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나섰다
무엇이 나를 이 새벽에 밖으로 끌어냈을까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살다 보면 정말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가 많다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
그야말로 상쾌했다.
휘휘 동네 크게 한 바퀴
걷다 보니 14,076걸음을 걸었네.
돌아오는 길에 마쯔야 규동집에 들러
김치 불고기 덮밥을 후후 먹고 왔다.
아침해결도 했으니
오전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 되었음에
새로운 즐거움이다.
얏호!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나무가 있는 집
담장 앞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감나무가 있었던 어릴 적 할아버지의 집
감나무 아래 소복 떨어져 있었던 뽀얀 감꽃
감꽃 목걸이
툭 떨어져 내려앉아 있었는 이른 아침의 감홍시
어렴풋이 떠오르는 할아버지 모습
이 모든 것은 나의 감성을 풍부하게 키워주었던
보물과도 같은 추억이다.
희뿌엿하게 밝아오는 아침기운이
골목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다
아침기운에 아침햇살이 합세를 한다면
감은 더 맛있는 감으로 모락모락 익어가겠지
감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하얀 조가비와 노란 병아리들
삐약삐약....
주인의 손길이 참 이쁘다
일 년이라는 생을 마감하며
감나무가 남기고 가는 최고의 선물이라 함은
붉게 물든 감잎이지
두툼한 잎에 붉은색으로 이리저리 칠을 한
감나무잎 엽서
완전 최고의 가을 그림엽서이다
다음에 가면 붉게 물들인 이쁜 엽서를
감나무에게서 나도 한 장
꼭 받아와야겠다
히요시(日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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