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이 너무 고와서
나도 모르게 발길이 연등 아래쪽으로 향했다
벌써 부처님 오시는 날을 준비하는 것일까
연등 다는 작업을 한창 하고 있었다.

연등 아래 달아 놓은 꼬리표가 때마침 불어드는 바람에
팔랑팔랑~ 참으로 이쁘게도 나부낀다
고개를 쳐들고 넋놓고 구경을 하고 있는데....

귀에 익은 목탁소리와 불경소리
그리고 코끝으로 스며드는 진한 향 냄새에
나는 갑자기 울컥 헸다
어머 내가 왜 이러지??
어느새 내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그리고 그 자리에서 꺼이꺼이 울어버리고 싶었다.
심심이 깊은 불자였던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나타났다
나의 입시때 새벽이면 어김없이 나를 깨우시려고 틀어 놓으셨던
그 불경소리와의 조우였다
그 불경소리가 이렇게 50여 년이 지난 지금
좋은 추억이 되어 이렇게 불쑥 나에게 돌아 올 줄이야
내가 일본으로 떠난 후 엄마는 매일같이 전화를 하셨다.
"희야라~ 그래 윤서방은! 아이들은 학교 갔고?
그래 끊어라! 내가 뭐 할 말이 있나"
말씀은 늘 한결 같았지만 병세가 깊어지신 어눌한 목소리였다
그렇게 매일같이 전화를 하셨는데
언제부터 그 통화마저도 어려우셔서 엄마의 전화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오늘 들어왔으면 좋겠다"라는
한국에서 겋려온 오빠의 무거운 전화 목소리에 부랴부랴
한국으로 날아와 서울 공항에 도착하여 집으로 전화를 하니
들려오는 냉정한 한마디
"엄마 돌아 가셨다"
그렇게 엄마는 내가 일본으로 떠난 지 1년 후
진달래가 후드러지게 피어 나부끼던 들로 산으로
홀연히 그렇게 내 얼굴도 못 보고 떠나셨다
나의 작별 인사도 못 받으시고...
"엄마, 그랬던 희야가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아기 엄마가 향을 꼽고 두 손 모아 기도드리고
촛불에 불을 붙여 정성을 들이는 진지한 모습을
나는 한걸음 물러서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등에 업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는 아기에게는
이 추억도 알게 모르게 기억 속 그곳에 차곡차곡 쌓여가겠지

문득 생각이 났다
엄마가 생각이 나면 이곳 봉은사에 와서
향을 꼽고 촛불 봉헌을 해볼까
엄마와의 추억인 불경소리와 향내음이 있는 이곳이니..
엄마에게 나의 안부를 전해 주시리라
때는 바야흐로 인터내셔널 시대이고
이중국적도 가지는 시대이니
나는 비록 가톨릭 신자이지만
이중 종교를 가져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느님도 부처님도 다 감안해 주시리라

모두의 염원이 활활 불꽃처럼 피어올라
꼭 이루어 지시길 바라나이다


자주 들리겠습니다
이 못난 중생 잘 부탁드리나이다
'생활 이야기 > 서울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난 이럴 때 내 나이에 무게가 느껴 진다 (0) | 2026.03.16 |
|---|---|
| 일본의 봄 & 한국의 봄, 어느 곳도 지내기 힘든 봄 (38) | 2026.03.15 |
| 봉은사에도 봄이 찾아들어 홍매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35) | 2026.03.10 |
| 드디어 서울에도 매화가 피었다 (33) | 2026.03.08 |
| 우리 집에 찾아 온 손님 (39) | 2026.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