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긴 연휴 (장장 열흘 동안) 중에 1월 3일 월요일엔
도쿄 근교에 있는 그러니까 도쿄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산
다카오산(高尾山)에 등산을 갔다.
연초에 날씨가 어찌나 화창하고 맑고 하늘이 이쁜지
어디에 나가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완전 충동적으로 "산에 가자!"
며 일어섰다.
전날 밤에 남편이 "내일 다카오산(高尾山)에나 갔다 올까?" 하길래
사실 다카오산(高尾山)은 산이라기보다는
유원지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길래 한마디로 NO라고 거절을 했었다.
그런데 정작 다음날 햇빛이 쨍하고 맑은날을 보니
다카오산(高尾山)이면 어떠냐 어디든 안나가고는 못베길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내가 가자며 부추겼다.
아니 어제는 가기 싫다고 하더니 하룻밤 새 또 가자고 하니....
내가 생각해도
여편네 변덕이 그야말로 동지달 팥죽 끓듯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쿠 이러한 마눌하고 사는 남편도 안됐다는 생각이 들고...
미안합니데이
보통 산에 갈 때는 꼭두새벽에 집을 나서곤 했는데
이렇게 충동적으로 나서다 보니 주섬주섬 준비하고 나서니 오전 10시다.
다카오산(高尾山)은 그다지 높은 산이 아니므로 보통 다카오산에 갈 때는
인근에 있는 산 2,3개를 같이 묶어서 다녀오곤 했었는데
이번엔 출발이 늦었으니 다카오산(高尾山)에만 다녀와야 하겠다.
그러게 전날밤에 남편이 다카오산에 가자고 할때 순순하 YES라고 만 했어도
여유롭게 등산을 만족스럽게 즐길수가 있었을텐데...
아쉽다
다카오산(高尾山)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산 중턱 즈음에 위치한 사찰
많은 사람들이 새해 인사를 위해 사찰을 찾아와
참으로 붐비는 날이었다.
우린 사찰 경내에 딱히 볼일도 없는데
우리까지 들어가서 복작거릴 필요가 있남? 하며
사람 많은 사찰 경내는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나있는 길로 빠져나갔다
洗心(세심)이라고
마음을 씻는다라고 쓰여 있는 이곳
洗心(세심)으로
예의를 갖추고 손을 씻는 모습이 참으로 진지하여
사진 찍는 내가 갑자기 훅 조심스러워졌다.
또 다른 이곳
원형으로 뚫린 저곳을 통과하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원형을 통과하고 나서...
철거덩 철거덩
나무 막대기로 두드리니 쇠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막대기로 두드리고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염원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저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음식 냄새를 맡으니 갑자기 출출
다카오산(高尾山)의 특산물인 찹쌀 당고를 사기 위해
나도 이곳에 줄을 섰다.
이중에 검은깨가 들어간 거뭇거뭇한 흑당고를 샀다
당고를 불에 살짝 구워서 간간하고 달달한 시럽을 묻혀서 주는데..
아, 정말 맛있었다 쫄깃쫄깃하고 간간한 당고
사진을 보고 있으니 저 당고 사 먹으러 다카오산(高尾山)에
다시 가고 싶어진다
다카오산(高尾山)의 정상에서 보는 먼 산
이곳에서 후지산이 보인다던데 겹겹이 쌓인 산만 보이고
구름으로 가려져 오늘은 후지산이 보이질 않네
하산하는 중
남편은 가던 길 되돌아보며 나를 기다리고 서있다
하이 하이 어서 갈게요~
라며 빠른 걸음을 걸었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 갔다
뭐 그 정도 물소리는 아니지만
상당히 물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졸졸 졸졸....
마치 겨울산의 얼음이 녹아서 졸졸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내려가는 듯하다
졸졸 졸졸
봄이 오려나
푸른 잎들도 싱그러워 보이고 흐르는 물소리도
봄 소리처럼 들려왔다
멀리서 악기 부는 소리가 들려서 누군가가 악기 연습을 하나 보나 했는데...
연습이 아니라 저기 서있는 저 사람이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뭐지? 뭐지?
이 추운데 맨다리 맨발로 서서 큰소리를 질러 기압을 넣고
뭐라고 뭐라고...
모를 일이다 무슨 의미 인지
여하튼 새해맞이로 하는 무슨 행사인가 보다.
앞에 하얀색으로 달아놓은 것도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것인데...
뻥튀기도 보이네
남편과 나 만장일치로
생강향이 나는 과자를 한 봉지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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