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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여행

딸과 함께 떠난 온천 여행 1

창밖에 토닥토닥 떨어지는 비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는데

한밤에 문득 눈을 뜨니 여전히 창밖에선 토닥토닥 토닥토닥....

그 비 소리를 들으며 또다시 스르륵 잠이 들고,

또다시 잠에서 깨어나니 내게 더 자라고 빗소리는 토닥토닥...

웬 찬비가 이렇게 지칠 줄도 모르고 이틀째 이렇게 내리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이상도 하지 잠결에 들려오는 비 소리는 어찌 이렇게 자장가처럼 들리는 것일까

집 떠나서 잠을 자는 날에는 사소한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여

그 소리 때문에 잠을 잤니 못 잤니 하며 구시렁거리는데

밤새 창 밖을 끊임없이 때리는 비 소리에는 아주 푹 잠을 잘 잤다.

하코네 온천장에서 딸과 함께 들었던 운치 있는 비 소리로 인하여

마치 고향집에 가서 푹 잠을 자고 온 것 같은 즐거움이... 

 

 

 

 

 

창이 어슴푸레 밝아졌을 무렵에 눈을 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딸은 옆에서 여전히 곤하게 자고 있길래 살금살금 일어나

창가로 가서 창밖을 내다보다가 신선한 공기를 맛보고 싶어서 살짝 문을 열였다.

비를 피해 나무 가지에 앉아 있던 새들이 내가 여는 창문소리에 놀라서 

퍼드득 짹짹거리며 날아올라 다른 나뭇가지로 자리를 옮겨갔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어찌나 청아하고 상쾌하게 들려오던지

나무아래 여기저기서 파릇한 새순이 금방이라도 올라올 것만 같은

봄이 오르는 기운이 느껴졌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우리 핑구는 잘 있을까

문득 핑구생각이 나는 아침이기도 했다.

 

 

 

 

 

딸은 그동안 육아휴직을 하고 육아에 매진하고 있었는데

복직하기 전에 아기를 봐줄 테니 잠시나마 쉬는 시간을 가져 보라는

사위의 배려로 이루어진 딸과 둘만의 1박 2일 온천여행이다.

그동안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인해 쇼핑이란 생각도 못해봤기에

여행의 시작은 고탄다 아렛에 가서 생각해 두었던 몇 개의 브랜드로 가서

옷을 입어보고 골라보기도 하며

쇼핑하는 즐거움으로 한나절을 보냈다.

 

그리고 이곳 온천에 와서 빗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잘 자고

일어난 아침이다

 

 

 

 

 

 

아침 식사시간이 되어 안내를 받아 우리 자리로 가니

산뜻한 봄이 느껴질 정도로 예쁘게 잘 차려 놓은 식탁을 보며

행복한 기분이 훅하고 솟구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와~  맛있겠다"

 

온천여행은 온천에 푹 몸을 담가 피로를 푸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온천의 꽃은 역시 이러한 식사를 대접받을 때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곳은 객실이 6개밖에 없는 가족적인 분위기의 온천장으로

아주 고요한 분위기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는데

창밖으로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비가 내려 더 좋기만 했던 날이었다.

이곳을 단골로 정해놓고 여차하면 혼자서 라도 여행을 와도 좋을 것 같은...

ㅎㅎ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분위기가 흡족했다는 이야기다.

 

 

 

 

 

한 가족처럼 보이는 서빙하는 사람들에게서 어찌나 정성이 느껴지는지

그야말로 우리가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정도였으니

나는 그들이 서빙을 해 올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게살을 넣어서 찐 계란찜이라며

"따뜻할 때 드시면 더 맛있으니 이것부터 드세요" 

라는 말에 게살의 향이 풍기는 차왕무시(계란찜)부터 냠냠냠

아주 맛있게 먹어 주었다.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던 차왕무시(계란찜)였다

 

 

 

나는 홍차, 딸은 커피

정말 오랜만에 딸과 둘만의 시간으로 참으로 흐뭇하고 즐거웠다.

 

집에서는 사위와 할아버지가 교대로 아기를 돌봐주며

우리에게 이러한 시간을 배려해 주었으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보냈던 시간이기도 했다.

 

 

 

룸 이름이 진달래, 억새, 수국, 모미지... 등등

우리가 묵었던 룸은 모미지라고 단풍방이다.

몇 호실이 아닌 자연의 이름으로 붙여진 룸이름이 재미있었다.

 

 

 

 

온천 장은 오래되어 낡은 분위기는 느껴지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이 온천장의 매력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내가 단단히도 이 온천장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체크아웃을 하려고 나서니

비가 아닌  눈 내리는 날이 시작되고 있었다..

 

 

온천에 다녀갑니다 라는 인증샷을 남기고..

 

 

겨울 내내 따사로운 햇살로 예쁘게 피어나던 꽃들이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오들오들 견뎌내고 있으리라

 

 

 

캐리어를 끌고 눈을 맞으며 이 길을 따라 내려갔다

하코네 유모토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가는 중이지요

 

 

 

 

 

 

 

 

 

 

 

 

 

 

 

 

 

 

 

 

 

 

 

 

 

 

 

 

 

 

 

고요~한 버스를 타고

전철역으로 이동 중입니다

눈, 비가 내리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심했다.

 

 

 

드디어 하코네유모토 역에 도착

이곳에서 요코하마로 가는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눈이 내려 추운 날씨다

올 들어 가장 추운 겨울 같은 날씨다

그대로 봄이로구나 했는데

다시 계절은 뒷걸음질 쳐서 겨울모드로 접어들었다.

오들오들~

 

 

 

 

하코네로 여행을 나온 여행객들 뒤로

강가에 피어있는 분홍빛 꽃은 카와즈 벚꽃이 피어있어

누가 봐도 계절은 봄이고

저렇게 봄이 와 있었는데 말이다

 

지인에게서 톡이 왔다

"눈이 내리는데 온천여행 괜찮았어?"

"눈도 내리고, 비도 내리고

그래서 더 운치 있었던 여행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