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북 알프스로 등산을 떠나기 며칠 전
나와 친언니 같이 지냈던 사이토상의 남편분께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다.
나는 장례식이 등산날짜와 겹칠까 봐 장례식 날짜가 언제인지
손가락부터 꼽으며 조마조마하고 있었는데.....
어쩜 이렇수가! 장례식 날짜가 바로
내가 산 정상에서 하루를 묵고 하산을 하는 바로 그날이
장례식이라니! 하필 그날이....
사이토상 남편분은 작년 초봄에 코로나 왁진 주사를 접종하시고
잠시 집에서 쉬시고 난 오후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을 가셨다고 한다
그 원인이 왁진주사의 부작용인지 어떤지 하루 입원을 하시고
여러 가지 검사를 하셨다는데 검사에서 놀랍게도
엉뚱하게 폐암이 발견되었다
그때 이미 폐암은 상당히 진행이 되어 있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날로부터 환자가 되어 입원을 하시고 지금까지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1년 6개월 만에 향년 80세로 이 세상을 떠나셨다.
부부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부군께서는 아주 호탕하신 분으로 이야기도 잘하시는 분이셨다.
1970,80년대에 걸쳐 2번이나 한국에 주재원으로 나가서 생활을 하셨기에
그 당시 우리나라 어수선하던 정세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셨고
한국영화와 한국 사극을 좋아하시고 한국역사에 대해서도 해박하셔서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셨던 분이셨다.
비보를 접하고 사이토상에게 톡을 보내니 바로 전화가 왔다.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면서
요즘은 장례식을 가족 장례식으로 많이 치르는 시대라서
우리도 성당에서 가족끼리만 모여서 장례식을 치룰예정이니
걱정 말고 등산 잘 다녀오라며....
발이 안 떨어지는 나에게 등을 떠밀다시피
어찌나 마음 편하게 해 주시던지 나는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등산길에 올랐다.
나는 등산을 잘 다녀왔다며 소식을 전했고
사이토상은 장례식을 무사히 잘 치렀다며 연락을 주셨다.
그리고 안정이 된 후
니시카사이에서 친하게 지냈던 헬레나언니도 함께
세 사람이 코리아 타운에서 만났다.
노란 벽에 커다랗게 걸려있는 사진은 바로 백종원 씨이고
이곳은 백종원 씨 체인점인 '본가'이다
사이토상이 한국요리를 좋아하시고
우리도 모처럼 한국음식을 먹고 싶었기에 망설임 없이 이곳을 택했다.
삼겹살구이에 야채가 이렇게 푸짐하게 나오니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해물쌈장을 시켰는데 이 쌈장이야말로
바로 밥도둑이었다.
상추쌈에 삼겹살을 올려놓고, 파 저레기도 살포시 올리고, 해물쌈장도 올리고
상추로 꼭꼭(?) 싸서 입안에 넣어서 오물오물....
꿀맛이었다
헬레나 언니도 나도 금세 밥 한 그릇을 뚝딱!
우리는 한국사람들이라 오랜만에 물 만난 고기처럼
이 정도야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 치우지만
하지만 사이토상은 아무래도 쌈 싸는 것도 서툴고, 먹는 방식도 서툴고 하니...
밥도 아직 반이나 남았다.
부군께서 돌아가시고 입맛이 떨어져서 그동안 잘 못드셨다고 하셨는데
오랜만에 먹어보는 한국음식이라며 맛있다고 하시긴 하셨지만
드시는 것이 참....
참 재미있게 생긴
세 손가락 일회용 장갑은 무엇일까요..ㅎ
사이토상은 재미있는 빵이라며
딸에게 보여 줘야지 하면서 영상을 찍으셨다.
우리는 세 손가락 비닐장갑을 끼고
손으로 빵을 잡고 돌려가며 빵을 뜯어서 먹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도쿄 니시카사이에서 만난
보물과도 같은 두 언니와
재미있고 맛있는 디저트 타임이 되었다.
사이토 다카아키(斎藤隆晃)상 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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