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이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일이 생겼다.
서울에 오자말자 한국 휴대폰을 개설하기 위해 통신사를 찾아가니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을 당했다.
여권은 있다며 여권을 내미니 꼭 주민등록증이 아니면 안 된다고...
이런!
이사를 와서 자리를 잡기 위해 뭘 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전화번호를 기입하거나, 알려 줘야하기에 남편의 번호를 사용했는데
여기저기서 남편폰으로 전화가 걸려와 엄청이나 번거로웠다.
휴대폰은 그야말로 제2의 신분증이나 다름없었기에
개인전화가 없다는 것도 이만저만한 불편한 점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백화점 카드를 발급받으려고 하니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니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내 발목을 꽉 잡는 주민등록증이다.
주민등록증이 이렇게 중요한 물건이라는 것을
고등학교 2학년 때 주민등록증을 만든 이래에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혹 필요할지 모르겠다며
여권과 주민등록증은 꼭 챙겨서 들고 왔지만 주민등록증을 필요로 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이 주민증을 꼭 들고 들어가나 하나 망설이다가도
결국엔 들고 들어 오곤 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딱 걸렸다.
단 일주일간이었는데 마치 한 달이나 된 것 같은 망막한 기분으로 보냈다.
우리의 주민등록증은 우리가 따로 챙기기도 전에 이삿짐과 함께
우리보다 먼저 일본을 떠난 후였으며
그 이삿짐은 우리보다 일주일 늦게 집에 도착하였기에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다.
일주일 후 이삿짐이 도착 하자말자 이삿짐을 정리해 가며 주민증을 샅샅이 찾았는데
이삿짐 속 어디에 꼭꼭 숨었는지 숨바꼭질도 그런 숨바꼭질이 없었다.
한국에 입국할 때 필요한 한국 관련모든 카드와 예금통장은 따로 담아서
지정된 서랍에 넣어두었는데
남편이 그 서랍 속 물건을 확인을 하지 않고 짐을 꾸렸으니
남편이 주민증을 찾기 위해 어찌나 용을 쓰고 찾는지 안쓰러울 정도였다.

더 이상 주민증 찾는 것을 포기하고 동사무소에 주민증 분실 신고를 하고
새로 발급을 받으러 갔다
동사무소라는 이름이 주민센터로 바뀌었는데 입에 익지 않을뿐더러
세련된 '주민센터'라는 말이 선뜻 떠 오르지 않아서 남편과의 대화 중에는
늘 동사무소로 통했다.
그렇게 주민센터에 가서 간단하게 금방 주민증을 발급받아서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깔끔하고도 신선해 보이는 썩 마음에 드는 식품가게를 발견하였다


해산물을 구경하면서 집에서 조금만 더 가까우면 자주 애용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은 일단 귤 한 봉지만! 사서 돌아오면서...
"주민증을 새로 발급받았는데 옛 주민증이 짠하고 나타나는 것 아닐까?"
"어쩜 정말 그런 일이 정말 생기는 것 아닐까?"
"예전에도 건강보험증을 분실하여 새로 발급받았는데 바로 다음날 나타났던 적이 있어"
"어머나,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지?"
그런 일이 없길 바라며 웃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데
디즈니 캐릭터 그림이 있는 예쁜 과자통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두둥~
뚜껑을 열어보니 주민증 두장, 한국 교통카드 두장, 한국 운전면허증
지난 9월에 한국에 왔을 때 발급받은 남편의 어르신 교통카드 한 장....
호들갑을 떨며 나는 그 물건들을 가지고 거실로 쫓아 나왔다
"이것 봐요~ 이거~ "
남편이 보자마자 기가 막히다는 듯
"네 그럴 줄 알았다!"
아니 이렇게 금방 발견이 되다니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나타나서 반가워야 할 물건이 순식간에 반갑지 않은 물건이 되어버렸다.
동사무소에 다시 찾아가긴 정말 민망한 일이지만
남편은 바로 전화를 했다. 구 주민증을 찾았다고...
그런데 직접 본인이 와서 취소를 해야 한다고 하니
옷을 갈아입다가 말고 남편과 함께 바로 주민센터로 향했다.
주민증을 발급받거든 바로 한국폰을 개통하러 가자고 계획하고
부랴부랴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는데
혹시 하고 가방을 열어보니 역시나!
"어머나~" "또 왜??"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새로 사둔 내 아이폰을 두고 나왔네"
남편의 눈치가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먼저 주민센터로 빠른걸음으로 가고
나는 달려서 집으로 향했다.

새로 사두었던 아이폰을 들고 빠른걸음으로 주민센터로 다시 향하는데
'머리가 나쁘면 육체가 고생을 한다더니 오늘 몇 번이나 이 길을 걷는 거야?
그런데 쓸데없이 가을 단풍은 왜 이다지도 이쁜 거야'
구시렁거리며 그 순간에도 멈춰 서서 사진을 찍었다.
아이쿠! 이젠 누가 봐도 허둥지둥 할머니로구나 어쩜 좋아
그렇게 주민센터에 들어서니 남편은 일을 끝내고 벙긋벙긋 웃고 서있었다.
나는 직원에게 아주 미안하다는 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불과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니
직원은 아주 가볍게
"그거 뭐 취소하면 되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거기 의자에 편히 앉아서 잠시 기다리세요"
4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분이 어찌나 푸근하게 말을 잘해주는지
미안하고 당혹스러운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재 발급비 10,000원을 돌려받으며 눈을 마주치고 씽긋 웃으며
"수고합니다"라고 인사말을 하고 나섰다
수고합니다??
아이코! 이제는 말도 헛나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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