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원/정원

오랜만에 일본정원 나들이 (向島 百花園)

작년 6월 23일에 도쿄 도립 정원 9곳의 연간 패스권을 끊어서

약 6개월 동안 부지런히 정원을 다녔는데

올해 1월에 코로나로 인한 '비상사태 선언'이 발령됨으로써

정원이 모두 문을 닫아서 가 볼 수가 없었다.

작년 여름, 가을, 겨울철에 걸쳐 정원 구경을 했으니

봄철에만 가보면 정원의 사계절 맛을 다 보겠구나 했는데

정작 매화와 진달래가 절정을 이루는 봄철에 정원에 갈 수가 없었으니

큰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6월 들어 드디어 도립 정원들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입장 제한이 있기에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다

그래도 가볼 수 있다는 것이 어디냐 하며

1차로 무코우지마 학가엔(向島 百花園)에 갔다.

이 정원은 각종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정원으로

주로 식물 관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정원이라고 해야겠다.

 

 

 

작년엔 11월에 이 정원을 다녀갔으니

6월 초여름의 정원 분위기는 어떨까

6월엔 어떤 꽃들이 피어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섰다.

 

 

 

역시 지금은 수국철

정원에 들어서자 화병에 꽂아둔 산수국이

지금은 나의 계절이요 하며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짙어가는 녹색 유월의 색을 바탕으로 

피어 있는 도라지꽃의 보랏빛이 참으로 어여쁘기 그지없다.

 

엉킨 풀숲에서 쑥~ 피어 올라 수줍은 듯 고개 숙인

연보랏빛 꽃의 얼굴 모습을 이쁘게 찍어 내기 위해

내가 참 무던히도 노력을 했단다

 

 

저러한 파라솔만 보면

괜히 가서 한번 앉아 보고 싶어진다 

그래? 그럼  가서 앉아 보지 뭐 

뭐 어렵다고 

 

유월 햇살이 따갑게 내리 비쳐오니 내 눈과 이마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찡그려지는구나

 

 

지붕이 있는 저곳에 가서 뜨거운 햇빛을 좀 피해볼까? 물도 좀 마셔주고 말이지

 

 

주변은 온통 들풀이 우거져 정글 숲을 상상케 한다

후훗! 정글엔 가보지도 않고서 척하네 

어릴 적 아주 좋아했던 외할머니네 원두막이 문득 떠오른다

그곳에선 꼭 참외를 먹고 수박을 먹어야 제맛이 난다.

원두막, 수박, 참외는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라고 해야겠지

 

 

군데군데 들꽃을 감상해 보라는 듯 화분이 놓여있다

벤치 한가운데 화분을 올려놓은 것은 시대가 시대인만큼

거리두기로 앉으라는 암시일 게야

뚝 떨어져서 앉자!

이제 이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어!

시키는 데로 잘 지켜서 코로나 팬데믹을 잘 이겨내 보자

 

소박한 들꽃과 소박한 화분은 묘한 끌림이 있다

 

 

 

눈부신 아름다움의 상징인 백합

 

 

 

자세히 보면 산 비둘기가 부리로 나뭇가지를 하나 물고 앉아 있다.

내가 아래서 쳐다보며 사진을 찍고 손을 흔들고 생쑈를 다 해도 

눈 하나 깜짝 깜빡 안 하고 가만히 앉아있다.  

어머? 이건 완전 나를 무시하는 행동인데....

 

목각인형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미동도 없이 앉아있다.

 

 

 

9월이 제철이라는 싸리 터널

이 정원에서 볼만한 것이라면 매화와 싸리라고 하는데

매화 철도 놓치고 작년엔 11월에 이 정원에 갔으니 싸리 철도 놓치고....

올 9월엔 잊지 말고 다시 한번 싸리꽃을 보러 가봐야겠다

가볼까??

 

 

 

우거진 풀숲 너머로 보이는 스카이트리

나는 스카이트리를 보고 있지만

스카이트리 전망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관찰하고 있겠구나

그러하니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야겠지? 후훗! 

비록 먼지만큼이나 더 작게 보이지도 않을 나의 존재이지만 말이다

후훗

 

 

지나는 길에 산수국이 아직 남아있길래

귀한 님이 시기에 영상으로 담고 있는 중인데

이렇게 영상을 찍느라 숨죽이며 가만히 서 있다가 보면

얼씨구야 찬스가 왔다며 늘 모기가 달라붙는다.

하지만 영상을 찍어야겠기에 손등에 앉은 모기를

가만히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래서 맘에 드는 영상은 건지셨나요?"

머리와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NO NO no.."

 

 

오렌지 빛깔이 참으로 예쁘기 그지없다.

내게 저 오렌지색의 블라우스가 있었는데 그 블라우스를 참으로 좋아했는데.... 

유월의 초록빛과 오렌지빛의 어울림이 예사롭지가 않다.

 

 

옛스러운 풍경의 매점과 그에 어울리는 정자세의 증명사진 포즈

 

유월의 뙤약볕 아래 정원은 풀숲이라 시원한 맛이 없었다.

그저 어딜 가나 물 흐르는 소리가 있고

청아한 맑은 물은 아니더라도 물이 고여 있어야 시원한 법이다

그런 면에서 이 정원은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정원 내 매점에서 음료라도 사 마실까 하다가

이렇게 앉아서 어색하기 짝이 포즈로 증명사진만 하나 남기고

정원 밖에 있는 소문난 빵집으로 발을 돌렸다

 

 

구경 잘하고 갑니다

인사를 남기고 빵집으로 총총총...

 

무코우지마 학가엔(向島 百花園)에는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정원밖에 있는 빵집의 빵이 어찌나 맛있는지

그 빵을 사러 이 동네에 다시 찾아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