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3개월을 우리 집에서 우리와 함께 지내던
백문조 핑구가 지난 1월23일 19시에 우리를 떠났다.
새들은 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는 신호도 없이
갑자기 푹 쓰러져 떠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 핑구는 평소에도 깔끔 떠는 깔끔쟁이였기에
떠날 때도 그렇게 평균수명을 다했다고
깔끔하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떠난 것일까
아니 신호를 보냈는데 우리가 미처 몰랐던 것일까
마침 딸네식구들이 와서 저녁을 먹고
핑구집 청소를 하는 시간이라 핑구도 새장에서 나와서
우리 식구들 이 사람 저 사람 어깨 위를 차례로 날아다니며 앉기도 하고
받아놓은 물에 목욕도 하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세면대 앞에 서있던 남편이
"어!? 핑구 왜 이러지?" 하며 남편이 큰소리를 치길래
우린 모두 "왜요? 왜?" 하며 세면대 쪽으로 달려가 보니
핑구가 옆으로 푹 쓰러져 있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살살 문지르며 "핑구야 핑구야"
해봤지만 꿈쩍도 안 했다
너무 갑작 스런 일이라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온 식구가 숨을 죽이고 들여다보았다.
아기 백문조가 우리집에 오던 역사적인 날
백문조를 키우고 싶다며 딸들이 홈센타 조류판매를 하는 곳에
아기백문조가 들어오는 데로 연락을 해 달라는 예약을 하고 기다렸다.
마침내 2015년 10월 14에 홈센타로부터 아기새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고
작은 상자에 들어있는 막 부화된 아기새를 받아 왔다.
많은 후보 이름 중에 '핑구'라는 이름이 채택되어
드디어 핑구는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 살게 되었다.
역사적인 핑구의 첫 번째 사건
핑구가 1살도 안된 여름날 베란다 문이 열린 틈으로
핑구가 날아가 버린 핑구 가출사건이 있었다.
혹시 까마귀나 고양이의 공격을 받으면 어쩌나
그날따라 밤비가 주룩주룩... 이 비를 맞으면 버텨내기 힘들 텐데...
정말 아찔했으며 온 식구가 낙심 천만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핑구를 찾기 위한 딸들의 노력이 참으로 눈물겨웠다.
급기야 딸들이 전단지를 만들어 각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게시판에 전단지를 붙였는데 하루 이틀 지나 드디어
핑구를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아, 그때 핑구와 우리 가족의 역사적인 상봉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딸들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켰던 사건이었다.
백문조를 찾고 있습니다!!!
협조해 주십시오
종류 : 백문조 생후 9개월
잃어버린 일시 : 2016년 6월 18일 (토)
장소 : 도쿄 에도가와구 세신쪼 주변
이름 : 핑구
성격 : 신중한 성격이며, 손으로 만지는 것은 싫어하지만
사람과 친숙하여 사람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역사적인 핑구의 두 번째 사건
어느 날 핑구가 무정란을 낳았다.
세상에나~~
그렇잖아도 수컷인지 암컷인지 궁금했는데
핑구가 암컷이라는 사실이 판명이 된 날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혼자 사는 핑구가 알을 낳았다는 것에 깜짝 놀랐는데
알을 낳는 그 순간부터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은 모성애가 발동하여
둥지에서 알을 품고 식음전폐를 하다시피 하고 하루종일 나오지를 않았으니
저러다가 핑구가 병이 날까 걱정이 다 될 정도였다.
무정란이니 저렇게 품고 있으면 알이 썩을 것이기 때문에
가짜 알을 사서 핑구가 모르는 사이에 바꿔치기를 해주었다.
산후 통증은 없었을까?
몸조리를 잘해야 할 텐데 하며
나는 갑자기 친정 엄마 같은 마음이 되어 안쓰러운 눈으로
알을 품고 있는 핑구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역사적인 핑구의 세 번째 사건
핑구가 날아다니다가 어디에 부딪쳐 타박상을 입었다.
갑자기 날지를 못하고 부리를 벌리고 제자리에 서서
끙끙 앓고 있었다
어찌나 안쓰러운지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의사 선생님의 진찰을 받고 약을 받아왔는데
약을 안 먹겠다고 죽어라고 입을 벌리지 않아서
약을 한 방울도 먹일 수가 없었다.
며칠 후 정상으로 돌아와서 십년감수를 했었던 사건이었다.
그때 만들어 놓았던 영상이 바로 아래 이것!
https://youtu.be/djBzjzDrm_U?si=BqHTQrGED9u3b7lg
핑구는 새장에서 나오면 늘 이렇게 사람에게
매달려 노는 것을 좋아했으며 어깨에도 앉고 머리 위에도 앉고...
나는 특히 그것이 싫어서 내가 많이 뿌리 치기도 했는데
있을 때 잘하라고 했지!
핑구가 떠나고 나니 그 점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좀 더 다정스럽게 대해 줄걸 말이다
이렇게 떠나가는 것을....
아휴~ 마음이 짠하다.
훨훨 훨훨~
잘 가거라 핑구야
8년 3개월 동안 우리 가족이 되어
우리와 함께 해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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