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떠난 온천여행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딸이 장염에 걸렸다며 내일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라고 연락이 왔다.
일단 병원부터 다녀와서 결정 하자며 병원을 갔는데...
진찰실에 들어서서 상태 이야기를 하자말자
혹시 육아를 하고 있느냐고..
그 아기가 장염이 걸리지 않았냐고부터 묻더란다
3일 전에 아기가 먹는 데로 다 토하고 설사를 했다고 하니
아기에게서 감염이 되었다고 한다.
하루 약 먹으면 괜찮을 것이라 하여 약을 먹고
다음날 예정대로 출발을 하기로 했다
요즘 아기들에게 장염이 유행을 해서
그 가족들에게 전염이 되어 온 가족이 장염을 앓는다고 하더니
여행 떠나기 전날 하필이면 이런 일이!
호텔이며 교통편 모두 예약을 해두었으니
지난가을 카미코치로 여행을 갈 때처럼 또다시 캔슬료가 아까워서라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예정대로 출발을 하였다.
아울렛에서 즐거운 쇼핑을 하느라 종일 시간을 보내고
하코네로 장소를 옮겨 온천장에 여장을 풀고
기대하고 고대하던
멋진 저녁 식사시간을 맞이했다.
코스요리 순서
서빙되어 온 음식을 앞에 놓고 먼저 수저를 들고 먹기보다는
요리조리 감상을 했다는 말이 맞겠다.
음식 감상 & 그릇 감상
모양이 깜찍 예뻐서 따로 꺼내어 촬영도 해보고...
이 음식은 목걸이를 해도 될 것 같다는 ㅎㅎㅎ
참 예뻐서 어디서 어떻게 먹어 줘야 할지
차라리 목에다가 걸어버릴까 ㅎㅎ
따뜻한 복어알 맑은 국물을 들이켜니
속이 시원하고 속이 편안해지는 기분
그리고 '아 맛있다~'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회도 이렇게 담아놓다니
그야말로 이것은 하나의 작품같이 보였다.
얌전하게 놓여있는 회는 어찌나 푸룻푸룻 신선해 보이던지
단숨에 한 절음 두절음.... 먹어 치웠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아귀와 각종야채에 일본된장으로 간을 한 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를 받아 놓고 보니....
사실 이 시점에서 입덧하는 임산부 마냥 속이 거북했다.
국물만 몇 숟가락 떠먹고 밀쳐 버렸다
이렇게나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을 남기자니 어찌나 미안하던지
어쩜 좋아하며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음식이 맛이 없어서 못 먹는 것이 아니라는 뜻은
알려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미안합니다. 지금 위 상태가 안 좋아서 못 먹겠어요"
윤기가 흐르는 은대구 구이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오징어와 고구마를 갈아서 만든 튀김과 아귀 튀김은
또다시 속에서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미안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또 남겨서 내 보내고...
가고시마 산 흑 쇠고기 스테이크
지글지글 끓는 돌 위에 얹어 즉석에서 구워 먹는 스테이크도
먹으면 속에서 큰일 날 것 같아서
뒤적뒤적 뒤적이며 굽기만 하고 먹지는 못하고...
'미안합니다~'
하며 또다시 그대로 내 보내고
내속에서 모든 것이 모여서 요동을 쳤다
부글부글....
다음 코스로 밥과 된장국이 서빙되는 것을 보며
나는 이쯤에서 퇴장을 했다..
그리고
속을 완전히 비우고 나니 어찌나 날아갈 듯 좋은지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좀 전의 그 얼굴이 아닌 미소 띤 얼굴이 되어
재입장을 하며 딸과 눈이 마주치자
걱정스러워하는 딸에게 '걱정 마 아주 좋아'라는 뜻으로
씽긋 웃어 주었다.
내 테이블에 와서 앉으니
아직 디저트 전이라며 디저트를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딸이 가져 달라고 말을 하면서
어머니 것은 안 가져와도 된다고 말하길래
아니 먹을 수 있다며 내 것도 가져다 달라고 했다.
속을 완전히 비우고 나니
달달한 디저트가 급 당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손자의 장염이 딸에게, 나에게
그리고 집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사위에게
온 식구가 장염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었다.
딸이 병원서 받아온 약은 나와 함께 나눠 먹고
집에서는 할아버지가 병원서 받아 온 약은
사위와 나눠 먹고
추신: 그래도 속을 싹 비우고 나니
밤에는 빗소리 들으며 잠도 잘 자고
다음날 아침 '딸과 함께한 온천여행 1'에서 처럼
하나도 남김없이 다 잘 먹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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