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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수의 방

아직 어린이야 어린이

 싸늘한 공기를 동반한 봄비가 치럭치럭 내리니

아침부터 뭘해야겠다는 의욕이 떨어져 게으름을 피우며 밍그적 밍그적거리고 있다.

남편은 어제 저녁에 회식이 있어서 늦은밤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평소엔 그야말로 밥따로 국따로 인데

이렇게 간밤에 술을 마신 날은 국그릇에 밥을 꾹꾹 넣어 말아서 후루룩 후루룩 들어 마시다시피 한다.

이젠 나이인가 술마신 다음날은 저리도 몸을 이겨내질 못하네....

푹 쓰러진 포즈로 테레비를 보다가  곧 깊은잠에 빠져들기 직전인데

보스톤에 있는 작은딸에게서 딩동딩동 영상통화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노트북을 껴안고 딸과 주거니 받거니 웃어가며 떠들어 되니 남편은 시끄럽다는듯

툴툴 털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딸의 영상을 보자말자 안부보다는 자꾸 웃음이 나와서 웃고 또 웃고 하니

`딸이 아픈데 웃는엄마가 어디있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며칠전에 터어키인 룸메이트가 들어 왔는데 그친구가 LA에서 감기가 들어서 와서

내게 옮겨서 나 감기들었어 하더니 아직 덜 나았나보다.

머리에는 열을 떨어트려 주는 하얀색 시트지를 붙이고 후룩후룩 우동을 먹는 모습을 보니

20대 아가씨가 아니라 초딩생처럼 보이기도 하고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웃음만 나왔다.

작은딸이 어릴때 자주 열이 있었기에 비상용으로 이 시트지를 사 두었다가 아이가 열이나면

급히 한장을 꺼내어 이마에 붙여 주고 했었는데

나중엔 본인 스스로가 조금만이라도 머리가 아프면 이마에 턱 붙이고 나설정도였다.

꼭 열나고 아파서라기보다는 시원하니까 붙이고 놀때가 있을정도로 단골 애용하는 물건이었는데 ...

그거 어린이들이나 어울릴법한데 아가씨가 된 요즘도 사용을 했었나??

난 가끔 작은딸이 이런 엉뚱한 행동을 하면 막내티가 나서 귀엽기도 하고

어릴때 모습을 보는것 같아 참 재미있다. 

비상용으로 미국에 까지 들고 간 모양인데

그쪽 애들이 이마에 시트지 붙인모습을 이상하게 보지않더냐고 했더니

그렇찮아도 방에 들어 오는 아이들마다 그거 뭐냐고 묻는다고 했다. 하하하...

 

그리고 일본에선 봄에 꽃가루 알레르기증상인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경우도 많고 

감기에 걸리면 다른 사람에게 옮길까봐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길에서 마스크 쓴 사람을 흔히 볼수 있는데 미국에서 감기 걸렸다고 마스크를 했더니

무슨 중병 걸린것처럼 이상하게 보기 때문에 마스크를 못하겠다고 했다.

몸이 컨디션이 안좋고 화장하기 귀찮을때 마스크하고 학교 가면 참 편한데...

하며 일본에서의 일상이 생각나 아쉬운듯 이야기 했다.

 

그리고 팔을 내게 보여 주었는데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낼모래 파티가 있는데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있어서 다들 팔에 문신처럼 그려넣었다고 했다.

내가 놀래서 너?너? 했더니 걱정마세요 삼일쯤 지나면 다 지워진다고 해요 했다.

딸이 친구들에게 일본에는 문신하면 취직도 안되고

공중 목욕시설이 있는곳에서도 입장 제한을 시키는 곳도 있다. 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나라도 그렇다는 아이도 있었고

문신은 역사가 있는 문화인데 왜 그러냐고 하면서 의아해하는 아이들도 있고

갑자기 각나라 문화이야기로 무르익는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영상이 뜨는 순간 이모습부터 보여서 웃겨서 사진부터 찍었다.

그곳 음식이 기름진것이 많아서 감기 획복에 안 좋은것 같아서

담백한 우동을 방으로 가져와서 먹고 있는것이라고... 

어린이 같은 폼을 하고 있기에

재미있다고 자꾸 웃으니 딸도 풋-하고 웃었다.

딸이 감기 걸렸는데 웃는 엄마가 어디있어요. 하면서 


 

 

 

 저녁식사 하고 막 들어오는 길이라며 며칠전에 이런 모습이었는데...

아가씨 폼이 이렇게 물씬나는데 이마에 해열시트지 라니... ㅎㅎ

아직 어린이야 어린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