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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늘의 방/도쿄마라톤 & 워킹

(첫도전) 비 내리는 날 하프마라톤 완주!

 

나에게 있어서 하프마라톤 첫도전

정확하게 말하면 21.0975km

 

지난 7월 수박마라톤 10킬로를 첫 도전 완주하고 나니

뿌듯~의기양양 하여

작은딸이 " 우리 하프마라톤에 한번 도전해 볼까요?"

하는 말에 솔깃하여 아주 가볍게 "그래" 답하자말자

남편이 후다닥 바로 각종 마라톤대회를 검색하여

초보인 우리가 달릴만한 대회를 찾아서 신청을 해버렸다.

 

그런데 달리는것에 담쌓고 지내며

무더운 여름을 맞이하고 가을을 맞이하였다.

 

마라톤대회는 슬슬 다가오는데

달리기는 싫고  어떻하지 어떻하지 하면서 지냈는데

그래도 내가 휘트니스에서 각종기구를 이용한 근육운동과

에어로빅과 요가를 열심히 했으니 체력은 좋을것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했다.

 

그런데 작은딸이 대학 동기들과 함께하는 큰 공연이 11월에 있는데

그 공연의 총 리허설이 하필 마라톤대회 날짜와 겹쳐서

마라톤에 참가 하는것이 어렵다고 하니

어쩌나 - 하며 기운이 빠졌다..

 

하지만 자존심이 슬금슬금 발동했다

내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자존심이 걸려있어서

달려보겠다고 신청을 해놓고 아무런 이유없이

단지 힘들겠다는 이유만으로 물러선다는것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마라톤대회를 일주일 남겨두고

달려보자는 마음을 먹고 주섬주섬 챙겨 입고 나섰다

동네 강둑으로 공원으로 한바퀴를 돌면 6킬로 정도인데

그 코스를 한번 돌고 와서 다음날은 몸살이 나서 누웠다.

하지만 오뚜기처럼 일어나서 또다시 다음날 한바퀴 돌고 오고

그렇게 하루건너 한번씩

세차례를 돌고 마라톤대회에 임했다

 

마라톤 대회 당일날은 가을 찬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는

최악의 날을 맞이했다.

 

비가 많이 내리니

남편이 혼자 달리고 오겠다며 나더러 집에 있으랜다

그래도 그럴수가 있나요

어찌되었건 가봅시다 하며 따라 나섰다

 

힘들면 걷기라도 하지 뭐 하고..

 

 

 

 

 

이름하여 거북이 마라톤 대회

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마라톤이 되겠다.

 

 

마라톤 개최지 지점에 와서 강둑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니

아 서글퍼라

하필 오늘같은날 비가 내릴게 뭐람

 

 

 

 

 

비가 처절처절 내리고 있으니 비옷을 입고

그 비옷위에 번호판을 달았다

 

 

참가자가 많아서 스타트 지점까지 가는데는

 한참을 걸어 나갔다

비가 내려도 다들 열심이로구나

 

 

곧 있을 선거에 대비

이런 타이밍을 이용해

길거리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 사람들

 

봉사자와 함께 달리는 시각장애자

 

 

길거리 응원

 

 

 

 

아빠가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나??

가족응원단 처럼 보이네

 

 

 

 

 

 

 

10킬로지점

이제 거의 반을 달렸구나

 

반환점 영차영차

이제 왔던길을 되돌아가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이제 반만 달리면 되는것이로다

 

 

11킬로지점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골인지점

 

 

하얀색컵은 물이고

빨강색 컵은 스포츠음료 아쿠아리스 라는걸

나중에야 알았다

에이 그것도 모르고 달리는 내내 물만 마시고 달렸구나야-

 

 

 

오름막 지점은  힘들어요~

엎들이다시피 해서 살금살금 달려 올라갔다.

 

 

 

 

 빨강컵이 아쿠아리스였다니

당이 고갈난 상태였는데  

드디어 달달한 스포츠음료를 낚어채서 들이키니

힘이 불끈 났다고나 할까

 

 

가을 찬비로 추위가 느껴지는 날인데도 

달리는 열기로 인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있네

그래도 웃을 여유도 있고 좋아좋아

 

 

 

 

 

15킬로 지점

이제 6킬로만 달리면 되는구나

영차영차

 

 

화이팅~ 간바레~

 

16킬로지점

저 멀리 다리가 보이네

저 지점이 골인지점 이리라...

 

 

쿵쿵쿵쿵 북소리를 들으며

풀린다리에 힘을 실어본다

 

 

 

18킬로지점에 다다르니

걷는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도 힘들다구-

 

3킬로 남았다고

조금만더 조금만더 라고...

 

막바지에 달했으니

소금사탕도 주고 젤리도 주고

힘내라네

 

 

19킬로지점

 

이제 2킬로 남았다

내 다리가 내다리가 아니야

헉헉헉...

 

더 이상 무리다

터덜터덜 걸었다

 

여기저기 걷는 사람들이 속출

사진을 보니 나만 그런것이 아니었구나

이시점이 힘든시점인가보다                                                           

 

 

 

20킬로지점

 

 

이제 1킬로 남았다

막바지! 다시 힘내서 달려보자구

길거리에 서있는 사람이

화이팅을 외쳐준네

땡큐~

 

 

드디어 골인~

내몸이 내몸이 아니야

땀에 젖고 비에 젖고 배도 고프고...

 

 

 

 

기록증이 왔다

기록 2시간 54분 48초

하프마라톤 완주자 1015명중 918위

50대 여자 완주자 293명중 266위

 

 

길거리 카메라맨에게 찍힌 사진

남편이 처음부터 함께 달려주어서 힘이 되었다

서글프게 내렸던 비였지만 추억은 아름답다고

지내놓고 나니 운치있고  좋은 추억하나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생긴다

 

남편의 허리만 좋아지면

또 다른 마라톤대회에 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려고 한다.

하지만 손으로 그 고개를 지긋이 눌러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