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귀국을 하여 서울살이를 시작하고
안동에 사는 작은언니가 몇 번이나 놀러 오라는 말은 했지만
서울생활에 적응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뿐더러
간간이 친정 형제들과 만나 여행을 가기도 하고, 타 지역에서 만나기도 했기에
언니를 만나러 안동에 간다는 것은 늘 차일피일 미루었다.
형부가 살아 계실 때는 우리가 귀국을 할 때마다
형부께 인사를 드리러 가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가곤 했었는데
그때는 한국에 오면 다들 차를 태워주셨기에
이동에 애로사항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런데 서울살이 시작하고 나는 운전도 못할뿐더러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안동에 간다는 것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30년 가까운 해외생활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에고~
무엇보다 최근 10년 사이에 한국이 달라져도 너무 달려져 있어서
어정쩡하고, 또 하나는 나의 노화현상!
이해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려 어정쩡~~
이제는 누가 뭐래도 어르신 교통카드를 받아도 마땅할 노릇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오빠 공연을 보러 혼자 영주에 다녀온 이후로
용기가 생겼다.
청량리에서 영주로 그리고 이제는 서울역에서 안동으로~
그렇게 혼자 두 번을 다녀왔더니
이제는 혼자서도 척척!
이젠 어디든 혼자 갈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얏호~
앗, 서론이 너무 길었다
죄송합니다~.
'작은언니가 기어이 나를 언니집으로 오게 만들었다'
다음 주에 큰 딸식구들이 일본에서 온다고 했더니
김치와 몇 가지 기본 반찬을 해 줄 테니 안동에 한번 오라는 것이 아닌가
기본 반찬을 준비해 놓으면 밥 해 먹기 편하다고...
작은 언니는
친정식구들이 모일 때마다 음식솜씨가 좋아 늘 큰 음식도 척척 해내고
늘 앞장서서 선두지휘를 하곤 하는 언니다.
이번에 안동에 머문 이틀 동안 또 한 번 나를 감동시킨 언니였다
내가 내려가거든 같이 시장에 가자며 이른 아침에 ktx를 타고 내려갔는데
집에 들어서니....

벌써 이렇게 김치 양념을 만들어 놓았다.
양념은 하루 전에 만들어 놓아야 맛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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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배추와 총각무도 벌써 이렇게 손질하여 소금으로 절구는 중이다
오늘 내가 와서 시장에 가서 배추를 사서 김치를 한다는 것은
너무 바쁠 것 같아서 미리 손질을 해 놨다고...

버무리기 시작했다
내가 할까 했더니 손 빠른 언니는 내가 하는 것이 좀 갑갑한 모양이다
내게 맡겼다가 금세 내가 할게 하며 장갑을 가져가네

나는 뒷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
바닥에 떨어진 김치양념물을 깨끗하게 걸레질하고
맛있게 먹어주고, 수다 떨어주고...
뭐 그런 일 밖에 할 게 없더라고..

다음날은
언니 따라 안동 재래식 시장에 나갔다
사고 싶은 식재들이 많아서 욕심이 났지만
이번엔 짐이 너무 많아서 다음을 기약하고
가벼운 표고버섯만 15,000원어치를 샀다
푸짐했다.
생땅콩을 사고 싶어 했더니 가을에 햇땅콩 나오면 사라고 하며
햇땅콩, 들기름도 일찌감치 내 것까지 주문해 주겠다고 했다.
떡순이 시선이 이번엔 떡집에 꽂혔다
맛있는 떡들이 즐비하게...
점심을 맛있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제를 하고
겨우 감자떡 작은 팩을 하나 사서 집으로 왔다.
집으로 와서
또다시 언니의 반찬 만들기는 시작되었다


고추부각을 이렇게 튀겨내어 양념장을 만들어 졸여내고...
나는 열심히 옆에서 맛을 보고...

마늘종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내어 물을 빼고
양념장에 마늘종과 멸치를 넣어 양념장에 버무려내고...
나는 열심히 옆에서 맛을 보고...

드디어 언니가 내캐리어에 집을 싸기 시작했다.
냉장고 들어있던 김치는 상온에서는 물방울 생긴다며 타올로 돌돌 말아서
캐리어에 담았다 빈틈없는 언니다!
옆에는 볶은 깨와 삶아서 냉동시켜 놓은 뽕잎을
뽕잎밥을 해 먹으라며 타월에 싸서 케리어에 밀어 넣었다.

집에 와서 냉장고용 통에 옮겨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두었다
언니의 정성에 고마움과 감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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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익어라~~
여름 배추김치는 익지 않아도 벌써부터 양념 맛에 밥도둑이다

일본에서 딸이 오면 주라고
언니는 언니표 고추장도 한병 챙겨 주길래
곱게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음식 잘 하는 언니이기에
음식으로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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