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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생활 일기

이삿짐을 싸다가 발견한 추억의 삼베 이불

1983년 2월 25일 

이웅평 북한공군 장교가 훈련 도중 전투기를 몰고 

우리나라로 넘어왔던 그때

방송에선 민방위 훈련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며

사이렌이 울렸던 그때를 기억하시나요

그때 여러분들은 뭘 하고 계실 때였는지요?

 

생뚱맞게 왜 그때 이야기를 꺼내냐고요? 

ㅎㅎ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이거 이거 이삿짐을 싸다가

갑자기 컴 앞에 앉아서 이웅평 이야기를 꺼내고 앉아 있다니

나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이것은 39년 된 안동포라고 천년 삼베 이불이에요.

이삿짐을 싸면서 온 집안을 뒤집어서 분류를 하다가 이 추억의 이불을 발견했지요.

어머! 이 이불이 여기 있었네! 하며 반가운 마음이 들어 펴 놓고 들여다보며

옛 생각에 사로 잡혀 이리저리 들여다보았지요

ㅋㅋ이러다 보니 추억의 물건이 나올 때마다 들여다보며 추억을 씹으니

이삿짐 한 박스 싸는데 시간이 어찌나 많이 걸리는지요.

 

저 이불은 제가 대학시절 때 언니가 안동포를 떴다면서

네 혼수 용도 있으니까 언니 집으로 와서 이불을 함께 만들자고 호출을 했습니다

아니 신랑감도 없는데 무슨 혼수는 혼수야?? 라며 코웃음을 쳤는데

투덜거리면서도 못 이기는 척 언니 집에 가니.. 

 

 

 

구정 뜨개실로 이러한 꽃 모양을

코바늘 뜨기로 많이 많이 떠 놓으라고 하네요

벌써 39년 전일인데 그때는 색깔이 참으로 산뜻하고 이뻤지요

촌스런 색깔이 삼베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코바늘로 꽃을 뜨고 있었는데.....

 

 

 

텔레비전에서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길게 나면서

"이것은 훈련상황이 아닙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라며 아나운서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와서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언니와 마주보며 "언니 어쩌지?"

"나 지금 얼른 엄마가 있는 집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전쟁 났나봐"

하며 무서움과 긴장감이 훅~하고 몰려왔었지요

 

이때 북한 공군 장교 이웅평 씨가 전투용 비행기를 몰고 남한으로 넘어왔지요.

 

 

 

나중에 귀순을 했다는 전쟁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다시 평정을 되찾고

꽃도 뜨고 떠 놓은 꽃을 이렇게 저렇게 고심하며 붙여 나갔지요.

 

 

그런데 오래 쓰다보니

삼베 5장 중에 한가운데 분분만이 많이 닳았지 뭐예요

 

 

버리기는 아깝고 다섯 장 중에 가운데 한 장은 버리고

4장만으로 다시 이어서 대대적인 보수를 해볼까

보수해서 다시 쓴다라기 보다는

추억의 물건이라 간직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자면 일이 아주 많아지긴 하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여하튼 솜씨 좋은 큰언니에게 보여주고 상담 한번 받아 봐야겠습니다

 

풋풋했던 그 시절 우리의 신혼 이불이었으니

많은 추억의 물건이니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