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새벽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갔다.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뽀얗게 쌓여 있어
눈을 밟기도 전에 기분은 벌써 두 근 반 서근반으로 저울질을 해댄다

아직은 거뭇거뭇한 새벽 하늘
간밤에 폭폭 내린눈으로 인하여 동네는 뽀얀 별천지다.
성당 앞길은 부지런한 그 누군가의 손길로
이렇게 말끔한 길을 내 놓았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길 따라 성당으로 들어섰다.

드라이플라워가 되어서도 찬바람을 맞으면서
그 자리 지킴이로 서 있던 조그만 장미는
밤새 뽀얀 털모자를 구해다가 쓰고 있었다.
마치 깍지를 쓴 도토리 같이 깜찍 이쁘기 그지없다

간밤의 추위에 성모님께서도
뽀얀 털모자를 쓰시고 따뜻한 망토까지 하셨네요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 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 되시나이다
..........

촛불 봉헌 박스 위에는
고드름을 타고 한 방울씩 한방울씩 물이 타고 내려
고드름의 길이를 더해주고 있다
예쁘다 아기 고드름!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기엔 아쉬움과 눈길에 대한 미련이 생겼다
아침 산책에 앞서 어쨌든 요기부터 해야 할 일이다
하여 우리가 들린 곳은..

어느 이른 아침에,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구수한 빵냄새에 이끌려 킁킁거리며 뒤쫓아가서
우연히 찾아낸 빵집이 이 집이다.
오늘은 이 집에 들어가 자리 잡고 앉아서
모닝 빵을 먹을 생각이다

밀크티도 주문하고 이만하면 만족이다
창가에 있는 네모난 식빵은 달지 않아서 좋았다.
다음에도 아침 식사용으로 애용하게 되리라

졸업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을 보며
글자를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색으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그러고 보니 지금 2월이고 졸업시즌이로구나

아침 8시 29분, 기온은 영하 5도!
영하 십몇 도의 강추위도 겪어 봤는데
영하 5도쯤이야! 하며
영하 5도는 가벼운 추위라는데 생각에 미치자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서울 강추위는 귀가 쨍하니 어는 듯하고
찬바람에 얼굴이 쩌렁쩌렁 어는 듯했다.
하지만 기분은 산뜻하고 상쾌하니 참 좋았다.
그러하니
'난 더위에도 강하지만, 아무래도 추위에도 참으로 강한 뇨자'
인것 같다는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는 소리는 참으로 듣기 좋은 소리다.
눈을 밟으니 책에서 듣던대로 진짜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재미있어서 눈길을 자꾸 걸어보게 된다.

양재천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사람 한 사람 안 보이고 이리도 조용하니
혼자서 막 달려가도 될듯한 그야말로 우리 세상처럼 느껴진다

우선 방울방울 매달린 눈송이부터 폰카에 담자

방울방울 맺힌 이쁜 눈송이였는데
실제는 이렇게 왕방울만 한 눈송이였다는....

정적을 깨고
눈을 뒤집어쓴 승용차가 부아앙~~
달려오고 있다.

뽀얀 떡가루를 보슬보슬 뿌려 놓은 듯한
아무도 밟지 않은 뽀얀 눈길 위를
남편이 나더러
'눈을 이쁘게 밟고 지나가 보라'고 주문을 한다
'이쁘게 밟으라고 하니 자신이 없는데' 하며
마지못해 도장 찍듯이 발자국을 꾹꾹 찍어가며 걸어갔다

뒤 돌아다보니 내 발자국은 이렇게....

발자국도 찍어 봤으니
이번에는 눈 던지기 놀이도 해 보고...

패딩에 모자가 달려 있긴 하지만 나는 써 본일이 없었다
그 모자를 쓸 정도로 예전에 내가 살던 지역은 춥지 않았다는 것이 큰 이유이기도 하고
모자와 얼굴 사이로 바람이 무사통과 할것 같은데
뭐가 따뜻하겠냐는 것이 의문점이다
한국에 오니 많은 사람들이 패딩에 달린 모자를 쓰고 다니더라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어느날 한번 써보니 생각보다 따뜻했다
바람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막아 주었다
이제는 저 패딩만 입으면 모자를 끌어당겨서 쓰게 된다
패딩모자를 쓰고 마스크만 하면 추위 문제없다
이젠 진짜 서울사람 다 됐다는 기분이... ㅎㅎ

저 멀리 아파트 사이로 아침해가 살포시 얼굴을 내밀길래
눈 부시다고 나무기둥에 얼굴을 감추었다
숨박꼭질 하듯이...

미끄러질라 굵은 줄을 움켜 잡고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갔다

소복하게 쌓여있는 눈이 참으로 탐스러웠다

이렇게나 눈은 소복소복 정말 탐스럽고 복스러웠다
올해는 풍년이 오려나...
ㅎㅎ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예쁜 차림으로 달려오더니 이쯤에서 유턴을 하여
폰카를 높이 들고 돌아서 걸어가고 있는 그녀
내가 그녀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니, 내 폰카는 자동으로 그녀를 따라간다

양재천의 겨울풍경을 보며
문득 양재천의 사계가 궁금해진다
철철이 아름다우리라
그 아름다움을 상상하며 사계를 사진에 담아보리라 라는
벌써 앞질러 가서 다음 계절을 상상해보고 있다

한 마리 하얀 새가 날아와
내 앞에서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고 있다

이리 가볼까 저리 가볼까

이제 나는 집으로 돌아가련다며
작별 인사를 보내니
고개를 쑥 빼고 나를 본다
목이 두 배는 더 길어진 듯하다
그만큼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겠지 ㅎ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파트 안 어린이집 어린이들도
눈 구경을 가는가 보다

눈 내린 날 아침
어린이들도 가고, 선생님도 가고
나도 가고
눈길따라 다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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