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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이웃과 함께

비아티나와 함께 지유가오카 (自由が丘)에서

"지유가오카에서 만나요~"

"얘! 지유가오카 (自由が丘)가 뭐가 좋니?  미나토미라이로 와라"

 

친하게 지내던 티나가 한국에서 왔다

코시국 전에 만나고 못 만났으니 거의 4년 만에 만난 셈이다.

 

우리의 만남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내가 성당 소모임에서 구역장을 하고 있었는데

한번 구역장이면 영원한 구역장이라며 오랜만에 만나니

여전히 구역장님이라고 불러서 아이쿠 이 사람들아~ 하고 웃었다

20여 년 전 그 당시 티나는 유치원생과 두 살배기 두 아들을 키우고 있었고

나는 중, 고등학생 두 딸의 엄마였다.

그러던 차에 티나는 남편의 전근으로 한국으로 1차 귀국을 했는데

다시 일본으로 전근이 되어 왔을 때는 우리 아래층에 살던 비아와 함께

3명이 뭉치게 되었다.

그때 3명의 세례명 끝자리를 따서 '시아비아티나'로

이름을 지어 그룹 톡을 만들어 뭉쳐 헤쳐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티나네는 또다시 한국으로 발령이 나서 2차 귀국을 하였다.

그리고 코시국을 맞이하였다.

 

그동안 우리는 코시국이라고

제자리 걸음 하듯 모든 것이 멈춘듯한 생활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티나네는 코시국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부지런히 진도가 나가서

일본에서 대학 입학을 했던 아들이 어느새 군에도 갔다 오고

올해 대학 졸업을 하고 올 4월부터는 사회인이 되어 첫 출근을 한다고 했다.

작은 아들은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에서 대학공부를 하고 있다니

그동안 세계적인 팬더믹시대였지만 티나네는 조용조용

아들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순조롭게 전진을 잘해 나가고 있었다.

 

이번에 티나의 큰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게 되어 졸업식에도 참가하고

사회인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 아들이 생활을 할 집을 구해서

살림을 차려 주려고 도쿄에 왔다고 한다.. 

 

 

 

시아비아티나가 드디어 4년 만에 미나토미라이에서 만나다.

11시에 미나토미라이 역에서 만나 지상으로 올라오니

관람차는 11시 1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 1자가 4개라니! 

왠지 즐거운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이...

 

 

 

 

 

그동안 온통 찌뿌둥하던 날씨가 이 날은 하늘이 어찌나 쾌청하던지

그야말로 가을하늘처럼 청명했다.

아카랜가로 가서 런치를 먹으려고 가는 길인데

가는 길에 피어있는 노란 수선화가 바람에 팔랑팔랑

피란 하늘과 어울려 산뜻 이쁘기 그지없었다.

 

 

 

'비아야~ 티나야~'

뒤로 휙! 보는 순간 

한 장! 찰칵!

나는 60대이지만 이 친구들은 50대이니 

내가 분발하여야겠다는... ㅎ

 

 

 

티나는 사진 찍히는 것을 엄청 좋아하더니 여전히

여기저기에 서서 사진 찍어 달라는 주문이 쇄도하였다.

 

 

 

 

 

반면 비아는 예전에 우리가 도쿄 신주쿠에 살 때 우리 집 아래층에 살았으며

그동안 우리는 두 번이나 동네를 옮겨 다녔지만

비아는 꿋꿋하게 여전히 신주쿠 그 동네에서 살고 있다

나와 같은 성당에 다니기에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로

그야말로 오래된 동생 같은 존재이다.

 

 

 

 

미나토미라이에서 런치를 먹고 나니

티나가 지유가오카(自由が丘)를 가고 싶다는 듯 들먹거려서

그럼 지유가오카(自由が丘)로 가보자며 자리를 옮겼다.

이상타 많은 사람들은 미나토미라이에 놀러 오라면 좋다고들 하는데....

달랑 런치만 하고 지유가오카(自由が丘)를 가고 싶어 하다니??

고개를 갸우뚱!

하긴 티나의 관심분야가 예전부터 지유가오카(自由が丘)에서의 쇼핑이었으니 

옛 추억의 장소 단골 집에서의 쇼핑이 그리울 만도 하겠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아직 50대 초반이니 여전히 쇼핑을 좋아할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니 나도 50대 시절에는 쇼핑을 좋아했는데 60대를 넘어서고 언제부터인가

내가 정원 길을 걷거나 공원에서 자연을 참 즐겨했으며

쇼핑하는 일은 슬슬 심드렁하게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하 그렇구나! 저 친구들이 이상 한 것이 아니라

달라진 것은 60대가 된 내 자신이로구나 하고....

 

 

 

 

 

"이곳이에요 바로 이곳!" 하며

티나는 그야말로 눈이 반짝반짝했다

 

 

 

손으로 수도 놓고, 십자수도 있고, 퀼트 관련 천이 어찌나 많은지...

나는 손자가 태어나기 전에 태어날 손자를 생각하며, 손자에게 줄 그 무엇을 만들기 위해

한 땀 한 땀 꿰매 나가는 퀼트를 하고 싶었는데

이사를 온 새로운 동네에서 퀼트샵을 못 찾아서 우물쭈물하다 보니 날이 가고 달이차서

손자는 우렁찬 울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버렸다는... ㅎㅎ

이렇게 가까운 곳에 퀼트샵이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아이쿠 아쉬워레이~

 

 

 

 

 

 

 

실내복, 순면으로 된 매트, 커튼 각종 수예품 등등 

이 집엔 내가 다시 한번 와 봐야겠다며 눈도장을 찍어 놓고...

 

 

또 다른 골목골목으로 비아와 티나는 발길을 옮겼다

한국에서 자유여행으로 도쿄로 오는 사람들은 이 지유가오카 (自由が丘)에

많이들 들린다고 한다.

그야말로 아기자기한 소품 상점이 많이 있으니

손재주가 많은 사람들이나 집 꾸미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들려보고 싶을 것이다

 

 

 

티나는 신이 났다

이것 들었다가 저것 들었다가 하더니 "이거 사갈까?"

"캐리어에도 안 들어갈 텐데 한국까지 어떻게 들고 가려고??" 했는데

결국은 저 새장 같은 것을 샀다.

 

 

이것이 더 이쁠까??

갈등 중인 티나

티 나는 손재주가 정말 많은 사람이다.

예전에 미니어처에 빠져서 그렇게 조그만 인형의 집을 꾸미더니

요즘은 저 새장 안에 오밀조밀 성모님의 동산을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고..

여전히 손으로 조물조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취미가 진행 중이로구나

아들만 둘 키우는 엄마였으니 딸이 한 명 있었더라면 완전 예쁜 공주로 자라났겠다라고

우리가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이제 뭐 좀 먹으러 갑시다 하며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저렇게 활짝 웃는 나의 모습이 오랜만이다.

역시 이 친구들과 만나면 즐겁고 재미가 나니

웃음도 저렇게 세상 즐겁다는 표정이 저절로 나오는가 보다

 

 

음~~

티나가 일본 맥주는 정말 맛있어서 잊을 수가 없었다며

꼭 마셔야 된다며 시키길래

어디 덩달아 나도 ,,,

어쩜 오늘따라 이렇게 맛있을 수가!

그런데 새끼손가락은 왜 치켜든 것이야??

나도 모를 일이로다 

난생처음이다

 

 

 

이리하여 미나토미라이에 이어 지유가오카 (自由が丘)에서의 

우리의 만남은 이 정도로 총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