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간 덴엔조후(田園調布) 역 주변 은행나무 길
다니고 싶었던 성당으로 '덴엔조후 성당'을 포스팅한 한적이 있는 그곳이다
은행나무길이 좋아서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면 와 봐야지 했는데
날짜를 제대로 맞춰서 찾아왔네
하늘에서 노란물이 떨어졌나
이쁜 노란물이 제대로 들어 있었다
저 짐내리는 트럭이 빠져 주기를 기다리며 서성이던 시간
우리가 서성이며 사진 놀이하고 있으니
난데없이 검은옷 아저씨까지 가던 차 멈추고 내려서
합세를 하시네
그러다가 지쳐서 우리가 저 길을 빠져나왔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나를 태우러 오실 차를 기다리고 있는가
언덕길을 올라오는 차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가
노란 은행길 위에 서서 기다리는 시간은
아무렴 어때 그냥 좋은 시간이지
왜 안 오시나
찻길을 내가 점령하고 걸어 가보자
이길 한복판에는 내가 점령하고 있으니
아무도 올 수 없다
완전 내꺼다
이번엔 비 내리지 않는 또 다른 날에
덴엔조후 역 앞에 다시 나왔다
동화 속의 건물처럼 역사가 귀엽다.
역 주변 가을 풍경이 이렇게 이쁜데
은행잎만 기대하고 내가 너무 늦게 왔구나
이뻤을 붉은 잎들은 어느새 떠나가고 허성 한 나뭇가지만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어머 왜 이제야 오셨어요?"
"예쁜 친구들은 다 떠나고 없어요"
"아이쿠 세상에나 이럴 수가~"
"내가 어서 가서 한 살을 더 먹고 다시 오는 수밖에 없네"
은행나무길에 오면 늘 빨강 자동차가
스르륵 왔다 갔다
주목을 끈다
그래 너를 은행나무와 함께 담아 가리다
내 사진 속 은행나무길은 왜 이리 어두울까
카메라 조작에 왕초보이니 그저 어리둥절할 수밖에
빨강 코트의 여인이 차를 세우고 있다
이쁘니 세워줘야 할 거야 푸푸 푸...
잠시만요 한 장만 더 찍고 갈게요
가자고 하면
늘 한장만 더 찍어보고 싶어 지니
이거야 원!
가자 어서 가자
인파 속으로 들어가서 나를 묻어버리자
덴엔조후역 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
어느새 크리스마스도 눈앞에 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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