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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이웃과 함께

11년이 된 인연을 긴자에서 만나다

두 달 전부터 우리의 한국일정이 잡혀있었다

시어머님의 구순 생신과 태윤이의 첫돌 그리고 추석이었으니

명백하게 100% 출석을 해야 하는 굵직한 행사를 앞에 두고 있는데...

 

어느 날 그레이스 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추석연휴에 도쿄에 간다고...

뭐라고요? 하필이면 이번 추석에요?

사실 우리는 일본으로 온 이후로 추석 때 한국에 가본일이 없는데

올해 처음으로 추석을 한국에서 보낼계획을 하고 있었다.

참으로 만나뵙고 싶은 그레이스 님 이기에 안타까워서

나는 발을 동동 굴렸다.

 

그랬는데 내가 9월30일에 일본으로 돌아오는데

가마쿠라에 계시다가 10월 2일에 도쿄에 오신다 하니

드라마틱하게 살짝 어긋날뻔 했는데도 그 와중에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날짜는 있다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나는 한국에 있을 동안에도

일본으로 돌아가면 그레이스 님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그랬는데 나는 한국에서 피로가 누적되어

일본으로 돌아오니 목이 심하게 부어올라 아프고 목소리까지 잠겼으며

급기야 열이 38도까지나 올라갔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먼저 코로나는 아닐까 무척 걱정스러워 검사부터 했는데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라 하여 한시름 놓았다.

코로나였다면 정말 일이 드라마틱하게 돌아갔을것이다 ㅎ

그래도 만에 하나 감기라도 옮으면 안 된다 싶어서

점심을 먹을 형편이 못되니 차를 한잔하기로 하자며 톡을 드리고

마스크로 꼭꼭 싸매고 긴자로 나가는데 어찌나 속상하고 아쉬웠는지 모른다.

 

예전에 몇 번이나 내 블로그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긴자에 그레이스 님께서 좋아하실만한 일식집

키소지(木曾路)에 모시고 가서 대접을 해 드리고 싶었는데

생각할수록 아쉬운 마음 금할 길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호텔에서 만나 차 한잔을 하기 위해 길을 건너...

사진 한판 찍어요~ 하며 팔을 끌어 팔짱을 꼈다.

 

그레이스 님과 알게 된 것은 동아 담소실에서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쑥대밭이 되었을 때

나는 처음 당하는 큰 지진이라 처음엔 무섭다기보다는 

뭘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몰라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하지만 밤새 텔레비전을 통해 보니 쓰나미로 인하여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며 물속으로 사라지고 집들이 떠내려가고....

급기야 후쿠시마 원전이 터지고 그 여파가 도쿄에 까지 퍼져서

사람들이 한국으로, 저 오사카 쪽으로 피난을 간다고 난리를 치니

이 땅에 발 디디고 있는 그 자체가 무서워져서 오들오들했으며

하늘에 날아가는 비행기를 쳐다보며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그러고 있을 때 그때 그레이스 님께서 동아담소실 게시판에

일본에 있는 나의 안부를 묻는 글을 올리셔서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나에게 격려를 해주셨는데

나는 그 글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고 큰 힘이 되었다.

그레이스 님을 만나러 긴자로 나오는데

당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후 2012년에 서울에서 그레이스 님을 한번 만나 뵈었는데

한상 푸짐한 한식집으로 초대해 주셔서 맛깔난 음식을 맛나게 먹게 해 주셨다.

모든 일들이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가득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하다 보니

양가의 굵직한 집안 행사도 함께 치른듯하고

그레이스 님의 특히 첫 손녀 하윤이는 첫정이라 그런지 남 같지 않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레이스 님과 팔짱을 끼고 긴자거리를 건너는데

자주 만나뵌분 처럼 전혀 낯설지 않은 친근감이 들어서

나는 팔장을 끼고 말랑말랑한 그레이스 님의 팔을

살짝살짝 장난스럽게 눌러보기도 했는데

그레이스님 눈치채셨는지요 ㅎㅎㅎ

 

 

함께 점심도 못 먹고...

따끈한 허브티 카모마일을 주문하여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드리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는데

도쿄에서 짠짠하는 생기 발랄한 만남을 꿈꿔왔는데

온통 내 몰골은 푸석푸석하고 급기야 내 목소리 마저도 잠겨서

잘 나오지 않았으니 어찌나 안타까웠는지 에고 에고....

정말 안타깝고 갑갑하기 이를데 없었답니다.

 

 

 

 

나중에 한국에서 만나 뵈면 많은 이야기 들려 드릴게요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그레이스 님~

 

 

 

그레이스 님을 만나 뵈니

그레이스 님은 머리도 얼굴도 어찌나 반짝반짝 윤기가 나시고 건강해 보이시던지요

참으로 보기 좋고 제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그날 저의 몰골은 머리도 얼굴도 몸도 맘도 어찌나 푸석푸석하고 찌들었는지

사진으로 봐도 표시가 나네요.

그레이스 님께서 주신 이 팩으로 피부관리도 하고 영양보충도 하여 회복하고

생기있고 예뻐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레이스 님, 바쁘신 여행 중에 저에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