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라는 핑계로 웅크리고 들어앉아 있기를 좋아하다 보니
이제는 그만 운동 좀 하라고 기어이 나를 밖으로 내몰아
마음보다 몸이 먼저 현관으로 나가서 걷기에 편한 운동화를 꺼내고 있었다
늘 몸보다 마음이 먼저였는데 요즘은 몸이 더 안달이다.
일요일 늦은 오후, 동네 한 바퀴 휘돌고 올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지난 12월을 마지막으로
늦가을을 알려주던 칼라풀한 단풍이 소리소문 없이 다 사라지고 난 후
동네에서 산뜻한 칼라 그 무엇도 본 적이 없다
나뭇잎도 풀도 나무도 모두들 겨울 쉼을 하고 있다고 잿빛이라지만
미세먼지로 인하여 하늘 너마저도 잿빛이라니!
삭막한 겨울이라는 것이 바로 이러한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로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된다.
도쿄, 요코하마에서는 가을과 겨울의 기온이 그다지 경계선이 없다
겨울날씨도 늘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는 온화한 겨울이니
때로는 눈 펑펑 내리고 쨍한 추위도 한번 맛보고 싶어서
늘 이제나 저제나 겨울을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기다리는 겨울은 안 오고 봄이 냉큼 들어서버리니
늘 무덤덤하게 꽃피는 봄을 맞이 했었다
서울살이 1월은 겨울추위를 맛보며 그러려니 하고 잘 보냈는데
2월을 맞이하여 입춘까지 지나고 나니
이제는 정말 물이 오르는 연둣빛 봄이 기다려진다
추위가 싫어서라기보다는
도심의 겨울이 너무 삭막해서 말이다

잘 닦아놓은 호숫가의 푸른 길이 있어
그나마 마음에 청량감을 느끼게 해 준다

아직 잿빛 자연풍경에는 마음이 끌리지 앉으니
산책을 나오면 그저 운동되라고 등에 땀이 맺히도록 훅훅
빠른 걸음으로 걸어 지나가곤 하는데
이렇게 징검다리가 보이게 되면
걷는 속도를 줄이고 징검다리 쪽으로 길을 내려가
폰카를 꺼내 사진을 찍으며 한숨을 돌리게 된다.
드문드문 자연스럽게 던져놓은 사각 돌덩이 사이로
졸졸졸 흐르는 물이 있어
목마른 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는 듯하다.

일본에서 푹푹 찌는 무더위도 전혀 거부감이 없이 여름을 즐겼는데
서울 겨울날씨에 아픔이 살짝 전해질도로 귀가 쨍하니 얼어도
이 추위가 상쾌하고 짜릿한 기분마저 느껴지는 걸 보면....
나는 추위에도 강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니, 섣불리 큰소리 칠일은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영하의 추위라 하지만 대도시 도심 속의 추위가
어디 제대로 된 추위이겠는가

지는 석양빛이 있어 그래도 아름다워지는 저녁풍경이다

이 풍경을 고운 봄빛으로 채색을 하여 상상을 해보니
봄물이 오르면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 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솟아오른다.
땅 속에서는 지금 쯤
봄 준비를 하느라 모두들 한창 분주한 몸놀림을 하고 있으리라
사실 이제는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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