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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늘의 방/도쿄마라톤 & 워킹

해안선 따라 36km 워킹 대회 2

지금까지는 해안선 인근에 있는 동네길을 따라 걸었다면

이제부터는 완전 해안선을 따라 걷는 코스가 되겠다

태평양으로부터 밀려 들어오는 파도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파도가 칠 때마다 내 마음도 쿵쾅쿵쾅 거리는 듯했다.

 

 

이 어두운 곳을 지나면 어떤 세상이 나타나려나

어둠 속에서는 괜스레 발걸음이 빨라짐을 느낀다.

어둠 속에서 한시라도 빨리 탈피하고 싶어서일까

밝은 세상에 대한 궁금증에서 일까

 

 

혼자 걸으면 망막할 길

함께 하면 걸을만한 길이로다

 

 

 

내가 지나온 바닷가 마을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파도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파도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

마을을 지키기위해 만들어놓은 방파제가 참으로 튼실해 보여서 좋다

 

 

 

 

그러고 보니 사진 왼쪽

다리 위에 왜 이렇게 창을 설치해 두었을까??

거센 바닷바람으로부터 다리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보호하기 위해?

다래 아래 골프연습장이 있는데 혹시 골프공이 날아올까 봐??
보통 동네 주민들을 위하여 방음장치로 이렇게 설치를 하는 것은 

많이 봤는데 이곳은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뭐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고 긴 다리를 건너왔다

 

 

 

저 멀리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태평양을 곁눈질하며...

 

 

 

빙수집이 보이길래 열기를 좀 식히고 가자고 들어와 앉았다.

밖에 설치되어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고 싶었는데

그곳에 앉아 바다를 쳐다보며

느긋하게 빙수를 맛보는 여유를 부리고 싶었는데...

 

 

 

뭘 그런 여유까지.... ㅎㅎ

 

멜론맛, 딸기맛의 빙수를 먹으며

남편이 시간 계산을 하더니 우리 이렇게 걸어서는 

6시 30분 제한시간까지 못 들어가겠다는 말에

정말?? 깜짝 놀라 찬 빙수를 급히 떠먹었더니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아프고...

아아악~

 

남편은 사실 작년에 이 구간을 걸어서 도쿄까지 

100km를 걸었던 사람인데

오늘은 나에게 보조를 맞춰가며 사진까지 찍어가며 걸었으니...

 

"지금부터 아빠 페이스대로 걸으세요

나는 뒤에서 부지런히 따라갈 테니까요"

그리고 발에 바퀴라도 달아 놓은 것처럼 전속력으로 따라 걸었다.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남편도 걷는 사람들도 자꾸 힐끗힐끗 뒤로 쳐다보길래

뒤에 뭐가 있길래? 하며 뒤를 돌아다보니

어머 낫!

구름 속에서 후지산이 고개를 쑥 내밀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역광이라 눈도 부시고

후지산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만 뒤돌아보고 빨리 걸어라 빨리'

 

 

 

이 지점에 들어오니 안내하는 사람이 우리를 쳐다보며

"1,5킬로 남았습니다 파이팅!" 하는 것이다

남편이 저 앞서서 빠른 걸음을 걷고 있고

나도 달리다시피  걸음을 옮겨놓았다.

 

 

저 앞에 보이는 저기가 유명한 에노시마(섬 이름)야

이 와중에 또다시 사진도 후딱

한판 찍고

 

비취 발레 볼 경기장에서 연습공을 날리는 사람들

이러한 풍경은 바다에 와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니

걸어가며 사진도 찍어보고

 

 

부지런히 걸으면서도 눈을 바다 쪽으로....

 

 

이 사람도

부지런히 걸으면서 눈은 서핑을 즐기는 사람쪽으로...

 

원피스 입은 꼬마가

바닷가를 폴짝폴짝 밀려들어오는 바닷물과 어찌나 잘 노는지

그 모습이 이뻐서 내 눈은 이 꼬마아가씨를 따라다녔다.

 

 

 

  

 

뒤로 돌아보니

석양빛에 넘실거리는 파도 

그 파도를 타는 사람들

그 너머에 우뚝 서있는 후지산!

와~ 이러한 풍경이라니

 

 

 

역광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바로 이러한 것이로구나 

 

 

그야말로 몽환적이라는 표현을 이때 쓰는 것이고 말이다

 

 

나는 꿈속을 걸어 다니고 있었구나

그러니까

 

 

 

석양 속의 후지산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는 파도

그 파도를 넘는 사람들

물구나무를 서는 꼬마

그들을 사진에 담고 있는 나

 

그리고 그 모두를 한 장의 사진에 고스란히 쓸어 담고 있는 남편

이것이야말로 몽환적이다.

 

 

 

 

갑자기 현실로 돌아왔다

바다에서 자꾸 꿈속을 걷고 있을 것이 아니었다

골인부터 하고 나서 다시 바다 쪽으로 가기로 하고

급히 피니시 지점으로 오니...

 

폐점시간이 18시 30분인데 

18시 11분 43초에 골인했다 와우 아슬아슬했다야

 

완주증 도넛 삼각김밥 음료수 한 병을 받아 들고

다시 석양을 보러 부랴부랴 바닷가로 나갔다

 

이곳에 앉아 냠냠냠 꿀맛과도 같은 요기를 하고

자연스레 멍~ 하는 시간에 돌입했다

 

 

 

멍~~

 

 

멍~~~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종일 걸어서 이곳에 도착하여 아름다움을 보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