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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이웃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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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또상에게 위로의 시간이 되었으려나.... 지난 10월 북 알프스로 등산을 떠나기 며칠 전 나와 친언니 같이 지냈던 사이토상의 남편분께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다. 나는 장례식이 등산날짜와 겹칠까 봐 장례식 날짜가 언제인지 손가락부터 꼽으며 조마조마하고 있었는데..... 어쩜 이렇수가! 장례식 날짜가 바로 내가 산 정상에서 하루를 묵고 하산을 하는 바로 그날이 장례식이라니! 하필 그날이.... 사이토상 남편분은 작년 초봄에 코로나 왁진 주사를 접종하시고 잠시 집에서 쉬시고 난 오후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을 가셨다고 한다 그 원인이 왁진주사의 부작용인지 어떤지 하루 입원을 하시고 여러 가지 검사를 하셨다는데 검사에서 놀랍게도 엉뚱하게 폐암이 발견되었다 그때 이미 폐암은 상당히 진행이 되어 있어 모두를 놀..
11년이 된 인연을 긴자에서 만나다 두 달 전부터 우리의 한국일정이 잡혀있었다 시어머님의 구순 생신과 태윤이의 첫돌 그리고 추석이었으니 명백하게 100% 출석을 해야 하는 굵직한 행사를 앞에 두고 있는데... 어느 날 그레이스 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추석연휴에 도쿄에 간다고... 뭐라고요? 하필이면 이번 추석에요? 사실 우리는 일본으로 온 이후로 추석 때 한국에 가본일이 없는데 올해 처음으로 추석을 한국에서 보낼계획을 하고 있었다. 참으로 만나뵙고 싶은 그레이스 님 이기에 안타까워서 나는 발을 동동 굴렸다. 그랬는데 내가 9월30일에 일본으로 돌아오는데 가마쿠라에 계시다가 10월 2일에 도쿄에 오신다 하니 드라마틱하게 살짝 어긋날뻔 했는데도 그 와중에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날짜는 있다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나는 한국에 있을 동안에도..
참 맛있는 식사로 즐거웠던 날 한인성당 교우들의 모임이 한 달에 한 번씩 있다 이달엔 좀 바쁜일이 많아서 빠져야지 하고 맘먹고 있었는데 성당에서 구역장님에게 딱 걸렸다 내손을 꼭 잡으며 "더운 날씨지만 꼭 오세요~" 아니 내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나?? 어찌 알고 오늘따라 이렇게 다가와서 손을 꼭 잡다니... 못 나간다는 말은 입도 뻥긋 못하겠더라구 세상에~ 집안에 들어서니 비취 파라솔이 있는 베란다 풍경이 내 시선을 끌었다 오키나와에서 바닷바람에 나부끼는 뽀얀 비치파라솔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 집안 베란다에서도 하얀색 파라솔이 분위기 있네 집안 전체가 화이트 톤이라 깔끔 그자체였기에 참 좋았다 집주인은 40대후반 젊은 사람인데 살림솜씨가 놀랍다. 내가 동안 참으로 나태하게 살림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큰 자극제가 되었다. 시레기국, 강..
도쿄도심에 이렇게 여유로운 공간이 있다니.. 평소 절친으로 지내던 4인방 그중 한 사람이 옛 추억이 가득한 동네로 우리를 안내하겠다고 가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모두들 "좋아요 완전 좋아요"라며 100% 찬성을 모우는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으나 워낙 바쁘신 우리들(?)이라 날짜 잡는데 시간이 걸려 합체하는데 한 달 반이나 걸렸다는...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ㅎㅎ 도쿄도심 메구로구(目黒区)에서 만났다. 식사를 하고 메구로 구립 코마바(駒場) 공원에 있는 구 마에다 가문 본댁(旧前田家本邸)과 일본 민예관이 우리가 오늘 둘러볼 곳이란다 런치를 위해 예약을 해두었다는 곳으로 들어서니 옷을 좀 차려입고 나올걸 그랬나 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차분한 레스토랑이었기에 주변 분위기를 살짝살짝 곁눈질을..
