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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요코하마

납매 향기가 가득한 작은 사찰

간밤에 비가 내렸나 

창밖을 내다보니 땅 위가 촉촉하다.

창문을 여니 훈훈한 공기가 훅하고 내게 안겨드는듯하다

봄비라도 내렸나?

겨울을 기다리고 있는데 벌써 봄이 찾아 왔다는 말인가

겨울이지만 봄기운이 도는 아침이다.

 

날씨가 이렇게 푹하니 구혼부츠(九品仏)에

납매가 피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남편이 가 보자고 한다.

근 일 년 만에 작은 사찰 구혼부츠(九品仏)에 납매를 만나러 갔다.

 

납매(臘梅)는 음력 12월에 꽃이 피는 매화라고 하는데

일본어는 '로우바이'라고 한다

 

 

 

일 년 만에 찾아오니 일 년 전 추억이 떠오른다

다른 계절엔 한 번도 오질 않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이곳은 오로지 납매를 보기 위하여

찾아오는 사찰이 되었네.

 

 

 

 

오호~ 지붕을 새로 이었나 봐

그곳만 지붕이 산뜻 깔끔한데 몇 년 만에 한 지붕공사였을까

이 사찰에서 아주 큰 행사가 되었겠구나

 

 

너희들 목련이지?

서로 키재기라도 하는 듯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발 돋음을 하고 있다

 

 

갑자기 응성웅성

70대쯤 되어 보이시는 분들이 양손에 스틱을 하나씩 들고 들어들 오셨다

아마도 어떤 단체에서 워킹을 나오신 듯한데 이 사찰이 납매로 유명한 사찰이다 보니

워킹코스에 들어 있었나 보다.

 

 

 

납매나무에 아직 잎이 떨어지지 않아서

노란 잎 속에 노란 납매가 피어있으니 뭐가 뭔지 멀리서 보니 구분이 안되고

지저분하기만 하다

하지만 달짝한 꿀향기가 진동을 하여 코끝을 자극하니

무두들 킁킁킁 숨을 들이키며 

아~ 향기 좋다고 한 마디씩 웅성웅성....

 

 

그리고 이들은 다음코스를 향해 총총총 빠져들 나갔다.

코스를 어떻게 잡았을까 한번 따라가고 싶을 정도로

궁금해지기도 했다.

 

 

나는 노란 나뭇잎 사이사이로 납매를 찾아내어

카메라에 이렇게 담았다.

벌꿀 속에 폭 담겨 있었는지 꿀향이 진동을 하고 

손으로 만져보면 촉촉하게 손가락에 꿀이 묻어올 것만 같은

이것이 납매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어서 노란 나뭇잎들이 다 떨어져 줘야

납매가 탱글탱글 하게 도드라지게 모습을 드러내어

납매의 진가가 발휘될 텐데...

 

 

 

 

 


사찰 입구 쪽으로 나오니 나뭇잎을 나 떨궈낸 납매를 발견!

꿀향이 진동을 한다 

킁킁킁....

 

 

탱글탱글 탱글....

촉촉 촉촉촉~~

 

 

한알을 톡 따서 입에 쏙~ 넣어 보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ㅎ

 

 

향기를 배부르게 마시고 

디음주 중에 한번 더 와 볼까 하는...

사찰 바로 옆에 있는 나뭇잎이 무성한 납매의 완성품을 못 봐서 인지

미련이 남는다 

 

 

 

벚꽃이 피면 이 길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주겠지 하며

사찰을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