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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수의 방

'그때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해질녁 남편과 자전거로 동네를 휘이 휘이 순회를 했다.

같은 도쿄인데도 지난번 살던곳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를 가진곳이라

마치 다른나라에 와 있는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슬쩍 들기도 한다.

낯선 동네라서 적적하다기 보다는 새로운곳 체험하는 묘미가 사실은 더 크기에

생소함을 즐기느라 시간만 나면 남편과 이렇게 자전거로 휘이 휘이 쏘다니고 있다.

동경만이 인접해 있는곳이라 수시로 바닷가에도 스르르 나가보곤 하는데

오늘은 어찌나 바닷 바람이 거센지 바닷바람에  휘청이며 자전거를 탔다. 

남편과 나눴던 대화는 역시 쓰나미 이야기...

바다에 놀러 나왔다가 쓰나미가 오면 어떻게? 어디로 달려가야 할까?

우리집은 그래도 7층이니 설마 우리집까지야 올라오겠어.

피난갈 생각 말고 그냥 집에 가만히 있는게 최상이지...

바닷가에 앉아서 먼 수평선을 즐기는 그런 기분은 이젠 먼나라 이야기가 되버렸다.

때마침 썰물때라서 그런가 심한 바람 때문이라서 그런가

파도가 밀려오길레 어서 이 바닷가를 뜨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바닷가 숲 조경도 잘 되있고 공원 또한 남부럽지 않게 잘 조성되어 있는데도

맘 편하게 즐길수 있는 기분이 아니였다.

아- 일본!  왜 이렇게 되었나...

빨리 복구하고, 어서어서 원전문제 해결하고, 침체된 경기 일으켜라

그래야 우리 같은 외국인들이 일본생활을 제대로 즐기고 돌아 갈것이 아닌가.

간바레 닛폰! (힘내라 일본!)

순전히 나를 위하여??

미안합니데이-

 


 

저녁 시장 봐서 집으로 돌아 가는데 석양이 얼마나 멋진지

남편과 물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부시럭부시럭 시장본 비닐봉지를 뒤적거려서 기다란 빵을 꺼내어

뚝 두개로 갈라서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메론빵을  하나 꺼내어 그것도 반으로 나누어 먹고

우유도 꺼내어 사이좋게 나누어 마셨습니다.

 

 

 

그렇게 석양을 바라보며  빵을 나누어 먹으며

내게는 참 좋은 친구 남편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런데도 가슴 한구석은  채워지지 않는 단 한가지 때문에 허전 했습니다.

오늘 작은 딸집에 다녀왔습니다.

내가 예전에  고향을 떠나 대학다닐때 나의 자취방에 다녀 가시던 엄마 생각이

내가 딸집에 갔다 올때마다 생각이 납니다.

'그때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엄마도 이제는 취미활동도 좀 하시고 엄마시간을 가져보라고...

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합니다.

마치 그런 소리는 나를 밀어내는 소리로 들려 쓸쓸해집니다.

자식은 영원한 짝사랑이라 하더니 짝사랑에 빠진것 같습니다.

때르릉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어제 잘들어가셨어요? 어젠 바빠서 전화도 못하고...."

전화 한통에 내입은 함지박만큼이나 커졌습니다.

아무래도 내사랑은 남편 한사람으론 부족하나봅니다.

자식사랑도 가미됨으로서 행복이라는 빛을 발하는것 같습니다.

 

 

 

 

테이블위에 흩어져 있는  방울들을

창가에 있던 예쁜 바구니에 담아보았습니다.

ㅎㅎ 어때? 엄마 잘했찌?

무슨 삐에로 복장을 만드는가???

털실 같은것으로 방울도 만들고

공연때 입을 의상을 만드느라 방이 어수선했습니다. 


 

 

 

 참치캔, 인겐,피망,당근을 다져서 계란을 풀어넣고

공주님 아침반찬을 만들었습니다.

혼자 사는집이라 싱크대로 쬐그만하고, 가스불도 하나

처음엔 깝깝해서 음식만들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젠 익숙해졌습니다.

버섯도 볶아 놓고, 가지고 간 육계장도 보글보글 다시 끓이고..

딸이 신기해했습니다.

"가스불은 하나인데 어떻게 세가지나 했어요?"

"그러니깐 엄마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