귀국하는 대녀집에서 송별회를 다시 한번 지난번 무더운 날 요코하마 야마테 거리로 초대를 하여 다 함께 산책을 하고 아카렌가에서 저녁을 먹으며 조촐한 송별회를 했다면 이번엔 귀국을 앞두고 있는 대녀가 사람들을 본인의 집으로 초대하여 화기애애하고 흐믓한 송별회를 했다. 8월 그 많은 날중에 대녀가족의 송별회를 빛내주기 위해 그 지역에서는 이날을 택하여 불꽃을 펑펑 한시간이나 쏘아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있다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다들 박수치고 웃었다 그날밤 우리의 웃음은 불꽃과 함께 어울리는 꽃으로 피어나 밤하늘 저 멀리로 그렇게 퍼져 나갔다 우리가 모인 그날은 대녀가 살고 있는 지역에 불꽃축제를 하는 날이기에 집 베란다에서 불꽃구경도 하고 좋은 시간을 가져보자며 우릴 초대했다. 오후 6시 즈음에 도착하여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니 확 트인 풍경이 ..
정들자 이별이라는... 일본에서 생활을 한지도 어언 24년 그리고 1차로 일본에 와서 생활한 2년을 합치면 26년이라는 긴 세월이었으니 일본에게 알게 된 참 많은 한국인들을 한국으로 떠나보냈다. 초창기엔 떠나간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마음을 잡을 수가 없어서 힘들어했던 일들도 많았지만 이젠 일본에서 이렇게 오래 살다 보니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도 익숙해져서 언제부턴가 누군가 귀국한다고 해도 무덤덤해지는 나 자신을 느끼게 되었다. 무덤덤이라함은 그 모두가 나를 지켜내기 위한 내가 내게 거는 일종의 최면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친했던 사람이 귀국을 한다고 하여 그때마다 마음이 허하다고 징징거린다면 어찌 내가 이곳에서 생활을 해낼 수 있느냐는 말이다 한국에서 이사 왔다는 사람들의 첫인사를 받으면 주로 "어디서 나오셨어요?"라고 즉..
내 친구 사이토상 이야기 내 친구 사이토상이라고 타이틀을 쓰긴 했는데 사실 사이토상은 나보다 훨씬 연배이신 77세로서 완전 큰언니뻘이다 하지만 예전 살던 동네에서 친구처럼 지낸 둘도 없는 일본 친구이다. 사이토상 남편분께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기에 병원 근처에 찾아가서 런치를 먹으며 자초지종 이야기도 듣고 네즈신사(根津神社)에서 산책을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났다.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된곳은 스포츠 헬스장에서였다. 도쿄 도심에서 살다가 외곽지로 이사를 가서 그곳에 있는 헬스장에 다니게 되었는데 벌써 10년도 훨 지난 이야기이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낯선곳인데다 일본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외국인으로서 내가 먼저 선뜻 나서서 말을 걸기엔 조심스럽기도 하고 사실 용기도 없었다. 하니 그저 내 운동이나 열심히 하고 끝나자마자 쌩하니 헬..
일본인 친구와 깍두기를 만들게 된 사연 작은 딸이 이곳 일본 초등학교에 다닐 때 그 학교 어머니 탁구부에서 탁구부원으로 활동을 했다. 그때 함께 탁구를 친 미야까와상(宮川さん)과 오바타상(小幡さん)은 지금까지 22년 지기 친구로 남아 요즘도 '핑퐁마마'라는 그룹명으로 라인을 주고받고 있다. 그 중 오바타상(小幡さん)은 남편이 도쿄에서 근무를 하다가 지금은 고향인 오카야마로 돌아가서 살고 있는데 작은 텃밭에 심어 놓은 농작물을 수확하면 가끔 보내오곤 했는데 올해는 내 팔길이만큼이나 커다란 무를 하나 쑥 뽑아서 보내왔다. 다른 물건보다 이러한 농작물을 받으면 내게도 시골에 친척이 살고 있는 것처럼 즐겁고 끈끈한 정이 느껴져서 참으로 즐겁다. 박스를 열자마자 내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던 것이 이 커다란 무였다. 반갑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나는..