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와라(小田原) 시 2025년 매화축제가 2월 1일~24일까지 열렸다.
올해는 날이 평년보다 따뜻하지 않아서 축제기간이라고 하지만
꽃이 많이 피지 않았다고 한다
소가(曾我) 매화숲에서 홍매와 백매 사이사이를 누비며 옴통 매화향기에
몸이 절여질 정도가 되자 슬슬 시장기가 몰려왔다.
"뭐 좀 먹으러 갑시다~~"하며
행사장 쪽으로 가려고 작은 둑을 따라 걸어 내려가는데
둑에서 내려다 보이는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싼 매화마을 풍경이
내게는 너무나도 정겹게 다가왔다.
지금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풍경이라고 하겠지만
머지않아 봄이 내려앉아 산천초목이 연둣빛으로 채색이 되고
군데군데 노란색 민들레, 보랏빛 제비꽃이라도 피어준다면
이 작은 둑이 얼마나 이쁠까 하는
다가오고 있는 봄에게 그러한 청을 넣어본다
이 둑에도 냉이랑 쑥이 돋아 날까?
일본땅이지만 이 뚝에서 한국정취를 느껴보고 싶어 별별생각을 다 해본다.
나무아래 자리를 깔고 앉기란 아직은 춥게 느껴지지만
이들은 아랑곳없이 매화나무 아래 자리를 깔고 앉아 꽃놀이를 즐기는 것으로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웅성웅성....
앗, 매화 저너머로 후지산이 턱 하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후지산도 고개를 쑥 빼고 이곳 오다와라의 매화축제를 들여다보고 있고
꽃놀이를 즐기던 상춘객들도 구름사이로 얼굴을 쑥 내민 후지산과 인사를 나누고자
매화밭에서 후지산을 향해 기립을 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봐도
'위풍당당'이 느껴지는 후지산의 모습이다
모르는 여인과 친구가 되어 이렇게 나란히 서서
'위풍당당'을 카메라에 눌러 담고 있다.
내 옷차림도 완전 겨울 방한복인데
저 멀리 후지산도 머리에 눈을 소복 덮어쓰고 있고
매화나무에도 소복하게 눈이 내린듯하게 보이니
이 사진은 봄 풍경이라기보다는 영락없는 겨울풍경이다.
이 사진을 내밀며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설국에 다녀왔습니다"라고
뻥을 친다면 믿어줄까?
'매화 팝콘 나무'라고 이름 붙여서 불러 줄까
팝콘나무 아래 앉아 자리 잡고 앉아서 뭘 드시고 있으실까
뜨끈뜨끈한 우동이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아기들도 엄마와 함께 꽃놀이를 나왔다
내가 30대일 때 나의 어린 딸들의 모습 같다.
참으로 이쁜 딸맹이들이었는데...
시바야마단지에서 살았던 그때 그 시절이 구름 몰려들듯
그리움이 훅 몰려든다.
역시 후룩후룩 따끈한 우동이었어!
작은 상까지 준비해온 이들이다
뭘 먹고 있을까 줌을 쫘악 당겨서 그들의 음식을 살짝 훔쳐보다
이렇게 남들이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지나가노라니
우리도 급 배가 고파졌다
빨리빨리 가지고요
머릿속에서 각종 먹거리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오다와라 매화 축제'라는 알림이
바람이 사정없이 마구 흔들어 댄다
아 맛있겠다~ 뭘 먹어 볼까
시장이 반찬이다요
남편은 덴뿌라 우동,
나는 매실을 짭조름하게 삭혀서 만든 우메보우시를 한 스푼 담아 올린...
계절 한정품으로 나온 우동을 선택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후룩후룩 국물까지 다 마셨다는...
또 뭐 없을까 기웃기웃
다들 앉아서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은 추울 것 같고...
아, 이거 오늘 같은 날씨에 딱이다!
군 고구마에 윤기가 좔좔 완전 꿀고구마로구나
그런데 사러 가보니 벌써 매진이란다. 다음 군고마는 13시 20분에 나온다고...
이곳저곳 사진 좀 찍고 다시 가보니 웬걸! 벌써 매진이란다
아니! 이렇게 인기가 있는 상품을 왜 그렇게 감질나게 구워내는지
참으로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네 하며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따끈하고 걸쭉한 단팥죽에 새알이 둥둥...
오후로 넘어가자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오고 꽃샘바람이 이리저리 불어오는
변덕스러운 봄날씨에 드디어 그 변덕이 찾아왔으니
우리는 달짝 뜨끈한 단팥국물을 후룩후룩 마시고 일어섰다.
비오기 전에, 추워 지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자고...
하늘엔 먹구름이 저렇게 몰려드는데
사이클을 하는 사람들은 이제야 매화의 현장으로 자전거를 달려 들어서고 있다
어쩌려고요?
아린 두 딸을 데리고 세 모녀도 귀가 중인가 보다
내가 두 딸의 엄마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따라 세 모녀의 풍경이 내게 자주 나타난다
먹구름 때문에 귀가를 서두르는지
전철 시간표를 의식하고 시간에 맞춰 서두르는지...
역시 전철 시간표!
그렇다면 우리는 같은 생각을 가진, 멋진 매화 동지들인 것이지
나의 베프님
오늘 하루도 덕분에 감사한 하루였나이다.
마따 요로시꾸!
옛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역전에 있는 상가
시모소가(下曾我) 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슈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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