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3m 산정상에서 밝아오는 새벽을 맞았다.
눈을 뜨니 산장 창으로 비춰드는 이러한 풍경이 나를 놀라게 했다.
뭐야 벌써 해가 뜬 거야?? 후다닥 일어나 시계를 보니
지금 시각 5시 20분인데...
5시 50분에 해가 뜬다고 했는데...
아침노을이 이 정도이니 얼른 나가봐야겠구나
밖에서 펼쳐지고 있을 풍광에 대한 기대가
나를 설레게 했다.
꽁꽁 얼어 있는 땅이 아침기온이 느끼게 하고
먼동이 트고 있는 하늘빛과 산장에서 비춰 나오는 불빛으로
이 새벽에 내가 산정에 있는 산장에 있다는 것 만으로
가슴 벅찬 즐거움을 준다.
산정에 와야만 볼 수 있는 풍경
오늘은 어떠한 풍광을 맛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
불 밝힌 산장카페
창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불빛에서
향긋한 커피 향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꽁꽁 얼어붙은 추위를 느끼게 해주는 겨울 분위기
하지만 오늘은 10월 23일 누가 뭐래도 가을이다.
마음속은 어디까지나 가을이었기에
이러한 겨울분위기는 춥다라기 보다는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고 있다는 호기심에 설레기만 하는 풍경이다.
하늘에 하얗게 그어진 사선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고 있나?
'별에서 온 그대'가 저렇게 내려왔을까
그대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어제저녁 북쪽 산에서 맛보았던 일몰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동쪽으로는 야트막하게 느껴지는 산들과 각 가정의 새벽 불빛이 점점 점으로
그 동네풍경이 정겹게 느껴진다.
골짜기에 가득 찬 구름은
간밤에 쉼을 하기 위해 골짜기로 모여들었나
마치 하천에 물이 넘실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간밤 추위에 잠은 잘 잤는지...
텐트족들이 궁금하여 삐꿈 살펴보는 나의 살뜰한 마음
먼동이 트니 저 멀리에 후지산이 더 우뚝하니
존재감을 나타낸다.
어느산엘 가나 이렇게 모습을 보여주는 후지산
그야말로 많은 산들을 평정하고 있는 듯
많은 산들의 아버지 같다는 느낌이 드는 새벽이다.
불과 새벽 미명인데
반대쪽 산장이 있는 곳은 벌써 이렇게나 밝아졌다.
새벽 미명으로 이쯤 밝아지면
산장 아래 많은 나무와 겨울 풀들은 눈을 비비며
아침을 맞이할 준비로 일사불란 꿈틀거리는 시간이 되겠구나
점점 붉게 붉게 감홍시빛으로 물들어 가는 동쪽 하늘이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침해를 맞이하기 위해 나선 사람들
두근두근 기쁨과 즐거움이 차오르는 순간이다.
드디어 떠오르는 해님
일출에 더 돋보이는 후지산
아침 햇살을 받아 골골이 붉게 채색되어 가는
웅장한 풍광
이산 저 산 구석구석 골골이 아침햇살이 스며들어
그들의 단잠을 깨우고 있다.
오하요~
아침인사를 나누는 그들의 미소가
보이는 듯 들리는 듯
오하요~
나도 인사를 건네며 미소 지어 보는 아침이다.
산장 마을도 이렇게 환하게 붉게 물들었다
간밤 어두운 추위에 오들오들 떨던 산장도 이렇게 따뜻하게
감홍시 빛으로 물들어 갔다.
오하요~
간밤 추위에 잘들 주무셨는지요
안부를 건네어본다.
아침해는 어느새 산장 마당으로 얼굴을 내밀정도로 떠 올라
산장 지붕으로 올라가 하늘 높이 올라가서 자리를 잡겠구나
해님~ 오늘하루 잘 부탁해~
하늘높이 떠 오른 햇살은 산꼭대기를 물들이고
서서히 골골이 스며들어
산 골짜기 골짜기
그 모두를 우리에게 드러내 보여 주었다.
한 편의 그윽한 드라마가 이루어졌던
산정에서 맞이했던 일출이었다.
감사 감사합니다
ㅎㅎ 아침밥을 보니
그 모든 것을 다 잊고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다.
먹자 먹어야 움직일 수 있고 먹어야 사는 것이다 ㅎ
먹긴 먹되 맛있게 먹어야 한다
요것조것 가리지 말고 골고루 하나하나 꼭꼭 씹고
된장국도 후룩후룩
디저트도 냠냠냠
밥통에 밥 더 있어요
더 드세요
따끈한 차도 마시고요
커피 향이 흘러나오는 아침 카페가 궁금하여
저녁에 이어 아침에도 기웃기웃
난로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
따뜻함이 전해져 오는 겨울 풍경
오늘의 일정은 이웃 산동네를 산책하고
하산이다.
아침 산길이 꽁꽁 얼어 미끄러울 것에 대한 대비로
등산화에 아이젠을 장착했다.
내 등산화에 아이젠을 붙여보는 것은 처음이다
무엇이든 처음이라 함은 기념사진을 남겨야 하는 것이지
그런데 그런데
나는 내 등산화를 보며 사진을 찍었는데
저 뒷배경이 참으로 일품이다.
후지산도 있고 아침을 맞이하는 산골 동네 풍경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그윽한 아름다움이다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다.
골골이 들어 잠자고 있던 구름들이 은은하게 퍼져 올라
온 동네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이웃산의 멋진 풍경 속을 잠시 산책하고
(산책 치고는 강도가... ㅎ)
하산을 하겠습니다
늘 하산을 할 때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다고 산꼭대기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미련 없이 내려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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