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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수의 방

딸이 좋다니 그저 덩달아 즐겁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들 하나인 엄마는 골방에서 갖혀서 죽고

아들 둘인 엄마는 보따리들고 길바닥에서 죽고

그런데

딸 둘인 엄마는 아기업고 싱크대 앞에서 죽는다...고

 

작은 딸이 다음날에 있을 공연 준비를 하느라 아주 눈코 뜰새 없이 바쁜것 같았습니다.

밥도 제대로 못해 먹는것 같아서 그냥 밥만 해서 국 말아 먹으라고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닭게장과 미역국을 끓여서 한그릇씩 팩에 담아 냉동 시키고,

김치전도 부쳐서 한장씩 꺼내 먹으라고  냉동 시켜 낑낑하며 메고 가서

냉동실에 그득 담아두고 착한 일 한것 같아 흐믓해서 냉동실을 열어보고 또 보았습니다.

그런데 내코가 지독하게 민감성 알레르기라서 자그마한 먼지에도 재채기로 반응을 일으키는데

딸집에 들어서자 말자 시작되는 재채기가 감당이 불감당이었습니다.

아이구 얼마나 청소를 못했길래...

베란다 문을 열어 재키고 닦아내고 또 닦아내고 빨래도 몇통이나 돌리고...

그리고 보름만에 다시 갔습니다.

이번엔 생닭에 황기와 인삼, 대추,마늘을 넣어 폭 끓여서 고기살을 발라서

국물과 함께 냉동시키고,  닭국물에 넣어서 죽 끓이려고 찹쌀도 2인분을 담아 놓고,

새우살, 갈은 닭고기, 두부,김치 를 듬뿍 넣고만두를 만들어서 팩에 넣어 냉동시켜서

낑낑 메고 딸집에 갔습니다. 그런데

세탁실을 열어보니 옷이 산더미! 오잉 옷장을 이곳으로 옮겼나? 할정도로 빨래가...

그리고 걸레들고 바닥을 닦아내면서 큰딸이 생각 났습니다. 

매매일 과제와 발표 준비 한다고 늦은 밤까지 학교에 있던데

분명 집안이 엉망일것이야 언제 가서 청소도 좀 해주고 밥도 좀 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싱크대 앞에서 설겆이를 하는데 푸하하 웃음이 나왔습니다.

내가 지금 아이만 하나 업고 있다면 그말이 틀린 말이 아니네-

 

'딸 둘인 엄마는 아기업고 싱크대 앞에서 죽는다...'

 

하지만 저녁에 현관문을 들어서는 작은딸이 싱글벙글 하며

" 아~ 맛있는 냄새~ 계단에 들어서니 맛있는 냄새가 풍겼어요"

호호호 ...  뭐 어쨋든 싱크대 앞에서 꼬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딸이 좋다니 그냥- 덩달아 즐겁습니다.

이런 엄마는 바보일까요.

 

 

 

 

 

다음달에 있을 공연의 조명감독으로서 밤새 작업을 하고

아침 6시 30분에 잠자리에 들면서 7시 30분에 깨우라고??

밤새 뭘했길래 잠도 안자고... 도대체가 궁금한 엄마는  

씩- 들여다 보았는데 뭔지 모르지만 공연을 위해 뒤에서

기획하는 사람들은 엄청 바쁜것이로구나 느꼈습니다.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마지막 휘나레

휘나레 곡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상당히 즐거워 합니다.

저 작은 동그라미가 이번에 출연하게될 사람들의 위치이고

동그라미안에는 출연자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올해는 또 얼마나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해줄지

기대가 큼니다.


 

 

7시30분에 깨우라 했으니 시간이 다되어 가네요.

원룸이라서 공주님이 밤새 일하고 주무시니

그저 조용조용 이 에미는 사진 찍기놀이만 하며

숨을 죽였습니다.

아이방에 있는 이 작은 창문으로

푸른 나무가 보이니 참으로  정서적으로

풍요로움을 느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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