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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쯔부야끼(혼잣말)

봄 바람 났다

건강검진이 있어서 이른 아침 병원에 가서 검진을 마치고

11시에 예약이 되어있는 미장원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한참 전철을 타고 가는데 

"다음역은 메구로(目黒) 메구로입니다"

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메구로? 메구로 라면 지금쯤 벚꽃이 한창 일 텐데...'

'그럼 잠시 내려볼까?'

 

아무래도 내가 요즘 봄바람이 단단히 들었나 보다

전철 타고 가다가 계획에도 없었던 꽃구경하겠다며

전철에서 도중하차 하는 것이 이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미장원 예약시간에 맞춰 가려면 여유가 없을 텐데

무리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맛보기만 하고 가지 뭐"

그렇게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두 여인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에

전철이 서자말자 내 몸은 민첩하게  후다닥 내렸다.

 

 

오랜만에 와 보는 메구로(目黒) 역이다

 

 

벚꽃축제를 알리는 펄렁거리는 등을 보자

벌써 살짝 들뜨는 기분이 되어

벚꽃이 피어 있을 메구로강으로 바삐 발을 옮겼다.

벚꽃을 볼 수 있는 한정된 시간은 약 20여분! 

ㅋㅋ 나 뭐 하는 사람임?

 

도로 큰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벚꽃은 절정이지만

완전 잿빛 하늘아래 비는 오락가락하고

영~  날씨가 설래설래

 

이 메구로 강은  약 800그루의 왕벚나무가 즐비하게 서있다고 한다.

강을 따라 벚꽃이 피어있는 길은 약 4km인데 

강옆에는 상점들이 많아서 꽃구경과 함께 쇼핑을 동시에 즐길 수가 있다고 한다.

꽃구경 하기 바쁜데 쇼핑을 할 수 있겠나

이곳 메구로는 도쿄 도내 꽃놀이 명소 중 하나이며

메구로 벚꽃의 인기는 전국 1위라고 한다.

밤에는 라이트 업까지 한다고 한다고 하지만

사실 상당히 복잡하다는 소문이 있기에

메구로 벚꽃구경은 와 볼 생각조차 안 해봤다.

 

언제 꼭두새벽을 택해서 한번 와 볼까??

 

 

 

 

벚꽃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에서 아기 소리가 앵앵앵 나길래 

곁눈으로 슬쩍 보다가

벚꽃과 함께 저 가족도 사진에 후딱 담아 버렸다.

(미안합니다 양가 함께 하는 모습이 훈훈해 보여서 모셔가겠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뜻으로

신사에 가서 예를 갖추는 그러한 행사차 나왔다가

벚꽃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문득 이사진이 생각이 나서 가져왔다

언제 적 사진인지 가물가물.... 

 

이곳 메구로 강가에 있는 고층 아파트에 지인이 살고 있었는데

벚꽃이 절정이니 놀러 오라고 초대를 해줘서 갔는데

벚꽃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으라고 하더니 이렇게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 친구는 요즘 잘 살고 있으려나

일본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참으로 많은 사람을 한국으로 떠나보냈다.

 

 

 

 

 

옛 추억을 더듬어 볼 때가 아니다 지금

어서어서 미장원 예약시간이 임박하니

다시 부랴부랴 전철에 올랐다

 

 

세상에 오늘은 평일이고 오전시간인데 무슨 일이야

왜 이리 사람들이 많은 거야??
전철에서 내려서 역을 빠져나오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한참이 걸렸다

 

 

예전에는 도쿄에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곳 이라 하면

'하라주쿠'라는 곳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그곳으로 모여드는 젊은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 반면에 코리아타운이 있는 '신오쿠보'에는

날이 갈수록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한류붐의 시작은 한국드라마 인기로 인한 아줌마부대 였지만

최근엔 K팝의 열광으로  젊은이들이 한류붐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10년 이상이 되는 나의 단골 미장원이 이 동네에 있다.

"아니 오늘 무슨 날이에요? 왜 이리 복잡해요?" 

"봄방학에 들어갔잖아요. 전국에서 캐리어 끌고 모여들고 있어요~ "

라고 한다.

 

세상에 한류붐이 살아났어 살아났어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반갑고 흐뭇하고

힘이 나는 일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였던가

그야말로 골목길이 인산인해다.

 

어찌 되었든

한류붐이 활기차게 다시 일어났음은 아주 기쁜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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