 뭐니 해도 지인의 추억의 찻집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수다삼매경에 빠져 들었던 시간이야말로

감칠맛 나게 좋았던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