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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생활 일기

엄마가 끓여 주시던 시래기 된장국

지난 12월 

동네에 있는 일본 성당에 미사를 나갔을 때

일본 사람이 내게 혹시 무청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본인은 필요 없다며...

나는 반갑게 내가 가져가겠다며 받아서 왔다.

 

무청은 햇빛에 널어서는 안 된다는 걸

귀동냥 눈동냥으로 익히 알고 있었기에

무청을 좋다고 받아 오기는 했는데 어디다가 널어야 하나

아파트 생활이고 특히 집이 정남향이라

베란다 한가득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어디 감출 곳이 없네

 

고민을 하면서 집으로 왔다.

 

 

 

 

앗하 뒷베란다가 있었지 

평소에 뒷베란다는 쓸 일이 전혀 없었는데

이렇게 쓸 일이 생기는 구나야

 

길게 줄을 달고 이렇게 널었다

ㅋㅋㅋ 내가 봐도 너무 재미있는 풍경이라

이 사진을 지인들에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보냈다

지극히 한국스러운 풍경이라며 다들 재미있어했다.

 

그런데 비가 내리면 무청이 비를 맞을 것 같은데...

걱정스러워서 또 안절부절 

 

 

 

 

앗하 쓰지 않는 빨래건조대가 있었지 하며

들고 와서 이렇게 널어놓으니 완전 딱 안성맞춤이다

굿굿굿~

벌써 꾸덕꾸덕 마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사실 뒷베란다는 평소에도 잘 내다보는 곳이 아니었기에

무청을 널어놓았다는 자체도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아참! 무청! 하며 내다보니

나는 몇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한달도 채 안되었는데

날씨가 건조해서 그런가 무청이 아주 쪼글쪼글 말라서

마치 노끈처럼 가늘어져 있었다

이거 실패한 것 아닐까

이걸 어떻게 먹어??

 

큰 찜통을 꺼내어 따뜻한 물에 푹 반나절 담가놨다가 푹 삶았다

그리고 삶은 그대로 하루 꼬박 방치해 두었다가 다음날 보니

아주 푹 물러 있었다 

 

 

 

 

얏호 멋진 시래기다

 

 

이렇게 무청과 무청을 삶은 물을 함께 담아서

냉동실에 보관도 하고

 

 

당장 저녁에 먹을 국을 끓였다.

예전에 엄마가 끓여주시던 국이 생각이 나서

기억을 더듬어 더듬어...

시래기를 쫑쫑 썰어서 꼭 짜서 생콩가루를 투척하여 섞었다

 

 

 

멸치, 다시마를 끓여낸 국물에 된장을 풀고

생콩가루에 무친 시래기를 넣고

파도 썰어 넣고

 

 

 

무도 채 썰어 넣고 바글바글 끓였다

 

맞다 이맛이다

엄마표 시래깃국!

 

 

 

 

시래깃국에 시금치무침, 콩나물 무침, 그리고 한국 농협김치

완벽한 한국인의 밥상이다.

 

내가 그때 엄마 나이가 되니 이렇게 엄마가 끓여 주시던

시래기 된장국을 이젠 내가 끓여서 먹게 되는구나

시래기도 만들어 보았고 시래기 된장국마저도 끓여냈으니

나도 이젠 어른이 다 된 느낌이다.

남은 시래기로 된장을 풀지 않고 소금으로 간을 하면

뽀얀 콩가루 시래깃국이 만들어 지겠지

시래기를 넣은 밥을 하여 양념장에 비벼먹어 보면 어떨까..

후훗 얻어 온 무청으로 별별 음식 다 만들어 보게 생겼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