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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정원

지난 가을, 싸리꽃 터널 속에서

지난가을 

사진 찍은 날자를 보니 10월 2일 자로 되어있다.

10월엔 이 백화원 정원에 두세차례는 들락거렸던 것 같다.

백화원 포스팅도 2번이나 했는데도

이렇게 포스팅 못한 사진이 사진창고에 댕그라니 남아서

내가 사진창고에 들락거릴 때마다

"나는 언제 세상 밖으로 꺼내 주실 건가요?"

하며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오곤 했었다.

그래 더 늦기 전에 꺼내 주마 하고 오늘은 만사 제치고

데리고들 나왔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하반기는 정말 바쁘게 지냈네

한국에도 다녀오고 작은딸 결혼식도 치르고

굵직한 일들을 치르고 나니 해가 바뀌어 버렸더라고

 

코로나에 주눅 들어 두문불출하고 있어도 세월은 정말 잘도 가는구나

 

 

 

그럼 2021년 10월 2일로 쓩~ 넘어갑니다

 

 

백화원 가는 날짜를 정말 잘 택해서 갔다

어느 날은 후링(풍경)의 소리가 부는 바람을 타고

차링 차링 맑은 소리를 들려주며 별천지를 느끼게 해 주더니

어느날은 하이쿠 전시회를 열어서 하이쿠의 세계로 나를 안내하기도 했다.

 

 

 

일본 정원을 그리 쏘다녀도 싸리꽃 터널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감성의 여인이 되어 싸리 터널에 조심스레 발을 들여놓았다.

 

 

 

그런데 싸리 터널 밖 나무 아래서는 새들의 모여

무슨 회의를 하는지 도무지 의견 일치가 안되는지

지지배배 재잘재잘 짹짹 짜르르...

다양한 새들의 소리들이 귀가 따갑게 들려왔다.

 

 

 

새들이 어디에 모여있을까

새들 소리 나는 쪽으로 새소리를 담아보려고

카메라를 바싹 들이대고 내다보았지만 다들 어디에 숨어있는지..

 

 

 

큰 기대를 하고 싸리 터널에 들어갔는데

불과 얼마 안 되는 뽀얀 싸리꽃이

연초록 잎들과 함께하니 그다지 도드라지는 색이 아니라

전혀 감흥이 나지 않음에 적잖이 실망을 했다.

 

 

 

싸리꽃 피는 시기를 번번이 놓쳐서 벼르고 별렀는데...

눈치 빠른 싸리들이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나 보네, 이만하면 분위기 있구먼"

비위를 못 맞추겠다며 싸리꽃이 나를 흘겨본다

 

 

 

나는 어때요?

하며 보랏빛 싸리가 나를 불러다가 세워놓았다

 

 

 

이제야 미소를 보여주니

"마음에 들었나 보네"하며

싸리들이 웃으며 이는 바람에 춤을 춘다.

사진 찍으랴 동영상을  찍으랴

한참을 이곳에서 진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그때

내 팔다리 그리고 손과 발을 향해 집중 공격을 해오는 자들이 있었으니...

 

 

 

지난 10월 2일

그 무렵의 싸리 터널 속에는 모기들이

숨어서 진을 치고 있다가

사람이 들어가면 집중 공격을 해온다는 걸

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팔다리가 저렇게 오픈된 옷차림으로

싸리 터널에 들어갔다가

내 팔다리 손발을 고스란히

모기에게 내어준 꼴이 되었다.

 

그런데 모기는 주 활동 시기가 여름이 아니었던가??
10월 모기가 저렇게 떼서리로 몰려 든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도 못챘네

결국에 나는 저들에게 물어 뜯겨서 손발이 울퉁불퉁...

 

                                                                       

보랏빛이고 뭐고 이젠 그만 나갑시다

 

 

결국은 나는 모기떼들에게 두 손 두 팔 다 들어 항복을 하고

패잔병처럼 너덜너덜 싸리 터널을 빠져나와야만 했다는 옛날이야기~

 

 

 

석류가 익어가는

가을도 익어가는데...

 

 

우거져 가는 백화원의 풀숲을 바라보고 있으니

 

지난가을엔 못 느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때 가을이 참 좋았다며

벌써 그리움이 되어 좋은 추억으로 훅 다가온다 

지내놓고 나니 그때가 참 좋았는데

그때는 몰랐다

 

지금의 이 시간도

먼 후일에 내가 그리워하는 시간이 되겠구나

 

 

 

萩を詠む(はぎをながむ)

'싸리를 읊다'

작년 하이쿠 대회에 제출한 작품중에 우수상으로 선정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손 씻는 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