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에서 여름 절정을 알리는 불꽃축제가 한창일 무렵
요코하나 미나토미라이에서도 8월 5일에 불꽃 축제가 열렸다.
포스팅을 하려고 보니 분명 며칠 전에 한 것 같은데 벌써 열흘이나 지나
8월도 어느새 중순에 들어서 있었다.
이 무슨 일로 세월은 이렇게나 빨리 달려
도대체 어디에 종착을 하려고 이처럼 화살처럼 쓩쓩 날아가는지
내 두 눈이 핑핑한다.
올여름엔 예년과는 달리 여름 축제의 현장을 제대로
나가 보지도 못하고
아름다운 여름이 이토록 술술 다 빠져나가는데도 눈치도 없이
정신줄을 놓고 어리버리하게 지내왔다는 깨우침이 든다.
축제가 나를 기다려 줄 것이라 착각이라도 했나
찾아 나서볼 생각도 없이 그저 밍그적거리다 보니 어느새 축제기간은
끝자락에 와 있어 마치 낭패라도 본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아, 내 젊은 여름하나가 이렇게 또 가는구나 야
섭섭~함이 뻐근하게 밀려든다.
지난 8월 5일에 있었던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의 불꽃축제는
2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2만 발이나 쏘아 올
그야말로 환상적인 밤의 무대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구경을 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남편과 나는 같은 장소 같은 불꽃을 따로국밥이 되어
감상을 해야만 했던 그야말로 웃픈 상황이 벌어졌다.
불꽃축제 구경을 가기 위해선
유료 행사장의 티켓을 예약을 하거나 (우리가 알아봤을 땐 벌써 다 매진)
일찌감치 대낮부터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가져간 먹거리를 먹거나 마시면서
대망의 불꽃시간을 기다리기도 하는데...
올해 우리는 이도 저도 아니고 우리가 잘 아는 장소 그곳을 적당히 약속장소로 잡아놓고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한 만나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인산인해로 모이는 곳인데 너무 쉽게 봤다.
남편은 퇴근하는 데로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아 놓기로 하고
나는 손자를 어린이집에서 하원시켜서 집으로 데려다주고
뒤늦게 합류를 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불꽃 오픈시간은 7시 30분인데,
미나토미라이역에 도착 (18시 26분)
남편에게 톡을 했다
"미나토미라이 역에 도착!"
"범선 있는 언덕 쪽으로 와"
"ㅇㅋ"
(18시 32분)
남편에게 이 사진을 찍어 보내며
"여기까지 왔어요 어디 있어요?"
".........."
??? 무슨 일이지? 갑자기 전화가 먹통이다
(18시 43분)
전화는 계속 먹통이고 사람들은 이렇게 많고...
그래도 계속 남편에게 내 위치를 알리기 위해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고....
(18시 44분)
이사진을 찍어보내며 나는 뒤돌아서서 이곳에 한참을 서 있었다
남편이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보여 주려고...
남편에게서 몇 번의 전화가 들어오는데 받으면 먹통이고
이 갑자기 무슨 일이고??
(18시 46분)
젊은이들로 빼곡한 자리에 그냥 밀치고 앉았다
털썩!
(6시 54분)
너무 휴대폰만 철석같이 믿었던 휴대폰 맹신이 불러낸 결과이다
이러한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는 약속이라니 너무 쉽게 봤다
확실한 장소, 특정 건물을 지정해 두지 않았던 것을 땅 치고 후회막심!
사람들이 이리도 빼곡하니 이젠 한 발자국도 옮겨 다니는 것은 무리였다.
(18시 59분)
이제 시작시간이 30여분 남았다
남편 찾는 것은 포기하고, 혼자 불꽃을 즐길 마음의 준비모드로 전환!
(여름하늘 사진)
작년엔 영상도 열심히 찍어 유튜브에도 올리곤 했었는데
올해는 사진 찍을 기분도 아니다
그저 멍하니 불꽃구경을 하며 폰카로 한 장 쿡 찍은 사진이
고작 이 사진이다 (증거물 제시용)
불어오는 밤바람도 시원하고
눈앞에 멋진 광경이 펼쳐지고 또 펼쳐지고
이 더 이상 아름다운 여름밤을 바란다는 것은 분명 욕심이다
이 보다 더 아름다운 밤은 없으리라
혼자 앉아 감탄에 감탄을... 할 것은 다했다.
혼자 앉아 준비해 간 도시락까지 꾸역꾸역 먹었으니...
남편이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므로 다행스럽게 남편도시락과
남편이 좋아하는 시원한 맥주는 남편이 사가는 것으로 했기에
그것은 참으로 다행다행이었다.
이렇게 2024년의 미나토미라이 불꽃축제는
웃픈 이야기로 더욱 잊을 수 없는 여름밤이 되었다.
(남편 사진)
나중에 남편이 찍은 사진을 받아보았는데
위 사진과 비교를 해보니 완전 나랑 사진 찍은 위치가 비숫하다는 사실
관람차, 수박 쪽 모양을 한 인터콘티넨탈 호텔, 그 옆 빌딩이 그대로 똑같다.
단지 나보다 훨씬 뒤 어딘가에 앉아있었다는 사실!
(남편 사진)
(남편 사진)
남편의 이 사진을 보니 어디쯤 앉아 있는지 대략 짐작이 갔다.
왼쪽에 하얀색 높은 빌딩이
내가 찍은 사진의 오른쪽의 저 하얀 빌딩이다
그러니까 남편은 오른쪽 하얀색 빌딩이 있는 언덕즈음에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남편 사진)
마~ 어찌 되었건 간에 아름다운 밤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여름은 이러한 밤이 있어
또 더욱 아름답고도 멋진 여름으로 추억이 남게 된다.
올해는 웃픈 사연 하나 추가요~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드디어 남편과 통신이 연결이 되었다
내가 탄 전철 바로 뒤 전철을 타고 남편이 달려오고 있었다.
축제의 밤 그 웃픈 이야기는
이리하여 막을 내리게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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