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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늘의 방/등산

등산/ 타니가와다케(谷川岳) 2

암벽 타기 초보인 내가

저 거대한 암벽을 내가 자일을 잡고 올라갔다고 생각하니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신통할 따름이다.

 

 

 

풀마라톤에 출전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출발 스타트에 선 이상 골인을 향해 무조건 앞으로 달릴 수밖에 없다 라는....

등산한다고 합류한 이상 어떤 거대한 암벽도 함께 올라가야 한다는...

누가 대신 해줄수있는 일이 절대 아니라는걸..

 

 

함께 한 이상

최소한 나로 인하여 함께 간 이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나는 지배적이었다.

 

돌이 많은 험한 산이라 사고 나지 않도록

나 자신에게 자주 주의를 주었다.

한 발 한 발 발을 내 디딜 때마다

'천천히 천천히 서두르지 마'

그리고 자일을 잡을 때마다

'꽉 잡아'라고

 

참으로 씩씩한 아저씨들!

 

 

한 손으로 자일을 잡고 한손으로 암벽을 잡고

끙끙 매달려 올라갔다.

두 개의 스틱이 이렇게 암벽 타기 할 땐 거추장스러웠다.

뒤에 따라오는 남편이 "내가 들고 갈 테니 두고 가" 했지만

남편은 카메라도 있고, 본인 스틱도 두 개가 있는데....

내 짐은 내가 챙겨야지 싶어서

내가 들고 올라갔는데

저 앞으로 휙 집어던져놓고 올라가고

또 휙 집어 던져 놓고 올라가고 하니

대장님이 나더러 잘한다며 칭찬을 해주시네 ㅎㅎ

 

 

무거운 카메라까지 목에 걸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와~ 절경

한숨 돌리는 시간이다

 

절경을 놓칠세라 후다닥 카메라에 담고..

 

나도 휴대폰 카메라에 꽃 사진을 담느라 바빴다.

이렇게 꽃을 보며 한숨 돌릴 시간을 주니 얼마나 좋아

나무가 있고 꽃이 있고 풀이 있고...

산은 바로 이런맛이지

 

아주 오래전에 후지산을 등산할 때가 생각이 났다.

나무 한그루 없고 풀 한 포기도 없는

푸석푸석한 화산재만이 밟히는 그곳을 등산하고 와서

'후지산은 한 번쯤은 올라볼 만한 산이지만

두 번 다시는 오르고 싶지 않은 산이라고'

 

이름 모를 꽃들이 바위틈마다 빼곡히

얼굴을 내밀고 반겨주고 있음에 

산에 오르는 힘겨움같은것은 생길 겨를이 없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뿌리를 내려 꽃을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발돋움하고 있는 너는

그야말로 영웅이라 내가 칭하노라

 

 

한 개의 봉우리를 넘고 또다시 정상으로 가야 할 저 봉우 리위로

운무가 피어 올라오고 있었다

신기하다 정말

왼쪽 아래 살짝 보이는 능선에 사람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도 저 능선을 따라서 정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운무가 자욱하게 올라오는 신비스러운 풍경을

구경하느라 갈길을 잊은듯 한참을 그자리에 서 있었다.

 

골짜기에는 지난겨울의 눈이 녹다가

이젠 녹기를 포기라도 한 듯이 남아있다.

 

잠자리들이 제철을 만난 듯이 사방팔방 날아다니다가

내게 날아와서 앉더니 떠날 줄을 모르며

왜 이제야 왔냐며

큰 왕방울 눈으로 나를 흘겨보는구나 

 

 

자 이제 다시 정상을 향해 가는 거야

 

 

꽃이 나를 또 부르는구나

넓은잎 잔대라고 불친님께서 알려주셨는데

정상 가까이 가니 이 꽃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바위틈에서 어쩜 저리도 이쁘게 피어올랐을까

 

함께 온 등산 친구는 저렇게 부지런히 올라가고 있는데....

갈길이 바쁜데  나더러 놀다가 가라고

이번엔 또 분홍꽃이 나를  부르네

알았어~

너를 담아가서 잊지 않고 기억해 줄게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이 분홍 친구가 여기저기 참 많이도 피어 있었다

 우리나라 봄동산을 물들이는 진달래가 생각나는구나

 

저 봉우리의 끝 너머에 정상이 있다는데...

보기엔 단숨에 달려가면 될 것 같은 거리인데

올라가도 올라가도 정상은 자꾸 뒷걸음질을 치는 것 같았다.

몇 번을 쉬다가 올라갔는지 쉬는 시간마다

" 대장님 얼마나 올라가야 되지요?"

" 정상은 어디쯤 있는지요?"

다 왔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조바심이 나서

우린 어린아이들처럼 보챘다.

 

저위에 등산객들이 깨알처럼 보이는 것으로 봐서

눈앞에 보이는 저 산도 과히 만만하게 봐서는 아니 될 것이로다

 

고지는 바로 저기!

 

 

(등산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